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시민단체 모임인 ‘주거권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2월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촌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던 고시원은 값싼 주거 공간을 찾는 수요와 함께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쪽방, 여관, 판자촌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주택 이외의 거처(비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전국에 37만 가구다. 이 가운데 고시원 거주자가 15만1553가구(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개발로 인해 저렴한 주거지가 사라지고 빠른 주택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시생이 아닌 일반 저소득층이 대거 유입된 공간이 고시원이다”라고 말했다. 임시 거처가 아닌 저임금 도시 노동자들이 장기 투숙하는 주거 공간이 된 것이다.

문제는 국일고시원처럼 방재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고시원이 많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14일 국일고시원 앞에서 열렸던 기자회견 때 전국세입자협회 윤성노 활동가는 3㎏짜리 스프링클러를 들어 보이며 “바로 옆 소방골목에서 1만8000원을 주고 샀는데 이거 하나만 있어도 7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7월과 10월 경기도 용인시와 서울시 강남구의 고시원에서 불이 나 각각 7명과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후 이듬해에 법이 개정된 바 있다. 고시원 등 화재에 취약한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09년 7월8일 이전에 영업을 시작한 고시원에는 적용되지 않아, 노후 고시원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전국 1만1900개 고시원 중 2009년 7월8일 이전에 개업한 고시원은 총 3403개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다. 이 중 57.2%(1945개)가 서울에 있다. 소방청 화재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에도 고시원에서 화재가 매년 수십 건 일어났다(최저 2009년 34건, 최대 2016년 87건). 2018년에는 1월부터 10월까지만 69건이 발생했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