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서울 강남 일대를 돌다 보면 성형외과 광고를 흔하게 본다. 광고를 이루는 주된 이미지는 성형 전후를 비교하거나 성형으로 만들어진 얼굴의 앞과 옆을 찍은 사진이다. 내 눈에 그 얼굴들은 아름답기보다는 기이하게 보인다. 분명히 일반적인 미인의 기준에 맞춰 쌍꺼풀 눈, 오뚝한 코, 갸름한 턱선, 도톰한 입술을 만들어놓았지만 도무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낯설고 이상한 일종의 이질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런 기이한 느낌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언캐니(uncanny)이다. 언캐니는 현실에서 만나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느낌의 사람, 사물, 사건 등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근래에는 디지털 사진이나 영화 등에서 만나는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기이한 분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로만 만든 배우들이 출연하는 몇몇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고 널리 알려졌지만, 보는 내내 기이하고 낯선, 약간은 기분 나쁜 느낌이 있었다. 개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실과 가상이 만나 현실화되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기분이 바로 언캐니이다.

ⓒ시사IN 조남진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판.
성형 전과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의 얼굴은 현실이다. 그 현실에 성형수술이라는 가상이 결합한다. 그것은 가상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난다. 그 현실화의 결과가 성형 미인이다. 극단적인 경우엔 과도한 성형이나 실패로 얼굴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성형에 성공한 얼굴이라 해도 이상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미국인에 비해 성형수술을 4배나 많이 한다. 성형수술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성형외과들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사진이다.

4단계 이미지 변화 끝에 탄생한 광고사진

물론 그 광고사진은 현실 그대로가 아니다.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가상 이미지다. 그러니까 진짜 얼굴을 일단 성형하고, 성형한 얼굴을 사진 찍고, 그 사진을 다시 손보는 최소한 3단계의 이미지 변화를 거쳐 광고판에 걸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컴퓨터 모니터상의 이미지가 프린트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4단계 변화쯤 되겠다. 한 사람의 얼굴이 사실, 진실로부터 점점 멀어져 ‘언캐니 밸리’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로봇이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유사성이 일정 수준이 되면 호감도가 감소하는데 이 구간을 ‘언캐니 밸리’라고 한다). 즉, 인간과 아주 다른 로봇이나 거의 똑같은 로봇은 편하게 느껴지는데, 좀비나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로봇은 언캐니 밸리를 만든다고 한다.

일상에서 언캐니한 기분을 성형외과 광고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월의 흐름을 부정하기 위해 보톡스를 마구 맞은 듯한 연예인의 얼굴, 낯선 사람의 지나치게 두꺼워진 아랫입술, 사이버상의 무수히 많은 게임 캐릭터에서도 느낀다. 아마도 이 언캐니한 기분의 일반화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가 말했듯 ‘현실이 유령처럼 되어가는’ 일종의 초현실 상태임을 가리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기자명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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