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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일자리 창출했으나 일자리의 질은 ‘글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물류 혁명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뿐 아니라 피킹·패킹 직종과 배송기사 수요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비정규직·계약직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은 문제이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9년 03월 05일 화요일 제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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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물류 혁명이 오프라인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제거하는 경향을 지닌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온라인 부문에서는 고용을 창출한다. 개발자 등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뿐 아니라 물류센터의 피킹·패킹(포장) 임시 아르바이트 자리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입 화물차주, 용달 차량 등 개인사업자 신분인 배송기사 수요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에서 만난 한 배송기사는 낮에는 이마트의 온라인 서비스인 ‘쓱배송’, 밤에는 마켓컬리 ‘새벽배송’으로 투잡을 뛴다고 했다. 김 아무개씨(54)는 “스리잡, 포잡 하는 사람도 있다. 8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는 1300만원이던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는 번호판. 택시 면허와 유사하다)이 지금은 3000만원이다”라고 말했다.

ⓒ쿠팡제공
일반인 단기 배송자(쿠팡플렉스)들이 쿠팡 캠프에서 택배 박스를 차에 싣고 있다.
‘뜨는 부업’ 쿠팡플렉스


물류 혁명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호평받은 쿠팡은 지난해 8월 일반인이 자기 차량이나 도보로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쿠팡플렉스’를 시작했다(영업용 번호판이 없어도 법적으로 ‘화물차’가 아닌 이상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다고 국토교통부는 해석한다). 지금까지 30만명이 일반인 배송에 지원했다. 하루 평균 지원자는 4000명에 달한다. 3500명으로 알려진 쿠팡맨 정직원을 웃도는 숫자다. 일반인 배송자들은 계약서상 ‘배송사업자’ 신분이어서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당 수수료로 돈을 번다. 쿠팡플렉스는 카풀·타다 기사와 함께 ‘뜨는 부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 쿠팡맨은 “로켓배송은 플렉스 없으면 안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쿠팡플렉스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갈등도 생긴다. 수도권의 한 캠프(물류센터에서 가져온 상품을 분배하는 기지)는 3000원이던 쿠팡플렉스 배송 단가가 750원으로 낮아졌다.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일감을 배분받는 쿠팡플렉스들은 ‘이 가격으로 못하겠다’ ‘기름값도 안 나온다’라며 ‘한 명도 배송 나가지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쿠팡플렉스들이 ‘파업’을 한 거다. 노조도 아닌데 단합이 잘 된다. 인력이 모자라 다른 캠프 쿠팡맨들이 지원을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쿠팡맨은 6개월마다 계약이 갱신되는데, 이 때문에 임금체계 변경 등의 회사 요구에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현재 쿠팡맨 3500명 가운데 계약직은 70%다. 쿠팡맨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4년간 동결된 임금도 높이고 싶다.

하지만 파업을 하기 어렵다. 한 쿠팡맨은 “쿠팡플렉스가 있으니 (파업을 해도)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노조법상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지만, 쿠팡플렉스처럼 매일 모집해 물량을 위탁하는 경우 어디까지 대체인력인지 애매해진다. 기존 노동보호 제도와 플랫폼 노동이 충돌하는 장면이다. 쿠팡플렉스 역시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배송하다 사고가 나면 온전히 본인 책임이다. 한 쿠팡맨은 “1970~1980년대의 착취와는 분명 다르다. 기업은 기술혁신에 따라 가치를 높이는 반면 노동 측면에서는 비정규직·계약직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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