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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신간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4월 19일 금요일 제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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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생활자의 책장
김다은 지음, 나무의철학 펴냄

“혼자 산다는 것은,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혼밥생활자’로 살던 김다은 CBS 라디오 PD는 어느 날 문득 자문했다. ‘혼자, 잘, 살고 있나?’ 그렇게 되묻다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시작했다. 벌써 네 번째 봄을 맞았다. 마음을 달래준 책, 위로를 건넨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 시간이 쌓였다. “고요하면서도 기대로 가득 차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말 걸고 싶었던” 방송을 활자로 펴냈다. 흘러간 말을 글로 담아내는 일은 또 다른 작업이었다.
그동안 팟캐스트에서 다뤘던 마흔 권의 책 속 문장을 새롭게 길어내고 곱씹고 다듬었다. 이렇게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으로부터 독립된 ‘책에 대한 책’이 나왔다. 물론 팟캐스트와 함께 들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타락한 저항
이라영 지음, 교유서가 펴냄

“자유를 빌미로 지성을 과감히 공략하는 방식을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진지충’ ‘씹선비’라는 말처럼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 된다. 반지성주의는 무지한 상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해 알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다. 남성 역차별론과 종북게이와 귀족노조 등은 그 토대 위에서 등장했다. 취향 혹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혐오의 자유’를 획득했다.
책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나꼼수 현상, 메갈리아라는 세 가지 현상을 중심으로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차별과 결합하는지 살펴본다. 거대악과 이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이분법적인지, 그 사이에서 피해자의 위치를 점한 사람은 누구이며 결국 누구의 목소리가 지워지는지를 짚어나간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 외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펴냄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간단한 산수 문제 앞에서 생각이 멈췄다. 생사를 오가는데도 아침 식사가 늦게 나왔다고 화를 냈다. 전화 거는 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동물과 인간의 뇌를 해부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다. 특히 조현병이 발생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어디인지를 밝혀낸 인물로 조현병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다. 2015년 전이성 흑색종 진단을 받고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정신질환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됐다. 그 당혹스러운 과정을 적어나간 이 책은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 내부에서 병을 살펴보고 돌아올 수 있었던 ‘생존자’의 절절한 투쟁기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게 건네는 가장 ‘과학적인’ 위로인 셈이다.




천마산에 꽃이 있다
조영학 지음, 글항아리 펴냄

“가을에는 구절초, 봄에는 복수초.”


몰랐다. 천마산에 야생화가 그리 많은 줄. 이 책을 읽고 천마산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당장 주말에 ‘야생화의 보고’인 천마산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제는 이름을 알게 된 들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이름을 불러줄 때 꽃이 의미가 되어주는 것처럼, 저자는 이름을 알면 꽃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름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책은 그저 월별로 천마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을 소개해놓았을 뿐인데 꽃 이름과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얼른 천마산에 가서 이 꽃을 찾아보고 싶도록.
대체로 크기가 작고,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올라오고, 햇볕이 없으면 꽃잎을 접고, 생명주기가 짧아서 이내 꽃이 지고 만다는 봄 야생화를 빨리 보고 싶다. 특히 복수초를.



황금 코뿔소의 비밀
프랑수아자비에 포벨 지음, 이한규·김정숙 옮김, 눌민 펴냄

“고대와 근대 사이 (아프리카는) 과연 아무것도 없는 암흑기일까?”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두 개의 극단적인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나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교류·대립하던 고대의 번영하는 아프리카다. 하다못해 <플루타르크 영웅전> 같은 고전만 읽어봐도, 한국인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로마나 카르타고 역사에서 아프리카가 무수히 언급된다. 다른 하나는, 16세기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발견’ 이후 노예무역에서 식민 지배를 거쳐 오늘날 내전, 인종청소, 빈곤, 가뭄과 기근 등으로 이어지는 암흑의 대륙이다.
그렇다면 고대와 근대 사이의 아프리카는 어떠했을까? 저자 프랑수아자비에 포벨은, 그 시대를 황금기로 복원한다. 아랍의 저서, 전설과 신화, 고고학적 성취, 단편적 기록 등의 도움을 받는다.



영원한 현재 HM
수잰 코킨 지음, 이민아 옮김, 알마 펴냄

“그건 어려운 질문입니다. 내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거든요.”


HM. 뇌신경과학 연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니셜이다. 주인공은 헨리 몰레이슨. 간질 발작을 치료할 목적으로 뇌 절제 수술을 받았다가 기억상실증을 겪은 환자다. 지능, 감각, 과거의 기억 등 모든 뇌 기능은 완전히 정상이었다. 단 하나,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 드라마틱한 기억상실증 때문에 HM은 연구자와 모든 대화가 가능했으며 자신의 느낌과 기억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이로써 그는 기억 연구에 위대한 기여를 남기고 2008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의 저자 수잰 코킨은 무려 46년간 HM의 파트너로 기억의 비밀을 탐구한 뇌인지과학자다. 이 책은 뇌신경과학의 역사인 동시에, 동반자 HM을 기리는 코킨의 헌사다. 차가운 과학이 주는 뜨거운 감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맞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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