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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세운 ‘존중의 약속’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존중의 약속’을 하기로 했다. 학생이 학생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학교 시설물에 대해 존중하는 약속을 세우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떤 약속을 할지 자못 궁금했다.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3월 22일 금요일 제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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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새로운 지역의 중학교로 전입을 왔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교직원이 모여 연수를 진행했다. 올해 모든 학급에서 ‘존중의 약속’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제까지 담임으로서 재량껏 학급 규칙을 반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하곤 했는데 이번 학교에서는 모든 반에서 공통되게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또 ‘긍정 훈육’ 측면에서 ‘타 반 학생 출입 금지, 출입 통제’ 이런 말을 쓰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금지보다는, ‘이곳은 1학년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2~3학년 학생들은 1학년 학생들의 공간을 존중해주세요’ 식으로 표현하자는 제안이었다.

중학교 학생들을 만난 둘째 날 두 시간이 ‘존중의 약속 정하기’를 주제로 편성되었다. 먼저 학교에서의 경험과 바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을 모둠으로 묶고, ‘학교 안(교실 안)에서 내가 존중받는다고 느꼈던 경험’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경험’ ‘우리 학교(우리 반)가 어떤 학교(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를 각자 쪽지에 적고 모둠 내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전체와 공유하게 했다.


ⓒ박해성 그림

학생들은 존중받은 경험으로 ‘나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다른 사람이 내 의견을 경청했을 때’ ‘친구가 자신에게 친절했던 일’ 등을 들었다. 그리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경험으로는 ‘친구가 키가 작다고 나를 놀렸을 때’ ‘내 말을 상대방이 무시했을 때’ ‘교사가 자신을 차별했을 때’ 등을 이야기했다. 우리 학교(우리 반)의 희망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대체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를 꿈꾸었다.

이를 바탕으로 두 번째 시간에는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존중의 약속’ 세우기에 들어갔다. 학생이 학생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학교 시설물에 대해 존중하는 약속을 세우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떤 약속을 세울지 자못 궁금했다.

아이들이 세운 약속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학생이 교사에게’ 하는 존중의 약속.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활동해 훌륭한 반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예의를 지키겠습니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다음은 학생들 간 서로 나누는 약속.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겠습니다” “친구를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친구를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약속할 차례다. 나는 먼저 학생들이 나에게 바라는 점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반영한 약속을 만들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서로 간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고 무리한 일정을 짜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교사가 진도를 급하게 나가서 숨차게 만드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조금 숨 쉬면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수업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겠습니다” “잘 가르치고 예의를 지키겠습니다”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겠습니다”라는 약속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약속.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차별에 민감하다. 아이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불만은 “왜 우리 반만” “왜 저만”이다. “저 친구는 늦었을 때 청소했는데 저는 왜 다른 일 해요?” “왜 우리 반만 이렇게 해요?” “이거 다른 반(아이)도 해요?(심지어 존중의 약속 세우기를 한다고 했을 때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이 납득하지 못한 것에 교사는 충분한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잔말 말고 해”라고 묵살하면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학생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 약속들이 1년간 잘 지켜지길 바라며, 새 학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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