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 (INF) 폐기를 두고 여러 음모론적 시각이 퍼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에 INF 폐기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중 군사 패권의 추이를 추적해온 기자에게는 미국의 INF 폐기는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INF 폐기는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이해관계가 일치해 추진해온 일이다.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사정거리 1500~3000㎞에 이르는 둥펑(동풍) 미사일 시리즈를 실전 배치하면서 사정이 급변했다. 그중 둥펑-21D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면서도 우주 위성과 자동제어기술 등의 첨단기술을 탑재해, 운항 중인 항공모함을 파괴함으로써 ‘항공모함 킬러’라는 별명까지 갖게 되었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미사일방어망(MD)을 구축해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미국도 INF를 폐기하고 중거리 미사일로 중국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을 거쳐 등장한 미국의 중거리 핵미사일이 북한까지 사정거리에 넣고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는 정당하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음모론적 시각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음모론에 귀 기울 시간이 있다면 피터 나바로의 〈웅크린 호랑이〉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피터 나바로는 현재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라는 직을 맡고 있으면서 중국을 겨냥한 강경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국 군사전략 및 군사력 현황을 샅샅이 분석한 책을 썼다는 점이 이채롭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2010년대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중 군사 패권 추이에 대해 썼던 기사가 타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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