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홈리스 야학 교사로 활동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50~ 60대 남성들만 있는 곳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불편하고 어려웠다. 간혹 여성 학생이 오면 관심을 가지고 챙겼다. “여성 교사가 많아서 좋다”라고 말하거나, 남성이 옆에 오기만 해도 싫어하는 여성 홈리스들을 보며 여성 홈리스가 겪는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역 인권지킴이로 활동했다. 금요일마다 용산역에 가서 홈리스를 만나 필요한 것을 묻고, 단속이나 폭력 상황이 생기면 개입하는 일이었다. 거리에 서니 명확해졌다. ‘여성이 어떻게 거리에서 살아가지?’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지 〈연희관 015B〉 이은기 기자(사회학과 15학번)가 ‘여성 홈리스와 마주하기’ 기사를 쓴 계기다. “남성이 많은 곳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폭력에 노출될까 봐 두려움이 있는데, 거리에 나온 여성 홈리스들은 나를 보호해줄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모든 현상이 다 사실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분명히 존재하는 삶인데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삶이 많다. ‘이 사람들도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시사IN 조남진여성 홈리스 문제를 취재한 이은기 〈연희관 015B〉 기자는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이 기사는 형식·내용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매체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홈리스’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여성 홈리스’의 삶에 주목했고 당사자 인터뷰까지 끌어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자는 여성 홈리스인 로즈마리, 반짝이, 에버그린을 만났다(홈리스 야학에서 스스로 지은 별칭이다). 대화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두 시간 반을 했는데 쓸 수 있는 말이 없는 인터뷰도 있었다. “어떻게 내가 들은 얘길 편견을 담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게 재현해내느냐를 가장 고민했다. 처음엔 딱딱한 논문 같았는데 교지 구성원들이 피드백을 줘서 많이 나아졌다(웃음).”

그렇게 들여다본 여성 홈리스의 삶은 ‘악순환’이었다. 보통 거리에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이 없다’는 경제적 상황인데, 여성 홈리스는 가정폭력으로부터 탈출한 경우도 상당수다. 이 기자는 “로즈마리님 표현을 빌리면 ‘거리에 있는 여자 중에 정신병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치를 봐야 하고 욕도 들으니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 거리에 나왔는데 다시 폭력에 노출된다.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로즈마리는 남성 홈리스가 가득한 무료급식소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옆에 앉은 남성으로부터 ‘꼴린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가지 않는다. 이 외에도 생리대를 살 수 없어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로 해결하거나, 성폭력을 피하기 위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내내 걸어 다니는 등 여성 홈리스이기에 겪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사는 여성 홈리스를 향한 지원체계가 미비하며, 이들의 조건과 경험을 반영하는 사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기자는 사회에 진출하면 언론 쪽에서 진로를 모색할까 생각 중이다. 저널리즘이 사양산업이라는 지금 기자를 꿈꾸는 이유를 물었다. “한때는 기자가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기자들이 어떤 보도를 얼마나 하느냐가 의제를 끌고 가는 힘인 듯하다. 대단한 특종보다도, 여성 홈리스 기사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과 삶의 여건에 대해서 계속 쓰고 싶다.”



뉴커런츠 부문 심사평

현역 기자도 쉽지 않았을 취재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

ⓒ시사IN 이명익

뉴커런츠상은 제8회 대학기자상부터 신설됐다. 첫 번째 수상자로 〈세종알리〉(세종대), 〈외대알리〉(한국외대), 〈이대알리〉(이화여대), 〈회대알리〉(성공회대)를 발행하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이 꼽혔다. 지난해 〈세종알리〉가 취재부문상을, 올해 〈외대알리〉가 대상을 차지했다. 대학언론에 새바람을 일으킨 기자들에게 주는 뉴커런츠상 수상자를 낸 매체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뉴커런츠 부문 수상자가 없었다. 올해 최종 심사에는 두 기사가 올라왔다.

심사위원들은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지 〈연희관 015B〉 이은기 기자의 ‘여성 홈리스와 마주하기’와 〈미디어눈〉의 ‘탈북 청년’을 두고 최종 심사를 했다. 탈북 청년은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일러스트 등 형식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내용 면에서 기성언론의 보도와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이 모였다. 심사위원들은 ‘여성 홈리스와 마주하기’의 이은기 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탈북 청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재하기 어려운 여성 홈리스들의 인터뷰를 끌어내 스토리로 구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자는 의심하는 직업이다. 모든 의심이 취재로 연결되지 않는다. 현역 기자들도 여성 홈리스 취재가 쉽지 않다. 이은기 기자는 홈리스 야학 교사와 용산역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며 품었던 의구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도대체 여성 홈리스들은 어떻게 거리에서 살아남을까?’ 이 기자에게는 봉사활동이 사전 취재였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 기자를 조만간 지면이나 화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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