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의 2주

[2]

2018년 12월11일, 태안

아들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었다.

영안실에서 만난 회사 사람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용균이가 고집이 세서 하지 말라는 일을 했습니다."

[3]

2018년 12월13일, 태안

아들이 일했던 태안 화력발전소를 둘러봤다.

사물함에 있던 아들의 물건에서 석탄 가루가 떨어졌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기가 막혔다.

"옛날 탄광보다 더 열악했어요.

가서 보니 우리 용균이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더군요."

[4]

2018년 12월17일, 서울

어머니는 광화문에 차려진 아들의 분향소를 찾았다.

"엄마가 너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줄게.

내가 최선을 다해 발 벗고 나설 거야.

약속할게."

[5]

201년 12월19일, 서울

어머니는 아들 또래의 비정규직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는 그들을 오랫동안 안아주었다.

"저도 그 아픔을 헤아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6]

비슷한 노동재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어머니를 보듬어주었다.

"그분들이 자신은 어떻게 견뎌왔는지 말씀해주셨어요.

나도 그렇게 하면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

2018년 12월20일, 대전

면담을 거부하며 셔터를 내린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

'쪽문으로 들어가시라'는 말에 어머니는 대답했다.

"죄지은 사람처럼 몰래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결국 셔터는 올라갔지만, 면담은 아무런 진척 없이 끝났다.

[8]

2018년 12월22일, 서울

첫번째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부르고 연단을 내려온 어머니는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다.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가로등에 묶어놓고 왔다.

[9]

2018년 12월27일, 서울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비록 용균이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지만,

우리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들에게 고개를 들 면목이 생겼습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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