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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식방송 댓글부대원이었다”

TV 출연 주식 전문가가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의 댓글과 ‘감사 후기’가 조작됐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전문가 경력까지 부풀리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유사투자자문업체가 2088곳에 이른다.

김은지·나경희 기자 smile@sisain.co.kr 2019년 03월 15일 금요일 제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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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목표+30%, 암학회 최대 수혜주 공개! 방송 종료 이후 21~22시, ※검색창에 히든스탁을 입력하세요!’ 3월6일 저녁 8시에 시작한 머니투데이방송 프로그램 <히든스탁> 말미에 나온 자막이다. 자칭 ‘업계 최고 증권 전문가’가 나와 추천하는 종목을 맞히는 식으로 평일 저녁 매일 진행된다. 힌트를 준 다음, 정답을 알고 싶으면 방송 직후 시작되는 온라인 무료방송에 접속하라고 여러 차례 홍보했다.

텔레비전 방송을 하면서 굳이 온라인 방송으로까지 사람을 따로 불러 모으는 이유는 뭘까. 방송에서 알려주는 대로 인터넷에서 ‘히든스탁’을 검색해 무료방송 아이콘을 눌렀다. 회원가입 안내가 떴다.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고 아이디를 만든 다음에야 무료방송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수 아이디로 ‘전문가’ 칭송, 후기 조작


닉네임을 쓰는 ‘전문가’가 텔레비전 방송 중 추천해준 종목을 말한 다음부터 본격 ‘리딩(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행위)’이 시작됐다. 화면 오른쪽의 채팅창에는 전문가 덕분에 수익을 얻었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오늘 수익 하츠 감사합니다. 375만원” 전문가 또한 자신의 유료방송을 듣고 수익이 났다는 ‘감사 후기’ 따위를 보여줬다. “최근 직장인이 된 저는 오늘 하츠 28% 넘게 389만9천원 수익 나왔어요.”

ⓒ시사IN 신선영



방송이 끝날 무렵인 밤 10시43분, ‘전문가’는 본격 유료방송 프로모션을 했다. ‘1개월 65만원, 2개월 130만원→100만원, 3개월 195만원→130만원.’ 밤 11시까지만 할인가를 제공한다며 원하는 사람은 채팅창에 숫자 3을 남기라고 했다. 이 멘트가 끝나자마자 채팅창은 3으로 덮였다. 기자도 따라 3을 누르자, 몇 분 후 회원가입 당시 입력했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처음 텔레비전을 볼 땐 전혀 언급되지 않던 유료방송 결제 이야기가 시작됐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영업 방식이었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돈을 받고 투자 상품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 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따로 자격 조건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더라도 영업이 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채팅부터 감사 후기까지 조작하는 데다가 이름만 ‘전문가’인 이들이 주식 정보를 제공한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나는 이렇게 ‘주식 댓글 조작 부대원’으로 일했다 
인터뷰 기사 참조). 온라인 여론을 조작해 하루에도 몇천만원씩 수익을 올린다는 폭로였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텔레비전 방송→인터넷 무료방송→인터넷 유료방송’으로 호객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조작 정보를 조직적으로 내세운다는 주장이다.

ⓒ시사IN 윤무영


내부고발자 최두성씨(가명·28)는 닉네임 ㄷ으로 불린 전문가 등의 인터넷 무료·유료 방송을 담당하는 ‘운영자’였다. 애니스탁은 운영자에게 인터넷 방송 시 채팅방에다 한 사람이 다수의 아이디로 제각각 전문가를 칭송하고 감사 후기를 조작하는 일을 시켰다. 처음 무료방송을 보러 온 이들이 유료방송을 결제할 수 있게 최대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했다.

이를테면 ‘30대 초반 사회초년생/ 단기 매매 좋아함/ 투자금 3000만원’이라는 식으로 몇 가지 콘셉트를 정해서 채팅방에 각기 다른 아이디로 글을 쓰고 감사 후기를 올렸다. “(회사) 부장님께 (유료) 방송보다 걸려서 엄청 혼난 뒤로 장중 방송 참여 거의 못 했는데 문자 리딩으로만 이렇게 편하게 매매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중략) 평가 손익+1,326,356.” 최두성씨는 전문가를 믿고 얻은 수익을 써놓은 숫자가 그림판에서 조작한 것이었다며 이를 캡처한 화면을 취재진에게 보여주었다.

운영자는 무료방송이 끝난 후에 유료방송 가입을 권하는 TM(텔레마케팅) 등도 맡았다. 한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니깐 믿을 만하다 생각했다. 그러다 무료방송을 접속했고 유료방송을 500만원 결제했다. 그런데 두 달도 안 되어 리딩해준 종목이 박살났다. 참다못해 채팅방에서 항의했다가 강퇴당했다. 전화하니 200만원만 환불해준다고 하던데, 그건 안 된다고 하니깐 다른 전문가 방에 넣어줬다.” 부실한 리딩으로 피해를 본 회원들의 채팅방 항의, 환불 요청 처리도 운영자 몫이었다.

최씨가 근무했던 사무실에는 자신을 포함한 운영자가 6명이었다. 아르바이트생 4명을 더 고용해 온라인 여론 조작을 돕게 했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했지만, 서울, 대전, 경기 김포 등에도 사무실이 있었다. 최씨는 서울 사무실에는 가본 적이 있다. 그는 “전주 사무실이 제일 수익이 안 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도 하루에 최소 1000만~1500만원 수익이 났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머니투데이방송 프로그램의 한 장면.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방송에 접속하라는 홍보가 나온다.


최씨는 바둑 교사, 킥복싱 선수 출신 등 대부분 금융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TM을 하다 ‘말발’을 인정받고 전문가로 등극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그는 ㅅ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전문가 또한 자기와 같은 운영자였다가 일종의 ‘승진’을 한 경우라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해당 전문가들을 소개하는 프로필에는 ‘전(前) H투자자문 주식운용매니저’라고 쓰여 있다.

최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텔레비전 생방송을 마치고 돌아가는 ㄷ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시사IN> 취재진이 그에게 프로필이 허위냐고 묻자, “회사 측과 이야기하고 있다”라고만 답하고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방송국에 있던 또 다른 전문가인 닉네임 ㄱ, ㅁ도 프로필 허위 의혹에 대해 “잘 모르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대신 여해그룹을 대리한 변호인 쪽에서 이메일이 왔다. “최근 (애니스탁을 포함한 유사투자자문업체 10곳 이상을 산하에 두었다고 지목받는) 여해그룹에서 제공하는 증권방송 서비스에 관하여 근거 없는 비방 및 음해와 함께 수억원의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해그룹은 수사기관에 공갈미수, 모욕 등으로 고소를 진행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도 강조했다. 또한 자신들이 제공하는 각종 방송에 “투자 판단을 위한 조언일 뿐 투자의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진다”라고 써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니스탁 등을 포함한 여해그룹 산하 유사투자자문업체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진행한 회원들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신고로만 운영된다고 하지만, 애초에 정보를 조작하고 거짓 광고를 한 것은 형법상 사기다. 투자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투자자 선택의 영역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유료방송을 결제하는 데까지 제공된 정보 자체가 가짜였다”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전북지방경찰청은 사기 혐의 수사에 착수해 최씨가 근무한 전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더불어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 주목하는 것은 2015년 대법원 판례(2013다13849판결 주심 박보영)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고객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무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정보를 마치 객관적 근거가 있는 확실한 정보인 것처럼 제공하고, 고객이 정보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금융투자 상품에 관해 거래를 하여 손해를 입었다면 고객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존 판례에 비해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유죄 취지의 판단을 했다.

하나같이 서민 상대로 한 금융 범죄


이러한 유사투자자문업체 문제는 최두성씨의 사례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27세 청년의 사연도 업체만 다를 뿐 행태는 똑같다. 2017년 10월부터 한 달 동안 삼성스탁에서 근무한 바가 있다는 그는 유사투자자문업체 고객 유치과정에서 정보를 조작했다고 고백했다. 고객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게 수익률을 올리고, 이것을 그림판이나 포토샵으로 조작한 다음, 고객인 것처럼 홍보했다고 글을 썼다. 죄책감을 크게 느껴 그만뒀다며 이들을 수사해달라고 청원했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1997년 자본시장법이 도입된 이래 54곳에서 2019년 현재 2088곳으로 38배 이상 많아졌다(아래 표 참조).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성장세와 더불어 피해 신고와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한 유사투자자문업체 홍보 및 댓글 조작 등의 문제는 여전히 당국의 사각지대에 있다. 직접 규제를 할 방법이 현행법으로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융 당국이 문제점을 인식 못한 것은 아니다. 2016년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주식 사기 사건으로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이희진씨 또한 유사투자자문업자였다. 피해자가 생긴 다음에야 검찰 고소가 이뤄졌고 이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2월 금융위원회는 ‘유사투자자문업 제도개선 및 감독방안’을 발표했다. “검증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무분별한 방송 출연이 제한되도록 방통위, 증권TV 방송사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

진단은 맞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도 없었다. 3월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유사투자자문업자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점검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문제점과 진단을 그대로 반복한다. “불법 혐의에 대한 효과적인 사후처리를 위해 관계기관(방송통신심의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수사기관 등)과의 업무 공조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금융 당국이 반복하는 말은 ‘개별 투자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이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전문성이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함, 유사투자자문업자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광고내용을 보면 객관 근거 없이 허위 과장된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과대 포장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함(3월6일 금감원 보도자료)” 등이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피해 사건은 주로 서민형 금융 범죄로 꼽힌다. 투자금이 많지 않은 이들이 쉽게 들어온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취직을 고민했던 이의 말은 누가 이곳에 발을 담그는지 알려준다. “‘주식 TM’은 벌이가 괜찮다고 소문났다. 그래서 직원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일을 익히기 위해서 실제 TM 사례를 들려줬다. 하나같이 어렵게 사는 어르신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진짜 전문가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믿으라며 고액의 가입비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피해 사건을 여럿 상담한 이상현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사이비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사기는 대표적 서민 대상 범죄다. 부자들은 투자자문업체를 이용하지 굳이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 반면 서민들은 이런 피해를 입고 삶 전체가 무너진다. 수사기관이 빠르게 움직여야 그만큼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3월6일 저녁 텔레비전 방송 후 가입 상담 전화에서 망설이자 다음 날 기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고액이라 부담스럽다는 말에 방송사 쪽이라고 밝힌 전화 상담원은 “가장 중요한 건 전문가님 믿고 잘 따라주면 수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도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무료·유료 주식방송이 계속 진행됐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채팅방을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네이버 국내증시 게시판에다 해당 전문가 이름을 거론하면서 항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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