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음 두 가지 태도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냉정과 열정 사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음악 앞에서 열광과 찬사를 아낌없이 던져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유지한 채 글을 써야 할지 꽤나 자주 고민하고 머뭇거린다. 아니다. 그 결과가 대개 동일한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냉정보다는 열정 쪽에 속하는가 보다. 최상급의 유혹을 견뎌내기보다는 그걸 적극적으로 껴안는 태도가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더욱 가깝다고나 할까.

변호의 시간이다. 사람들이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오해하는 게 하나 있다. 적어도 내 주변에 한정해 말하자면 처음부터 평론가가 되고자 했던 경우는 없었다. 우리는 모두 소싯적에 그저 ‘음악 애호가’였을 뿐이고, 어찌하다 보니 직업란에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쓰는 처지가 되었다. 단지 음악 듣는 게 좋아서 음악을 계속 듣다 보니까 평론가가 되었는데 그 열정이 쉬이 사라질 리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준다면 감사하겠다.

김진규의 기타 연주 ‘압권’

ⓒ더플레이크리에이티브 제공밴드 로큰롤라디오의 김내현·김진규· 이민우·최민규 (왼쪽부터).

이제 남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상급을 도구 삼아 음반 하나를 칭찬해보려 한다. 우선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짜가 중요하다. 3월10일. 2019년이 두 달 갓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음반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인정하려 한다. 그 대상은 2월22일에 발매된 로큰롤라디오의 2집 〈유브 네버 해드 잇 소 굿(You’ve Never Had It So Good)〉이다.

한 장의 레코드를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트랙은 결국 1번 곡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이 앨범에 만점을 주는 게 아깝지 않다. 이 곡의 성취는 독보적이다. 로큰롤라디오가 가장 잘하는 걸 제대로 해냈다. 나는 로큰롤라디오라는 밴드의 강점은 기동력이라고 판단한다. 그들은 신속하고 정확하면서도 록 밴드다운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히어 컴즈 더 선(Here Comes The Sun)’이 그런 경우다.

무엇보다 곡의 빈 공간을 꼼꼼하게 채워나가는 김진규의 기타 연주가 압권이다. 또 몰아칠 때는 제대로 몰아치다가도 다시 뒤로 빠져서는 곡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그는 탁월한 솔로이스트인 동시에 리듬 플레이어로서도 발군의 실력을 지닌 연주자다. 아니, 기실 로큰롤라디오라는 밴드 자체가 그렇다고 말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보컬리스트 김내현의 목소리는 한결 깊고 진해졌다. 이쯤이면 거의 완전체에 근접했다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좋은 멜로디는 물론이요, 섬세하게 연출된 기타 리프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이 여럿이다. 깔끔하면서도 박력 있는 오프닝이 돋보이는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 초반부의 나른함과 후반부의 스케일이 매력적인 대비의 서사를 이루는 ‘비가 오지 않는 밤에’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와중에 딱 하나만 더 골라 추천해야 한다면 ‘더 미스트(The Mist)’를 꼽고 싶다. 로큰롤라디오라는 밴드의 다채로운 비트 운용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리듬을 당겼다가 풀고, 그것을 다시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면서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과연 ‘이렇게 좋은 적은 처음이야’ 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는 앨범이다. 쭉 듣고 나면 당신도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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