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은 무심코 집어든 책이다. 그 자리에서 완독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작가가 직접 스크랩해두었던 생전 인터뷰를 딸 호원숙 작가가 엮었다.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넘어 당대의 여성·작가·시민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1990년 〈한국문학〉 1월호에 실렸던 첫 번째 인터뷰의 시기가 절묘하다. 1988년 박완서 작가는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6개월의 침묵 뒤 다시 펜을 들었다. 시인 고정희가 그를 만났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야 자신이 감정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자립하는 삶을 살아보려 마음을 다지고 있다며 ‘따지고 보면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자기 응석도 일종의 자기 과시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대체로 담백하고 과장이 없다. 내가 밑줄 친 부분 역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담담한 속내 같은 것들이었다. 작품이 중산층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의 약점이라고 인정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살면서 인간적인 모욕을 경험했을 때 그걸 견디게 해준 건 ‘언젠가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번 그려보겠다’ 하는 복수심이었다는 고백도 통렬하다.
박완서 작가는 마흔에 등단한 걸로 유명하다. 누군가 묻는다. 많은 주부들에게 꿈을 준 게 아니냐고. 그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취미로 하기엔 글 쓰는 건 힘들다고 말한다. 1970년 등단 이후 줄곧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던 그에게 많은 수식어가 달렸다. 억지로 무슨 ‘주의’를 붙이자면 자유민주주이자이고 개인주의자라고 그는 말한다. 작가의 말은 작품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개인주의자 박완서의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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