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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19년 03월 20일 수요일 제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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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입니다. 20년 가까이 주 기자로 살았습니다. 이렇게 오래 기자를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저는 공공재였습니다. 저의 생활보다, 가족보다 심지어 저 자신보다 제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제 시간은 더 중요하고 더 급한 사람들이 가져다 썼습니다. 하루 평균 약속 15개. 주말과 휴일도 없었고요. 권력과 돈 앞에 무기력한 기자들을 발견하고는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권력과 삼성에게는요. 불의를 목격하고서 도망갈 수는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저를 기자로 키우고 단련시킨 건 MB(이명박)였습니다. 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이렇게나 많이 한 사람은 또 없습니다. 돈을 위해서 이토록 꼼수를 쓴 사람도 또 없습니다. ‘스승’인 MB의 구속은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책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영화를 찍고… 전 세계를 몇 바퀴나 돌았어요. 맨땅에 헤딩의 연속이었지요. 그러면서 다짐했습니다. MB만 구속되면 바로 때려치워야지.
ⓒ시사IN 양한모

꿈에 나오던 그가 구속되자, 기쁠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허무하더군요. 목표가 사라지자 고민이 컸습니다. 그동안 여러 전투에서 입은 상처도 컸고요. 결국 다른 삶의 방향을 찾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시사IN>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요. 사실은 ‘좀 놀기도 하고’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MB가 교도소에서 ‘탈출’했습니다. 역시, MB는 나의 목자이십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저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그동안 해오던 MB 관련 취재는 어떻게든 마무리하겠습니다. MB의 수많은 범죄 중 ‘다스는 MB 것’이라는 사실만 밝혀졌잖아요. 저수지로 사라진 천문학적인 돈은 하나도 못 찾았고, 박근혜·최순실 비자금도 못 찾았잖아요. 그리고 법 위에 사는 삼성, <조선일보> ‘이씨 방가’에 대한 탐사도 이어가겠습니다. 제 방식으로.

<시사IN> 독자 여러분, 그동안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어쨌든 이제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음악다방 DJ 자리 구함. 강연·알바 환영(열정페이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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