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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충분하지 못하다는 ‘독일 언론’

독일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약 1만1711원으로 인상했다. 언론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 비판하고, 노조도 약 1만5293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주협회는 ‘너무 높다’고 난리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2월 18일 월요일 제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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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부터 독일의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이 9.19유로(약 1만1711원)로 인상되었다. 독일에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건 2015년 1월1일부터다. 그 이전에는 산별 교섭으로 정해진 임금 하한선이 최저임금 기준이었다. 정부가 노사 교섭에 개입하기보다는 자율에 맡기는 전통 때문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별노조에 포함되지 않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2015년 1월 시간당 8.5유로(당시 환율로 약 1만200원)로 최저임금제가 시행되었고, 2017년 8.84유로로 인상되었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2년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한다(최저임금위원회는 주요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 간의 협의에 따라 위원장 1명을 선출하고 노동자 대표 3명, 고용자 대표 3명, 투표권이 없는 학자 2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5년이다).

독일에서도 2015년 최저임금 도입 당시 가장 큰 논란은 일자리였다(<시사IN> 제403호 ‘최저임금 도입 150일, 독일에서 생긴 일’ 기사 참조).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일 주요 경제연구소 중 하나인 IFO 연구소는 최저임금이 8.5유로로 정해지면 일자리 90만 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직업시장과 노동시장 연구기관인 IBA는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일자리 4만~5만 개가 사라졌다고 보았다. 독일 언론 대다수도 최저임금제 도입이 일자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dPA
지난해 5월 ‘미니잡 센터’를 방문한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사회장관(가운데).

최저임금제 도입 후 일자리 줄었나


어느 쪽 주장이 타당했을까? 독일에서는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 약 130만 개가 생겼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소득 하위 10% 계층의 시간당 임금이 13% 증가했고, 월 소득도 11% 늘어 최저임금 도입이 소득 최하위 계층에 분명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노동조합연합의 분석 결과 최저임금 도입 후 임금이 크게 상승한 일자리는 숙박·요식업계나 물류업계 등 이전에 매우 낮은 임금을 받던 분야였다. 특히 옛 서독 지역(9%)보다 옛 동독 지역(14.1%)에서 임금 상승 폭이 더 컸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수치에도 여전히 최저임금제에 비판적이다. 이들은 독일 경제가 호황기인 덕분에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을 뿐, 최저임금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거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도입에 호의적이었던 독일 언론은 다른 지점에서 비판적이다. 하위 20% 계층에 주목한다. 2014년에서 2015년까지 하위 20% 계층의 시간당 임금이 6% 증가하는 동안 월 소득은 2%밖에 늘지 않았다. 독일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던 사업장 가운데 40%가 최저임금 도입 이후 근무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Bloomberg
독일 노동조합연합의 분석 결과 최저임금 도입 후 숙박·요식업계의 임금이 크게 상승했다. 왼쪽은 베를린의 한 레스토랑.

독일 주요 언론은 빈곤층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데 최저임금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주간지 <자이트>는 최저임금이 저소득 계층의 사회보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못했다는 IBA의 최저임금 연구 책임자 마리오 보슬러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1인 가구가 풀타임으로 일할 경우 사회보장의 도움 없이 생활 가능한 정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지만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1인 가구가 아니라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도 흔하다. 또 여러 언론은 최저임금이 높은 집세를 부담해야 하는 도시 생활자에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주간지 <슈피겔>은 칼럼을 통해 최저임금이 도입될 때 지나치게 낮은 금액에서 시작한 점을 지적했다. <도이치벨레>도 최저임금 분석 기사를 통해 독일의 최저임금이 겉으로 보기에는 높은 수준이지만 독일 경제력과 비교했을 때는 매우 낮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일한 1인 가구의 경우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1100.5유로(약 141만원)로 생활해야 한다. 이 금액은 독일의 공식적인 빈곤층 경계소득보다 14.5유로(약 1만8000원) 높을 뿐이다.

독일 노동조합연합의 슈테판 코르젤 이사는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수준’일 뿐이고, 최저임금은 삶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민당의 주요 인사들도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12유로(약 1만5293원)까지 올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무장관 겸 부총리인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역시 12유로 최저임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부업용 ‘450유로 일자리’ 다시 늘어

반면 독일 고용주협회의 잉고 크라머 대표는 “최저임금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를 설치했고 사민당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이미 합의한 것이다”라며 최저임금 상승 폭은 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산업 경쟁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호텔숙박요식업연합회의 잉그리트 해거스 대표도 “현재 속도의 최저임금 상승이 숙박요식 업계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최저임금과 함께 월 소득 450유로 이하 일자리에 해당하는 ‘미니잡’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연금 수령자와 청소 노동자 등 저소득자들이 부업으로 주 15시간 일하고 월 450유로(약 54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미니잡(일명 ‘450유로 일자리’)이라 부른다. 미니잡이 확대되면서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사회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서 일자리의 질은 낮아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당초 최저임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불안정한 일자리인 미니잡이 줄어들리라 기대했다. 실제로 2015년 최저임금 도입 5개월 만에 미니잡 23만 개가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개된 독일 연방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도입 초기 감소했던 미니잡 종사자 수가 2018년 최저임금 도입 이전과 유사한 수준인 750만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사회보험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가졌으면서 부업으로 미니잡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일자리 한 개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고용주도 미니잡을 사회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일자리로 전환하지 않고 근무시간을 줄여서 미니잡을 유지했다.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중요시하는 자유민주당이 최저임금 상승 폭에 맞춰 미니잡 기준을 450유로에서 551유로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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