지난달 통계청이 장래 인구 ‘특별추계’를 발표했다. 5년마다 하는 작업이라 2021년이 다음 차례이지만 출산율이 예측보다 낮아지자 서둘러 전망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예상했듯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결과였다.
인구추계에서 핵심 지표 중 하나는 노인부양비이다. 이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으로, 현재 18.8명에서 2065년에는 100.2명으로 대폭 높아진다. 1명의 근로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이다. 유엔이 발표한 인구 전망에서 당시 노인부양비가 100명에 이르는 나라는 없다. 두 번째로 높은 타이완이 75.9명이다.
이러한 나라가 지속 가능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도 비관적이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노인 일자리와 노후생활 인프라 등이 구축되어 노인 연령이 상향된다면 노인부양비도 낮아질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지레 위축될 이유가 없다. 인구구조 변화를 정책 혁신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주제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다. 국민연금 지출은 확정급여형이어서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미리 정해진다. 거대기금이 있다지만 모두 지급이 예정된 돈으로 여유자금이 아니다. 이미 수지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여서 지금부터 실질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숙제를 풀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작년에 발표된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가 이전보다 나빠지자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는 아예 회피하려는 논리가 전면에 등장했다.
우선 미래 연금 상태를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이다. 국민연금은 지금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제도이기에 앞으로 70년을 진단한다. 이를 두고 어떻게 그 계산을 믿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반 시민들이야 할 수 있는 의문이지만, 오랫동안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면서 재정계산 과정을 살펴본 주요 단체들까지 이러한 주장을 편다. 장기추계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재정계산에서 핵심 변수인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소득’에 연동되기에 연금재정의 기본 수지구조는 파악될 수 있다. 해외 나라들도 대부분 70~100년 기간을 추계한다. 계산 결과가 불편하더라도 ‘알 수 없다’는 대응은 곤란하다.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면 서구처럼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도 유의할 논리이다. 물론 서구의 공적연금은 대부분 기금 없이 당해 필요한 지출을 가입자에게 보험료로 부과해 조달한다. 이렇게 부과 방식이 작동하는 건 각 세대가 자신에게 요청되는 연금 재정의 책임을 다한 덕분이다. 스웨덴과 독일 가입자들은 미래에 40% 조금 못 미치는 소득대체율을 예상함에도 지금 소득의 약 18%를 보험료로 낸다. 비슷한 소득대체율에서 보험료를 절반만 내는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서구에서 세대 간 연대의 상징인 부과 방식이 우리나라에선 현세대의 보험료 책임을 모면하려는 논리로 활용되니 당황스럽다.
국고 투입 주장은 미래 세대에게 문제 떠넘기는 것
미래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국고를 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번에 떠올랐다. 여기엔 정부 재정은 늘 긍정적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가입 기간이 길수록, 즉 중상위 계층일수록 국민연금의 순혜택이 많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재정이 재분배 원리에 부합할까? 우리는 보험료를 덜 내면서 미래 아이들에게 국민연금을 위해 세금까지 요청하는 게 형평에 맞는 일일까? 게다가 미래에는 의료비·기초연금 등 정말 세금이 들어가야 할 노후 복지가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결국 오늘 우리의 책임을 피하려는 변명들이다. 국민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공적연금에서 가장 재정 불균형이 큰 제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문제를 외면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 정부의 연금개혁안도, 근래 연금 개혁 논의도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 세대의 각성이 요청된다. 인구 특별추계를 보면 숙제는 더 어려워졌다. 엄중히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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