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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상상력이 뛰어난 그림책이 있을까?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4월 19일 금요일 제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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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니는 김땅콩은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만약에 말이야, 엄마 몰래 유치원에 안 가면….’ 김땅콩 어린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선생님이 땅콩이를 찾을 겁니다. 찾다가, 찾다가 못 찾으면 엄마한테 전화를 할 겁니다. 엄마는 너무 놀라서 벌러덩 뒤로 넘어질 겁니다. 그러다 아빠한테 전화를 할 거예요. 아빠 역시 너무 놀라서 벌러덩 뒤로 넘어질 겁니다.

김땅콩 어린이의 상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현실로 돌아온 김땅콩은 과연 유치원에 갈까요? 아니면 엄마 몰래 유치원에 가지 않을까요? <우주로 간 김땅콩>은 유치원에 가기 싫은 어린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는 상상으로 순진한 웃음을 선물하는 그림책입니다.

엄마 아빠들은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는 상상만으로도 기절할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릴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나쁜 상상을 잘하게 만드는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그러니 어른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김땅콩 어린이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우주로 간 김땅콩>은 정말 웃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는 그때 그 어린이가 그대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유치원에 가기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학교 가기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때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는 건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주로 간 김땅콩>은 그저 좀 위험한 상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김땅콩 어린이는 상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김땅콩 어린이를 괘씸하게 여기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때로 위험한 상상을 즐길 수 있는 까닭은, 우리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로 간 김땅콩>의 진짜 재미는 그림 속에 있습니다.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예술입니다. 실제로 그림책의 텍스트는 그림을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구실을 합니다. 예컨대 ‘왕밤 선생님이 김땅콩! 김땅콩 나를 찾겠지?’라는 문장을 읽은 독자들은 자연스레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지요.

세계인이 사랑하는 코리안 픽처북(K-PIC)

이 장면의 그림에는 어떤 상상이 펼쳐질까요? 미리 힌트를 좀 드리자면, 어마어마한 견과류 예술이 펼쳐집니다. 선생님이 왕밤이라면 김땅콩의 친구들은 무엇일까요? 친구들은 뭐라고 할까요? 김땅콩 어린이가 결석한 날의 유치원 교실 풍경이 여러분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바로 이것이 그림책 작가의 예술입니다. 자유롭게 그림을 창작하는 일이지요.


저는 지금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와 있습니다. 도서전에는 전 세계에서 온 어마어마하게 많은 그림책 작가와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림책이 주는 매력과 행복이 이 많은 사람을 끌어당긴 것입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온 2011년에는 한국관에 출판사 10여 곳이 참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에는 40여 개에 이르는 한국 출판사가 있습니다. 한국의 그림책과 그림책 작가들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그림책들이 이미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한국에는 코리안 팝 뮤직(K-POP)뿐만 아니라 코리안 픽처북(K-PIC)이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그림책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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