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외편집자〉
츠즈키 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컴인 펴냄
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으른 나는 스스로를 자주 미워한다.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불안과 자책 사이를 서성이다가 집어든 책에서 40년차 프리랜서 기자(편집자)인 저자는 단언하고 있었다. 잘 팔리는 기획이나 취재 잘하는 비법 같은 걸 알고 싶다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Popeye〉와 〈Brutus〉에서 현대미술· 건축·디자인 취재를 담당했고 일본 각지의 기묘한 명소를 찾아다니며 〈Roadside Japan 진기한 일본 기행〉 등 사진집 수십 권을 펴낸 저자는 여전히 현장에 있다. 예순 나이에도 취재 요청 전화를 거절당하고, 어린 아티스트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말이다. 그에게 끝나가는 쪽은 출판업계지 출판이라는 매체가 아니다.

‘재미주의자’처럼 보이는 저자도 실은 초조함과 위기감을 동력 삼아 콘텐츠를 만든다. ‘어째서 아무도 이걸 취재하지 않는 거야’라는 분노도 조금 섞어서. 그에게 저널리스트는 “흙투성이가 된 채로 ‘왠지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는 것’을 파고드는 한 명의 병사”다(173쪽).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모두가 “이게 좋아”라고 할 때 “이런 것도 있어”라고, 될 수 있는 한 선택지를 많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사는 ‘작품’이 아니라 ‘정보’라는 그의 태도야말로 익혀야 할 자세였다. 이미 철거되어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은 한 사건 현장을 굳이 찾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가는 건 무의하다’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가보자’라는 생각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141쪽).”

그리고 역시 이런 말에는 ‘촌스럽게’ 뭉클해지고 만다. “취재하는 이가 진심으로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취재하는지 아닌지는 반드시 상대에게 전달된다(113쪽)”라든지, “나는 다수결에서 지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기사를 쓰고 있다(227쪽)” 같은 문장이 그랬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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