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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곧 반 배정 시기가 다가온다.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그게 무슨 걱정이야?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핀잔주는 교사나 학부모도 있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일까?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1월 31일 목요일 제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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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말,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이별을 준비한다. 선생님은 학급 영상을 만들고, 학생들은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빠르게는 1월, 늦게는 2월에 종업식을 한다. 곧 헤어질 인연, 다시 맞이할 새로운 만남에 앞서 기대와 두려움을 느낄 시기이다. 누군가와 1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일은 특별하다. 특히 학창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동영상 BJ들이 매년 2월에 하는 단골 멘트가 있다. “공감 누르면 반 배정 잘된다. 안 누르면 망한다.” 그만큼 학창 시절 반 배정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관심거리다.

최고 난도의 혼밥 레벨은 ‘급식실에서 혼자 먹기’


왜 그럴까? 학창 시절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학년이 올라갔을 때 친한 친구와 떨어진다면 누구와 함께 이동수업을 가고, 누구와 급식실에 밥 먹으러 갈지 아이들에게는 크나큰 고민거리다. 아이들 사이에 많이 얘기되는 ‘가장 난도가 높은 혼밥 레벨’이 ‘급식실에서 밥 혼자 먹기’인 것을 보면, 이맘때 아이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박해성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반 배정 규칙이 있다. 대개 성적순으로 1반에 1위, 2반에 2위, 이런 식으로 배열해 반별로 성적을 고르게 편성한다. 성적 1위와 2위 학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반이 될 확률이 높다. 반 배정을 위한 교사협의회도 진행된다. 학교 폭력 이력을 포함한 아이들의 학교생활 전반을 고려한 뒤 반 배정을 한다. 이 시기에는 반 배정 관련 민원이 많다. 모두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도 곤경에 처할 때가 많다. 학기말에 한 남학생은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남자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내게 2학년 담임을 맡아달라고 수차례 말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교사들에게도 어떤 학생들을 만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새내기 1학년과 만나는 일은 미지의 세계를 접하는 것과 같다. 필자도 3년 내내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걱정이 앞선 적이 많았다. 그럴 때 종종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후배 아이들에 대한 평판을 넌지시 건넨다. “○○를 조심하세요”라든가 “○○이는 장난이 심해요” 같은 말들이다. 솔깃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그런 이야기들을 거르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만남을 앞두고 전 담임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들은 정보를 참고할 수 있지만, 어떨 때는 쓸데없는 편견이 심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시작부터 관계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롭게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관점이니까.

곧 반 배정 시기가 다가온다.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그게 무슨 걱정이야?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핀잔주는 교사나 학부모도 있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일까? 어른들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거나 같은 직장 안에서 부서를 옮겨 새로운 상사, 동료와 일하게 되었을 때 드는 기분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 공책과 필기구를 새로 마련한다. “올해는 꼭 1등을 해라”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대입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지” 같은 당부도 한다. 새 학용품이나 학습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의 마음 준비다. 아이가 새 학급, 새 친구, 새 선생님이라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 3~ 4월에는 좀 더 주의 깊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새 학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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