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사회보장기본법 제16조에 의거해 향후 5년간 실천할 사회보장 정책의 기본 방향과 핵심 과제를 포함하는 사회보장 분야 최상위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박근혜 정부 때 수립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실행된 제1차 계획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제1차 계획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일을 통한 자립’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제2차 계획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 ‘보편적 사회수당과 사회서비스 제공’ 그리고 ‘격차 완화와 공평한 기회 보장’을 내세웠다. 제2차 계획은 제1차 계획에 비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자립에서 포용으로 기본 원칙이 바뀐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포용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국민 행복’ 향상의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마다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 순위를 현재 28위에서 2023년까지 20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회보장의 4대 핵심 분야인 고용·소득·건강·사회 서비스를 확충하기로 하고 분야별 주요 목표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복지 지출에 소극적이라고 비판받는 까닭

제2차 계획에 포함된 사회보장 4대 핵심 분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고용 분야이다. 22.3%인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2023년까지 18%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안전망을 확충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둘째, 소득보장 분야이다. 공공부조 확충, 노동 연령층을 위한 소득보장체계 확충, 노후소득보장체계 확충이 포함돼 있다. 셋째, 건강 분야는 건강수명을 73세에서 2023년까지 75세로 연장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넷째, 사회서비스 분야이다. 여기에는 생애주기별·대상별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서비스 보장체계 구축과 공공성 제고가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시설 참관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복지센터에서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를 하기에 앞서 초등학생 방과 후 프로그램 현장을 찾아 어린이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고 있다. 2019.2.19

 


제2차 계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돌봄 경제’다. 노인·장애인·아동의 돌봄 수요를 잘 충족시킴으로써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관련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인데,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사회서비스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일자리 창출력이 탁월하다는 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게다가 돌봄 서비스는 지역과 밀착된 생활 SOC를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서비스 제공자인 자활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견인하는 효과도 있다.

‘돌봄 경제’ 성공의 관건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투자의 규모, 즉 사회보장 재정의 크기이다. 이는 사회투자 비중이 높은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돌봄 경제가 발전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제2차 계획의 소요 재원은 5년간 332조원이다. 올해 55조원, 2020년 62.5조원, 2023년 76조원 등인데, 이렇게 해서 현재 10.2%인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을 2040년까지 19%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현재 주요 선진국은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5%를 넘는데, 우리는 2040년에 가서도 19%에 머물겠다는 말이다. 복지 수요의 급증으로 2040년이면 저절로 복지 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을 웃돌 것이라는 추계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제2차 계획은 재정 대책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론조사에서 ‘사회보장 확대’에는 80%가 찬성하면서도 ‘세금 증대’에는 30%만 찬성했기 때문인데,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국민의 3분의 2가 찬성하는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든 정치권이든 사회보장의 확충에 적극 나서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성장이 둔화하고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복지국가 증세’를 위한 정치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켜야 한다. 재정 당국도 재정 확장을 반대하던 기존 재정적 보수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변화와 복지국가 정치 과정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행복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기자명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