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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집 앞에서 보낸 100시간의 기록

궁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원이 정한 보석 조건을 잘 지킬까. <시사IN>은 100시간 동안 MB 집 앞을 지키면서 이 모든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 집을 지켜보는 눈이 한때 1000명까지 늘어났다.

김연희·김영화·나경희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3월 25일 월요일 제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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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6일 오후 4시10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4월8일 구속 만기 전까지 항소심 재판을 마무리하기 어려워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구속 만기로 그냥 풀어주느니, 증거인멸을 할 수 없도록 ‘자택 구금’에 준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용한다는 취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는 집으로, 접견 가능한 대상은 배우자, 직계혈족, 직계혈족의 배우자, 변호인으로 제한됐다. 법원의 허가 없이 외출해서도 안 된다. 또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과는 접견은 물론 통신도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스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7070만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이 34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시사IN 신선영


모두가 궁금해할 질문이 떠올랐다. ‘법원이 정한 보석 조건이 과연 잘 지켜질까.’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시사IN>은 3월9일 오전 10시부터 보석 후 첫 재판이 열리는 3월13일 오후 2시까지 100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을 지켰다. 김연희·김영화·나경희 기자가 24시간 쉬지 않고 6시간씩 돌아가며 릴레이로 ‘뻗치기’(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를 이어갔다.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을 <시사IN> 유튜브(youtube.com/sisaineditor)로 생중계했다. 카메라 뒤에 앉아 있는 기자는 한 명이지만 방송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집을 지켜보는 눈은 한때 1000여 명까지 늘어났다. ‘MB 사저의 100시간’, 4박5일간의 기록을 공개한다.

ⓒ시사IN 포토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만 15대가 설치돼 있다.

3월9일(토) 첫째 날

들어간 차량 9대, 나간 차량 10대
들어간 사람 4명, 나온 사람 5명


09:25 ‘MB 사저의 100시간’ 팀 논현동 집 앞에 도착했다
10:00 <시사IN> 유튜브 생중계가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집은 요새처럼 높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사로에 위치한 집의 가장 높은 벽을 기준으로 벽돌 수를 세어보니 96장이었다. 대략 5.4m 높이다. 집을 둘러싸고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만 해도 15개였다.

출입문은 크게 두 군데다. <시사IN>은 주차장으로 향하는 커다란 차고 문과 그 옆에 나란히 나 있는 주 출입문 바로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담벼락을 끼고 오른쪽으로 모퉁이를 돌면 그곳에도 문이 하나 더 있다. 차고 앞에는 항상 의경 두 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측면 쪽에 위치한 문은 의경 한 명이 지켰다. 주변 초소는 총 5곳이다. 본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24중대 의경들만 나와 있었는데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후 강남경찰서 경비과 소속 의경 20명이 추가 투입됐다. 의경들은 약 1시간마다 교대했다.

논현동 집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시기에 리모델링됐다.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09.56㎡(약 63평), 토지는 1024㎡(약 310평)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공동 소유다. 지난해 4월 법원은 검찰의 추징보전 요청을 받아들여 이곳에 추징보전액 111억4000억원을 걸어두었다. 추징보전이란 형이 확정되기 전 범죄로 얻은 재산을 빼돌릴 수 없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10:26 차량번호 34XX 은색 카니발 나감
11:27 차량번호 95XX 검은 카니발 들어감
12:02 차량번호 23XX 검은 제네시스 나감

차고 앞을 지키던 의경 두 명이 언덕을 내려오는 제네시스 차량을 보고 미리 비켜섰다. 차고 문이 열리고 이 차는 바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창문이 검게 선팅되어 있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닷새간 출입 차량 탑승자를 확인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차고문은 집 안쪽에서 여닫는다고 했다. 의경에게 “법원이 접견을 허용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없느냐”라고 묻자 “대답해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법원이 부과한 보석 조건에 따르면 강남경찰서장은 1일 1회 이상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어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법원에 통지해야 한다. 보석 조건 확인은 강남경찰서 형사과에서 담당한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법원은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

23:11 갈색 니트를 입은 남성이 들어갔다

남성에게 접견 허용된 사람인지를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3월8일 경호원, 수행비서, 운전기사, 가사도우미 등 13명을 추가 접견 신청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법정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필수 인력 11명(별정직 공무원)과 이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가사도우미 2명”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가사도우미 2명을 제외한 11명의 접견을 허용했다. 닷새간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신분을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간혹 경호원들만이 “경호원”이라고 짧게 답했다.

ⓒ시사IN 조남진
<시사IN> 나경희, 김연희, 김영화 기자(왼쪽부터)는 3월9일 오전 10시부터 유튜브 생중계를 시작했다.

3월10일(일) 둘째 날

들어간 차량 8대, 나간 차량 9대
들어간 사람 6명, 나온 사람 6명


03:28 의경이 교대하며 인터폰 위에 있던 물병을 챙겨 갔다
06:40 가로등이 꺼졌다

해가 뜨자 골목의 가로등이 꺼졌다. 잠잠하던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놓인 지점 위의 전봇줄에 앉아 있던 까치가 똥을 쌌다.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좌우를 살펴보니 전봇줄이 지나가는 곳을 따라 유난히 새똥이 많았다.

10:08 의경이 바람에 말린 태극기를 장우산으로 똑바로 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에는 태극기 두 개가 항상 걸려 있다. 바람이 불면 태극기는 서로 엉키거나 깃대에 돌돌 말린다. 차고 문 앞을 지키는 의경은 종종 검은 장우산을 들고 벽돌담에 다가가 바람에 말린 태극기를 똑바로 폈다. 차고지 옆 담에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 장우산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장우산으로 태극기를 똑바로 펴자마자 도로 말리는 경우도 있다.

11:29 차량번호 24XX 남색 렉서스 나감
11:54 차량번호 24XX 남색 렉서스 들어감

운전석에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이 보였다. 3월8일 추가로 접견이 허가된 경호원·수행비서·운전기사 가운데 여성이 없다면 이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 딸 중 한 명이어야 한다. 그래야 보석 조건에 맞는다. 이후 나흘간 이 차량은 빈번하게 드나들었다. 차고 안에서 어린아이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보석 후 첫 일요일을 가족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교회 장로인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도 일요일마다 예배를 봤지만 보석 이후 목사는 접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23:31 주 출입문으로 개가 내려와 짖었다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덩치의 개 한 마리가 출입문 안쪽에서 컹컹댔다. 움직일 때마다 발톱 소리가 들렸다. <시사IN>이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하는 바람에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다음 날 날이 밝았을 때 출입문 틈 사이로 보인 개는 골든레트리버였다.

ⓒ시사IN 신선영
유튜브 생중계를 본 독자들이 끼니마다 식사는 물론 디저트와 야식까지 보내왔다.
강남구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한 독자는 직접 쑨 죽을 오토바이에 싣고 사흘 내내 기자들을 만나러 왔다.

3월11일(월) 셋째 날

들어간 차량 17대, 나간 차량 11대
들어간 사람 15명, 나온 사람 11명


05:01 담장 밑에서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졸음을 깨우려고 몸을 일으켜 세우자 의경이 무전기를 들었다. “지금 이동한다”라는 음성이 지직거리는 소음 사이로 새어나왔다. 동선은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초소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의경 한 명이 나와 기자의 동정을 살폈다. 집 모퉁이를 돌아가니 담벼락 아래에 상자 쓰레기가 수북했다. 전날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에게 “이 집에서 나온 것이냐”라고 물어보니 “모른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자 더미에서 13인치 맥북 에어 상자, 민트색 닥터드레 헤드폰 상자, 한라봉 3㎏들이 상자, 영천사과 상자, ‘현대’라고 쓰인 선물 상자, 전통과자와 케이크 상자 등을 발견했다. 맥북 에어 상자에는 인천공항을 통과해 온 항공화물이라는 (ICN) 표시가 있었다. 받는 사람은 ‘최의근’씨였다. 최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둘째 사위로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택배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자 “외래 진료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라며 끊었다.

닷새간 우편 및 택배 배달이 온 건 총 네 차례였다. 의경이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면 이내 차고가 20㎝가량 열리며 그 틈으로 누군가가 상자를 받아가는 방식이었다. 우체국 집배원이 가져온 우편물 중에는 ‘이명박 귀하’라고 적힌 우편물도 있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에서 보낸 등기였다. 경호처 직원이 출입문 안쪽에서 서명을 한 뒤 그 틈 사이로 등기 우편을 수령해갔다. 그 외에 국세청, 여성신문, 한산신문 등 보낸 이가 다양했다.

10:31 차량번호 23XX 검은 제네시스 들어감
11:50 차량번호 23XX 검은 제네시스 나감

내내 집 앞을 지켰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정 대리인 강훈 변호사가 다녀갔다는 걸 알 수 없었다. 이날 오후 강 변호사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30분 정도까지 이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가 타는 차는 제네시스다. 취재 수첩을 뒤져보니 그 시간대에 드나든 제네시스 차량이 있었다.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 안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강 변호사에게 집으로 차량이 진입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수행비서에게 연락을 하면 주차장에 있는 기사실에서 문을 열어준다.” 드나드는 차량이 경찰에 따로 신고가 되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신고를 왜 하죠”라고 되물었다. “그러면 접견이 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는 걸 경찰이 어떻게 확인하느냐”라는 질문에는 “하루에 한 번씩 사저를 방문하는 경찰 관계자가 경호원이나 기사들에게 ‘오늘 출입한 사람들 누구 있습니까’ 하고 확인한다”라고 답했다. 경찰이 따로 신원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빈틈이 많아 보였다.

11:00 검은 가방을 든 남성이 나왔다
13:38 남색 정장 입은 남성이 들어갔다

집에서 나오는 남성에게 신원을 물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다. 뒤를 따라가보니 그 남성은 두 블록 떨어진 3층짜리 노란색 건물로 들어갔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집에 딸린 대통령 경호동였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2013년 부지를 매입할 당시 39억여 원이 들어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경호동 건립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에서 지원된다. 경호처 직원들은 이 전 대통령 집과 이곳을 오가며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집 지하 1층에도 경호동이 있다. 정장을 입은 다른 남성이 집으로 들어가려 해 따라붙었다. 그는 “답하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위에 알려지면 곤란합니다”라고 말했다. 위가 어디냐고 물어봤지만 답이 없었다.

17:39 집 앞 골목 초입에 나타난 소나타 차량에서 시위자가 내렸다

지지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보석 결정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간간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 5시 구형 소나타 한 대가 골목 초입에 등장하자 의경들 네다섯 명이 갑자기 달려갔다. 곧 논현1파출소 순찰 차량과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사복 경찰 2명도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는 ‘검문 절차도 없이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며 집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꽤 자주 있었던 일인 듯 경찰들은 “또 왜 이러세요. 주민들 항의 들어와요”라며 그를 타일렀다. 그는 ‘조선의열단’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까지 8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다고 했다. 대치 상태가 길어지자 의경 네 명이 추가돼 차고를 봉쇄했다. 골목이 시끄러워지자 한 주민이 나타나 “경찰은 제지 안 하고 뭐 하냐”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도 한동안 삼엄한 경계 태세는 지속됐다.

ⓒ시사IN 신선영
3월12일 저녁 생중계를 하는 기자에게 경찰이 다가와 신분 등을 캐물었다.

3월12일(화) 넷째 날

들어간 차량 14대, 나간 차량 15대
들어간 사람 10명, 나온 사람 7명


07:32 집집마다 빗자루로 마당 쓰는 소리가 들렸다

근처 집들은 대부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눈에 봐도 부유한 저택이다. 이 전 대통령 집 뒤편 단독주택 차고에는 외제차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바로 아랫집들은 높이가 6m는 되어 보이는 담으로 가려져 있었다. 실제로 그중 일부는 영풍그룹 회장과 그의 가족이 소유한 곳이었다. 인근에는 ‘아×× 하우스’라는 예약제 연회장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파티를 할 수 있는 야외 정원이 나왔다. 기업 모임, 돌잔치, 결혼식 등이 열린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주민들 중에 이 전 대통령을 봤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 근처 가정집에서 10년 동안 일했다는 한 경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에도 워낙 밖을 안 나와서 본 적도 없고, 이 동네 사람들도 크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3월6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골목마다 의경들이 늘어나자 ‘다시 왔구나’ 실감했다고 했다. 2013년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논현동으로 돌아왔을 때도 기억했다. 집 앞 도로가 일방통행 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논현1동의 좁은 골목 사이로 차량이 몰렸다. “이 길로 차들이 몰리는 바람에 얼마나 청소하기가 어려운지….” 그가 혀를 끌끌 찼다.

13:48 인터폰이 울리고 1분 후 남성 한 명이 들어갔다

인터폰이 울렸다. 의경이 수화기를 놓자 문이 열리더니 곧바로 한 남성이 입구로 들어갔다. 경호처 직원과는 출입 방식이 조금 달랐다. 경호처 직원이 출입할 땐 인터폰이 따로 울리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강남경찰서 형사과 관계자였다. 1시간 후인 오후 2시50분에 출입문을 나선 그를 바짝 따라붙었다.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출입 시 별다른 검문 절차가 없는 건지 확인해야 했다. 100m가량을 따라갔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17:08 사복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배회했다
20:56 논현1파출소 경찰 2명이 순찰했다

저녁이 되자 거리는 다시 한산해졌다. 그러나 순찰차는 거의 매시간 집 앞을 지나갔다. 이윽고 ‘강남21’이라고 적힌 논현1파출소 차량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와 주차를 했다. “이거 지금 생방송으로 다 녹화되는 거예요?” 경찰 두 명이 주저하며 다가오더니 신분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있을 건지, 언제쯤 철수하는지 이것저것을 캐물었다. 그러나 순찰의 목적에 대해서는 “여기가 관할 구역이라 그렇다”라며 자세한 사항에 관해서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말을 아꼈다. 경찰차의 빨간 불빛이 사라지자 다시 논현동의 밤이 고요해졌다.

ⓒ시사IN 신선영
보석 후 첫 공판이 열리는 3월13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자택 주차장에서 나오고 있다.

3월13일(수) 다섯째 날

들어간 차량 7대, 나간 차량 10대
들어간 사람 13명, 나온 사람 8명


08:45 경호처 직원이 “다른 기자들은 언제쯤 오냐”라고 물어봤다
11:33 폴리스라인 5개가 설치됐다

경호처 직원이 출입구를 들락날락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묵묵부답이던 이전과 달리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쉬고 계시라”며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 보석 이후 처음 진행되는 공판이었다. 법정으로 향하는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기 위해 취재진도 논현동 집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전기를 찬 사복 경찰들 열댓 명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나흘간 고요했던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다.

13:19 24XX·10XX 검은 제네시스 2대, 17XX 남색 카니발 차량 1대 나감

차고 문이 열리고 차량 세 대가 연달아 나왔다. 카메라 수십 대의 플래시가 터졌다. 이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두 번째로 나온 제네시스 차량이었다. 취재진 앞을 지나가는데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차량이 빠지자 취재진과 경호 인력도 삽시간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논현동 집은 다시 한적해졌다.

14:00 MB 사저의 100시간 달성
14:05 이명박 피고인 보석 후 2심 첫 재판

법정이 가득 찼다. 법정 내 좌석 24개는 물론, 복도까지 방청객이 빼곡히 들어찼다. 지난해 1심 때 빠짐없이 재판을 방청하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8분 전인 오후1시57분 변호인 8명과 입정했다. 남색 정장 안에 남색 니트 조끼를 입고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시사IN> 기자들이 바로 직전까지 100시간 동안 본인의 집 앞을 지켰다는 사실을 이 전 대통령은 알까’ 궁금했다.
ⓒ시사IN 이명익
자금 횡령과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이 전 대통령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었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나오지 않았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팔성 증인이 언론 등을 통해 증인 소환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았지만 현재 고혈압, 부정맥 등 지병이 있고 이명박 피고인 앞에서 법정 진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사 청탁 대가로 이팔성 전 회장에게 양복과 현금 등 22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19억여 원 뇌물 수수를 인정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팔성 증인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라며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팔성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심문 기일은 4월5일로 다시 잡혔다.

지난해 1심 재판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은 증인을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증인 대부분이 같이 일했던 사람들인데 법정에 불러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변호인들을 만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이후 2심에 임하는 ‘이명박 피고인’ 측의 전술은 180° 달라졌다(17쪽 그림 참조). ‘MB 집사’라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2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15명을 채택했다. 1월2일 2심 재판이 시작됐지만 법원이 채택한 증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소환장을 보내도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다)’로 송달되지 않았다. 증인심문이 연기되자 재판은 늘어졌다. 2심 재판이 장기화되면 그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기간도 길어진다.

15:10
24XX·10XX 검은 제네시스 2대, 17XX 남색 카니발 차량 1대 들어감

오후 2시47분 재판이 끝났다. 이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나와 제네시스 차량으로 걸어가는 동안 몇몇 지지자들이 “이명박”을 연호했다. 20분 뒤 논현동 집 앞에 등장한 제네시스 차량은 주차장 안으로 직행했다. 짙게 선팅된 창문 안쪽으로는 여전히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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