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를 조사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가 밝혀낸 사실 중에 ‘장자연 통화 내역 1년치 실종’이 있다. 지난해 출범 직후 2009년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검찰 과거사위는 장자연, 기획사 대표 김종승 등 주요 인물의 통화 내역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장자연씨 휴대전화 3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도 없다. 이번 조사로 2009년 당시 압수수색 등 전반적인 수사가 부실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시사IN〉은 장자연 리스트 수사 관계자들과 과거사위에 출석한 이들을 취재하며 통화 기록 1년치가 사라진 것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있을 수 없는 일”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통화 내역은 장자연 문건과 함께 장자연 사건을 조사하는 기본이자 핵심 자료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장씨가 누구와 연락했는지를 알려주는 객관적인 기록이다.
검찰 과거사위는 통화 내역이 사라진 이유가 ‘조선일보 방 사장’ ‘조선일보 사장 아들’과 연관 있는 게 아닌지 집중 살폈다. 당시 수사 검사가 개인적으로 가진 파일을 검찰 과거사위에 뒤늦게 제출했지만 원본은 아니었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경찰은 “장자연 통화 기록에 방정오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 수사기관은 장자연씨 미니홈피 압수수색 계획을 세워놓고 실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장씨 집 압수수색도 부실했다. 당시 경찰은 장씨 침실만 뒤적였다. 메모가 적힌 물건으로는 수첩 1개, 다이어리 1개, 스케치북 1개를 압수해 갔는데 그마저도 유족에게 돌려주면서 복사해놓지 않아, 수사 기록에 내용이 없다. 화장대 립스틱 사이에 꽂혀 있던 명함 등은 가져가지도 않았다.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은 검찰 과거사위 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장씨 다이어리에 ‘방정오 시 미팅’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는 걸 봤다는 장씨의 최측근 증언을 확인한 바 있다.
2009년 수사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통화기록 조회를 짧은 기간으로만 한정한 사실도 비판을 샀다. 수사기관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2008년 9월 한 달치,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2008년 10월28일과 29일 이틀치만 통화 내역을 조회했다. 수사기관이 조회한 2008년 9월 한 달 동안 방상훈 사장의 통화 내역은 35통뿐이었다. 부인과 한 통화도 3통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대포폰(차명 전화)의 존재를 알아보는 등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들은 당시 짧은 기간만 통화 기록을 조회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서는 기본 1년을 요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됐다”라고 공통되게 검찰 과거사위에 증언했다. 심지어 당시 수사팀의 한 경찰은 “검찰이 서른 번 가까이 통화 내역 조회 신청을 기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 당시 수사 검사는 “김종승·장자연과 통화했다면 김종승과 장자연 통화 내역에 다 나오기 때문에 중복으로 조회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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