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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걸린 현대기아차, 쾌속 질주 가능하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시장 판매가 크게 줄면서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전기자동차 중심의 산업 재편도 악재다. 인수합병과 업종 전환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송영조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4월 02일 화요일 제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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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상장되어 있는 1차 협력 부품업체 89개 중 42개사가 2018년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적으로 0.9%에 머물렀다.

이 같은 자동차 부품업체의 전반적 위기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공식 발표하는 1차 협력업체 851개사 기준으로 보면, 2017년 현재 현대기아차는 국내 부품업체 매출의 약 81%를 차지한다. 그만큼 부품업체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가 크게 줄면서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에 타격을 가한 것이다.
ⓒ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면 현재 부품업체의 3분의 1이 필요 없어질 전망이다. 위는 현대차 울산 3공장 모습.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851개 1차 협력사가 ‘당장 만기가 다가오는’ 은행 대출을 연장하는 데만 1조7000억원이 필요하리라고 예측했다. 협력사들의 재무 상태가 부채를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심각한 문제다. 물론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을 통해 일시적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간 은행들이 앞으로의 산업 전망에 근거해 자동차 협력사들에 대한 대출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위아 같은 계열사와 외부 협력업체(비계열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계열사도 대부분의 매출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보다는 외부 협력업체의 위기감이 훨씬 심각하다.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이 계열사에 비해 낮기 때문일 터이다. 산업연구원이 현대기아차와 장기 거래 관계인 1차 전속 협력업체 416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2007~2015년에 평균 3.7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4~ 2015년의 그것은 3.0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계열사 영업이익률이 ‘협력업체 착취의 결과’로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다. 모비스를 제외한 계열사는 4%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약한 협상력 때문이라 보인다. 2016년 현재, 1차 협력업체 851개사 가운데 45.9%가 1개 대기업과만 거래하고 있다. 수많은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래의존도가 높다 보니, 협력업체들은 현대기아차 측에 큰소리를 칠 수 없다(협상력이 낮다). 협상력이 낮으니 부품 단가 역시 낮은 가격대로 결정된다. 단가가 낮으니 수익성도 낮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없다.  

물론 협력업체 간에도 차이가 있다. 1차 협력사 가운데는 만도나 한온시스템처럼 자체 역량을 토대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1차 협력사 가운데서도 71%는 중견기업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2차와 3차로 내려가면 더욱 심각하다.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우, 현대기아차에만 납품하다 보니 과열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에 따라 협상력이 더 낮아진다.

그렇다면 이처럼 열악한 비계열 협력사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협력업체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투자하기는 어렵다. 협력업체가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중간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완성재(자동차)의 국제경쟁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가성비 좋은 차로 명성이 높았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쇠는 매출액 증가에 있다. 적어도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동안엔, 협력업체들은 설사 영업이익률이 낮다고 해도 상당 규모의 매출액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매출액 자체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위해 투자할 동기도 충분했다. 현대기아차와 거래관계만 유지된다면 ‘투자→매출액 증가→투자’의 선순환이 작동한다. 다만 이런 선순환이 이어지려면, 매출액이 계속 증가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매출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협력업체들의 매출액 하락을 야기한 중국 시장에서의 생산 감소가 단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이와 함께 지금 주류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계기로 유럽연합이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 생산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만으로는 2021년까지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가 버겁다. 미국에서는 대량생산에 성공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3이 BMW 3, 메르세데스 C클래스 등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내연기관 메이커를 압박하고 있다.

후발 업체로서 현대기아차의 독보적 존재감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인 중국이 2019년부터 전략적으로 일정 비율의 전기자동차 의무생산을 강제하고 있다. 향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까지 고려 중이라고 한다. 당초 중국 정부는 샤오미, 화웨이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성공에 고무되어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에 필적하는 중국산 메이커가 성장하리라고 기대했다. 성과는 기대와 달랐다. IT와 자동차 산업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3만여 개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후발 업체가 세계적 메이커로 부상한 기업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에서 신생 기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시장을 적극 육성해온 이유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만큼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중국은 선진 메이커를 추격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축소되고, 전기자동차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전기자동차 부품 수가 내연기관의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고, 기술 기반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현재 부품업체의 3분의 1이 필요 없다. 물론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앞으로 내연기관 차량 부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와 전기자동차 중심의 산업 재편이라는 2가지 악재가 자동차 부품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협력업체들의 매출처를 다변화하겠다고 했지만, 단기에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열악한 재무상태가 단기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들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017년 현재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수출 648억 달러, 부가가치 57조원, 종사자 35만5000명 등으로 IT 전자 다음가는 큰 산업이다. 현대기아차가 단기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이 거대한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으니 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의 위기 규모를 감안하면 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리라 판단된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자동차 부품업체들 사이의 인수합병과 다른 부문으로의 업종 전환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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