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마무 화사의 보컬은 물 흐르는 듯한 매끄러움은 아니다.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덩어리진 소리가 슬그머니 끈적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런 목소리로 유난히 풍부한 표정 연기를 곁들여 뜨겁게 노래한다. 표현력이 좋은 보컬리스트다.
화사는 또한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살아가는 가수이다. 흥이 넘친다는 듯이 애드리브나 추임새를 곧잘 던지고,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웃어 보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보다는 좀 더 활발한 대화다. 어려운 대목을 소화한 뒤에는 ‘만족했지? 나도 만족했어’, 과감한 동작을 선보인 뒤에는 ‘놀랐지?’ 하는 듯, 그의 입체적인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관객과 대화하다가는, 이내 노래의 감정으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그는 노래 속 이야기와 노래하는 자신, 그리고 객석 사이를 뛰어넘듯이 이동한다. 때로 그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입담(도) 좋은 재즈 싱어 같기도 하다.
딱히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곧잘 도발적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지만, 릴랙스하고 있을 때 그의 얼굴은 마치 무슨 말이든 일단 들어주는 사람 같다. 상황을 오픈마인드의 자세로 바라보거나, 때로는 한두 마디를 찔러넣고 어떤 반응이 돌아오는지 지켜본다. 그러고는 가끔 입 한쪽을 찡긋 올리며, 눈을 반짝이며 웃는다. 똑같은 웃음이라도 화사의 그것에는 마치 ‘어, 인정!’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음에 들거나 유쾌한 일이라고 판단할 때 나오는 종류의 웃음이다. 화사가 가진 ‘언니미’ 역시, 그런 그를 웃음 짓게 하고 싶은 욕망으로 주위가 활기차고 떠들썩해지는 데 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한 장면이 있다. 화사가 식당의 야외 좌석에 앉아 혼자서 곱창을 너무나 맛있게 먹어치우는 모습이었다. 걸그룹 멤버들에게 종종 붙는 털털함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화끈함으로 보인다. 그가 무대에서 표현하는 관능이나 SNS를 통해 보여주는 유머는 아이돌이라는 환경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과감하다. 뭘 해도 제약을 걷어치우는 듯한 시원함이다. 맛있는 음식을 한껏 즐기거나, 자신의 섹시함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냐는 식이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야 어느 정도는 저지르는 편이 더 즐겁다는 게 화사의 신조인지도 모른다.
화사가 무대에서 관객과 시청자에게 던지는 수많은 대화에는 그런 말들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즐기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화사가 권하는, 그리고 직업 연예인으로서 그가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도 바로 그런 순간이다. 다만 끝내 신경 쓰이는 것이 있을 경우, 화사라면 ‘너무 애쓰지는 말고’라 덧붙일 수도 있겠다. 그의 목소리처럼, 화사의 ‘핫’은 그가 가진 ‘쿨’과 뒤섞인 채 슬그머니 끈적하게 흐르고 있다. 다소 덜컹일지라도, 조금 그런 편이 더 즐거울 것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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