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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울리는 ‘내전 트라이앵글’

미얀마 라카인족 무장단체 아라칸군이 경찰서를 습격했다. 일부 라카인족은 로힝야족 대학살에 협조했다. 미얀마 서부에서 반군 조직과 정부군이 복합적인 갈등을 형성하고 있다.

방콕·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3월 29일 금요일 제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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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독립 71주년을 맞은 지난 1월4일, 방글라데시와 국경이 인접한 서부 라카인주의 부티다웅 타운십에서 경찰서 네 곳이 공격을 받았다. 경찰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지난 4년간 이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펼친 반군 아라칸군(Arakan Army· AA) 350여 명이 경찰서를 공격했다. AA는 미얀마 소수민족 중 하나인 라카인족 무장단체다. 라카인족은 미얀마 전체로 보면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라카인주에서는 주류 종족이고 불교도다. AA는 라카인주에서 소수인 로힝야 무슬림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akan Rohingya Salvation Army·ARSA)과는 별개 조직이다.

독립기념일에 일어난 AA의 공격은 ‘71년 전 버마연방(당시 국호) 독립은 주류 버마족들만의 잔치’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라카인주는 1784년 버마에 의해 식민화됐다(당시에는 이 지역을 ‘아라칸’이라 불렀다). 그래서 오늘날 라카인족이 주류 버마족에게 가졌던 반감은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아라칸 독립왕국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왕국의 부활을 꿈꾸는 민족주의가 바로 AA의 지배이념이다. AA의 최고사령관 트완 므랏 나잉 소장이 필자에게 했던 말은 무장단체를 왜 조직했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시트웨(라카인주 주도)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면 다른 도시에서는 불빛이 반짝거리는데 내 조국은 어두컴컴했다.”


ⓒ이유경
미얀마 북부 카친주 라이자에 위치한 아라칸군 캠프 입구.

‘어두운 조국’에 비통해하던 라카인 청년 27명은 2009년 4월10일 AA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AA가 출범한 곳은 라카인주가 아닌 중국과 인접한 북부 카친주였다. 이들은 카친 독립군(Kachin Independence Army·KIA) 영토 라이자에 임시 본부를 차리고 KIA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으며 무기를 제공받았다. AA는 카친주와 샨주 등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무장투쟁으로 다져진 조직들과 ‘동맹’을 맺고 반군으로서 존재감을 키우며 성장했다. AA는 현재 약 700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A의 트완 최고사령관은 카친주에서 조직을 출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KIA가 가장 정비가 잘된 조직이라 그들에게 군사훈련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쪽 국경보다는 중국 쪽 국경이 전투와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는 데 용이했다. 미얀마 북부 7개 반군 연합체인 ‘연방제를 위한 정치협상 협의기구’(Federal Political Negotiation Consultation Committee·FPNCC)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AA의 트완 최고사령관은 지난해 4월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와 인터뷰하면서 라카인주 차우크퓨를 관통하는 중국의 ‘해양 실크로드’, 이른바 ‘차이나 뉴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를 중국의 라카인주 자원 착취로 보는 일부의 시각과 달랐던 것이다. 그는 “낙후한 삶을 사는 아라칸인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PA
1월4일 아라칸군의 공격을 받았던 경찰서 대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힝야족 혐오하는 아라칸군 최고사령관


카친주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AA는 2014년께부터 그들이 ‘아버지의 땅’이라 부르는 서부 라카인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본격화했다. 라카인주 북쪽에 인접한 친(Chin)주의 팔레트와 타운십을 거점 삼아 정치국 사무소를 세우고, 라카인주로 활동지역을 넓혀갔다. AA는 방글라데시 국경 쪽 치타공 일대에 거주하는 라카인족도 대원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 일대는 국경을 가로질러 라카인족이 광범위하게 거주한다. 미얀마 정부군은 AA가 방글라데시 영토에도 거점을 두고 있다며 방글라데시를 비난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AA가 로힝야 반군 ARSA와 동맹을 맺고 라카인주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라는 미얀마 정부군의 주장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AA는 3월3일 성명에서 “우리는 어떠한 테러리스트 조직과도 협력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AA는 그동안 “ARSA는 종교(이슬람)를 위해 싸우는 지하디스트 세력”이라고 폄하하고 “(로힝야 이외)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민족적 요구를 위해 싸운다”라고 주장해왔다. AA의 트완 최고사령관은 로힝야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숨기지 않는 인물이다.

2017년 8월 로힝야 반군 ARSA가 미얀마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미얀마 정부군의 로힝야 대학살은 가속화했다. 집단 강간, 방화, 고문이 만연했다. 미얀마 정부군의 학살로 몇 달 사이 로힝야족 1만~2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시사IN> 제515호 ‘로힝야족의 비극 외면하는 아웅산 수치’ 기사 참조). 로힝야족 80만명이 방글라데시로 내몰렸다. 이 시기 AA의 트완 최고사령관은 “아라칸(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칼라(로힝야 무슬림을 비하하는 명칭으로 ‘검은 피부의 외국인’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라카인족에게는 함정 같은 것이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말했다. 일부 라카인족이 로힝야 대학살 국면에서 정부군에 적극 동원되고 협조한 상황을 유념한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대학살에 대한 ‘외교적’ 수사도 함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AA는 자신들의 선전 동영상에서 ‘아라칸 드림 2020’을 내걸었다. 2020년 안에 라카인주(전체 17개 타운십 중) 5개 타운십을 정부군으로부터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한 5개 타운십은 현재 AA가 출몰하거나 작전 중인 곳이 될 개연성이 높다. 그중에는 부티다웅·라티다웅·마웅토 타운십 등 라카인주 내에서 로힝야족이 사는 세 지역이 포함된다. 현재 AA와 정부군의 교전 상황으로 인한 사상자에는 로힝야족도 포함되어 있다.

 2월 초 AA의 부사령관 뇨 트완 아웅은 “AA만이 라카인주의 유일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어떤 무장조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 말은 로힝야 반군 ARSA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ARSA는 올 1월에도 두 차례 국경수비대를 공격한 데서 보듯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가 서로 협업 중이라고 말한 두 반군 조직과 미얀마 정부군, 이 세 진영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가 현재 미얀마 서부에서 ‘내전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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