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으로서 출판 편집자의 현실은?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에코백에

교정지를 말아 넣는다.

월요일에 고스란히 들고 출근할 걸 알면서

왜 주말에 교정지를 집에 싸가느냐고

뭐라는 건, 어차피 죽을 줄 알면서

왜 사느냐는 질문과 같다.”

2년 전 출판 팟캐스트인

〈뫼비우스의 띠지〉에 소개됐던

출판편집자들의 금요일 퇴근 풍경이다.

교정지는 조판한 인쇄물을 교정하기 위해

임시로 인쇄한 것인데, 책의 예비 단계다.

지난 1월, 한 출판사에 마련된

편집자들의 집담회에서

박태근 알라딘 MD가 말했다.

“교정지를 넣어가지고 들어갈 때

이미 실패한 거예요. 안 가져가야 합니다.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요.”

‘근속연수 3년, 실무 정년 마흔.’

편집자들의 현실을 가리키는 데이터다.

2015년 출판 노동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평균 근속기간은 3.1년이었다.

3년 미만이 53.8%였고,

5년 이상 근속자는 20.2%에 그쳤다.

또한

20대가 35.3%,

30대가 58.3%.

40대 이상이 6.4%였다.

출판계에 몸담다 창업한

한 출판사 대표는,

사내 메신저에 40대 이상이

거의 없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 창업의 길에 나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판진흥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출판사 3018개 가운데

직원 5명 미만의 출판사가 74%였다.

낮은 임금, 높은 업무강도,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더해,

성인의 40%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압도적인 현실’이 따라다닌다.

집담회에 모인 편집자들은

출판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했다.

생존 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옥란 작가가

좋은 회사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과연 일하기 좋은 출판사가

있기는 한 걸까?

행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방법은 있다.

편집자가 스스로 읽어온 책들을 돌아보고

관심 있는 출판사가 어떤 책을

얼마나 냈는지, 판매지수는 어떤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책을 만들며 행복했겠구나 싶은 보도자료가

많은 곳일수록 일할 만한 회사다.

이날 모인 베테랑 편집자들은

엄혹한 시기이지만,

편집자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관적인 편집자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것은

편집자가 출판사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책에 속한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596호에 실린 기사

출판 편집자, 그대는 ‘호모 이직쿠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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