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죽은 지 50년이 됐다. 그의 기념비적인 히트곡들은 수없이 많지만 특히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미국 국가가 백미다. 히피들의 축제에 웬 국가일까 했던 사람들에게 베트남전의 폭격기와 전장의 소음을 선사하면서 그는 레전드가 되었다. 이 연주 때 흰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썼는데 왼손잡이인 그는 기타를 거꾸로 메고 연주한다. 수많은 연주가 중에는 왼손잡이도 많았을 텐데 당시까지 왼손잡이용 기타는 없었던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는 왼손잡이라고 한다. 하지만 물건 중에서 왼손잡이용은 10%가 안 되거나 거의 없다. 지미 헨드릭스의 악기와 마찬가지로 시계·손잡이·칼날· 스마트폰·자동차 등등 거의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용이다. 사회시설도 그렇다. 버스와 지하철 패스 위치, 자판기와 영화관 의자 팔걸이까지 모두 오른손잡이만을 배려한다. 사실 이건 공기와 같아서 오른손잡이는 특별하게 느끼지 못한다. 나도 평생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의 문제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왼손잡이용 카메라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4월1일 세계적인 카메라 정보 사이트인 ‘페타픽셀’에 보기에도 낯선 왼손잡이용 카메라 사진이 출시 예정이라며 올라왔다. 니콘 카메라처럼 보였다. ‘오! 세상이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사회로 가고 있구나’ 했다가 그날이 만우절임을 알고는 씁쓸했다. 아마도 이 가짜 뉴스를 올린 이도 그런 사회와 카메라 회사들에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세계 인구 중 7억명쯤은 왼손잡이이고 그중에서 이러저런 카메라를 갖고 있는 이들이 절반은 될 것이다.
가장 유명한 왼손잡이 사진가라면 단연 스티브 매커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유명한 사진을 찍어온 그이지만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영 어색하다. 카메라 밑에 그립을 달고 오른손으로 잡은 후 왼손을 카메라 위로 돌려 셔터를 누른다. 그도 이런 모습이 불편해 보였는지 과거 자신의 홍보용 사진은 모두 오른손잡이 흉내를 냈다.
왼손잡이 대통령 오바마의 비애
단지 모양만 불편한 게 아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셔터를 누르면서 오른쪽 눈으로 파인더를 본다. 왼쪽 눈은 카메라에 가리이지 않아 외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왼손잡이는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셔터를 눌러도 왼쪽 눈이 편한데 그러면 두 눈 모두 카메라에 가리인다. 왼손으로 셔터를 눌러도 팔에 두 눈이 가려지고 만다. 사정이 이러하니 왼손잡이들은 카메라를 매우 불안하게 조작할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거나 찍고자 하는 이라면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불공평하고 차별적이다.
재임 기간 중 자국 내 소수자들의 인권에 힘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왼손잡이로 유명하다. 그가 왼손으로 펜을 들고 서명하는 모습은 낯설고도 멋졌다. 그도 카메라를 든 모습은 영 어색하다. 렌즈를 잡아야 할지 몸체를 잡아야 할지, 왼손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왼손잡이 대통령의 비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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