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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합의가 뭐기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2월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합의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9년 03월 15일 금요일 제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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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란 정부와 기업,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식·비공식 협의를 의미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2월19일 탄력근로제 최장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3월15일 현재까지 경사노위 본위원회 차원의 의결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합의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Q. 탄력근로제란 무엇인가?

A.
‘탄력적 근로시간제’, 말 그대로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제도다(근로기준법 제51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해 1주 단위로 최장 52시간까지 노동시킬 수 있다. ‘법정근로(40시간)’와 ‘연장근로(12시간)’를 합친 시간이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노동자는 1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안 된다. 사용자 처지에서 어떤 주엔 생산 물량이 많아서 노동자 1인당 60시간 분량의 일을 시켜야 하지만, 다른 주는 한가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에도 1주에 60시간 노동을 시키면 불법이다. 그래서 이런 ‘경직된’ 노동시간 제도를 ‘탄력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예컨대 ‘1주’라는 ‘단위기간’을 ‘2주’로 늘리고, ‘주당 평균 노동시간’만 52시간 이하로 맞추면 괜찮은 방법이다. 단위기간이 2주라면, 첫 주에 노동자 1인당 60시간의 일을 시키는 대신 그다음 주엔 44시간의 노동만 배분하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2시간으로 맞춰진다. 사용자는 생산 물량에 맞춰 ‘탄력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탄력근로제다. 추가 채용의 필요성과 임금 지급 규모를 줄이는 등 노동비용도 저감할 수 있다.


ⓒ연합뉴스
2월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이미 시행 중이었다. 단위기간은 2주 또는 3개월. 3개월(12주) 가운데 6주 동안 매주 64시간까지 노동시켜도 나머지 6주의 노동시간이 각 40시간이면, ‘3개월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2시간으로 맞춰진다. 그만큼 사용자의 사정에 맞춰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월19일 나온 사회적 대화의 결론은,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는 것이었다.

Q.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 무엇이 달라지나?

A.
사용자(기업)가 더욱 자유롭고 탄력적으로 노동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위기간이 6개월이면, 3개월 동안 매주 64시간씩 노동시킬 수 있다(나머지 3개월은 매주 40시간). 더욱이 단위기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6개월 연속으로 매주 64시간의 노동을 노동자들에게 떠맡길 가능성도 열린다. 한 해의 상반기 6개월을 ‘1분기, 주 40시간’ ‘2분기, 주 64시간’으로 나누고, 하반기 6개월은 ‘3분기, 주 64시간’ ‘4분기 주 40시간’으로 배치하면 된다. 노동자들은 2분기와 3분기의 6개월 동안 매주 64시간씩 노동하게 되는 셈이다.

만약 어떤 경우에도 ‘1주 52시간 노동’을 지켜야 한다면, 사용자는 주문 물량이 많은 시기에 대비해서 채용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노동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런 필요성이 줄어든다.

임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원칙적으로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줘야 한다. 주 64시간 일한다면, 그중 24시간(64-40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탄력근로제가 적용되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12시간에 대해서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면 된다.

6개월(26주) 단위 탄력근로제에서 처음 13주는 주 52시간, 나머지 13주는 주 28시간 일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탄력근로제가 아닐 경우 첫 13주의 주 40시간을 넘는 12시간분에 대해서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이 연장근로수당(12시간×13주)은 사라진다. 3개월(12주) 단위 탄력근로제에서 사라지는 연장근로수당(12시간×6주)보다 많다.



그런데 왜 탄력근로제에서는 52시간 초과분만 연장수당을 줄까? 단위기간 ‘평균’ 법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 이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첫 13주는 나머지 13주에서 빌려온 12시간을 더해 52시간만큼이 법정노동시간이 된다. 나머지 13주에는 주 28시간(40-12시간)이 법정노동시간이 된다. 나머지 13주에도 주 28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면 연장수당이 발생한다. 문제는 사용자가 일이 적을 때는 연장노동을 시킬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연장노동이 줄어 임금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건강권 침해와 임금 저하 우려”


Q. 기업들이 탄력근로제를 주목한 이유는?

A.
기업과 정부 측은 ‘주 52시간 상한제의 안착을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2월의 근로기준법 개정 전에는, 일주일에 68시간까지 노동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1주 최장 노동시간은 52시간이었다. 평일의 법정근로 40시간(5일 동안 매일 8시간씩)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1주일’에 휴일(토·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주당 최장 노동시간은 52시간이지만, 휴일에 16시간(일일 법정노동시간 8시간×2일) 더 일할 수 있다고 관련 법률을 해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주당 68시간(40시간+12시간+16시간)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은 7일’이므로 ‘휴일에 16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는 해석은 잘못되었다는 판결이 속속 내려졌다. 국회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해 2월 법을 개정해서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68시간이 아니라 52시간으로 못 박았다. ‘주 52시간 상한제’의 시작이다. 더욱이 ‘근로시간 특례업종(근로시간에 제한이 없는 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되었다.

노동시간 축소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바로 ‘탄력근로제’였다. 이전까지 탄력근로제의 도입률은 3%대로 매우 저조했다. 노동시간이 길어서 일부러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은 까다로운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도입 요건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합의가 개악이라며 투쟁을 예고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늘린 지난 2월의 합의는 기업 측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입 요건도 완화되었다. 기존에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날짜별로 노동시간을 정해야 했다. 하지만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날짜별 노동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기업의 주장이 반영되었다. 3개월 이상의 탄력근로를 시행하는 경우, 노동시간을 ‘주별’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

Q.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를 반대하는 까닭은?

A.
한국 노동계의 양대 축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다. 이번 합의에 한국노총이 참여한 반면 민주노총은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본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뇌혈관·심장·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엔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면 이론적으로는(길게 일하는 기간을 앞뒤로 붙일 경우) 26주 동안 연속으로 매주 64시간씩 일하게 될 수 있다. 이러면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다.

다만 이번 합의엔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것. ‘과로사 방지법’ 제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근무일 사이 11시간의 휴식을 연속적으로 취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밤 12시에 퇴근했다면 다음 날 오전 11시 전엔 업무를 시킬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노동법에는 하루 일을 마치고 다음 날 일을 시작할 때까지 노동자가 몇 시간 쉬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합의한 주체들은 노동자의 휴식권을 넓혀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이번 합의는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임금 보전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고 본다.


Q. 한국노총이 탄력근로제에 합의한 까닭은?

A.
6개월 내지 1년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될 것이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반대만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에 공을 넘겼지만, 경사노위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해 ‘연내 입법’에 합의한 상태다.

노조 없는 사업장은 여전히 문제

한국노총은 이 사안이 국회로 가면 오히려 노동자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사례가 지난해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다. 지난해 사회적 대화의 실패에 따라 사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논란의 주된 대상이었던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식대 등 복리후생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대폭 늘어났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참여를 ‘야합’으로 규정한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대해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받아쳤다. 경사노위 참여 여부로 내부 진통을 이어온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Q. 이번 합의는 노조 없는 노동자에게만 불리할까?

A.
이번 합의엔 ‘근로자 대표’라는 표현이 네 번 나온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한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하면 지키지 않을 수 있다. 임금 보전 방안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때 정한 주별 노동시간이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변경될 때는 근로자 대표와 ‘협의’한 뒤 변경할 수 있다. 즉,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탄력근로제의 문제점 중 상당 부분을 노사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2017년 말 기준 10.7%다.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하는 ‘근로자 대표’가 앞서의 각종 서면 합의나 ‘협의’로 권한을 행사한다. 문제는 근로자 대표를 어떻게 선출해야 하는지 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악용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근로자 대표의 실효성은 탄력근로제를 뛰어넘는 의제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다. 노조 없는 사업장의 문제를 법으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푸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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