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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케이팝의 지덕체 ‘정국’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1월 16일 수요일 제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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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지덕체(智德體). 교육론에서 주요 체계로 소환되곤 하는 이 개념은 어엿하게 성장한 성인을 뒷받침하는 마법의 트라이앵글이다. 학문과 상식 등 배움에 필요한 지식과 지성을 뜻하는 지(智), 도덕심에 관련된 덕(德), 그 모든 것이 깃들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의미하는 체(體). 만약 케이팝 세상에도 이러한 ‘지덕체’ 같은 필수 3요소가 존재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직업명 가수를 부끄럽지 않게 할 만한 ‘실력’, 누군가의 우상이 될 만한 카리스마에서 외모까지 한 사람의 내외와 전반을 아우르는 ‘매력’, 마지막으로 슬프지만 숫자가 작을수록 많은 주목과 가능성 타진을 동시에 받는 ‘나이’가 아닐까.

듣는 것만으로도 엄격하고 잔인한 이 기준을 모두 통과한 인물은 케이팝 역사 20년을 통틀어봐도 열 손가락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기적의 한가운데,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있다. 1997년생.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열여섯 살이었던 그의 별명은 ‘황금 막내’다. 일반적으로 ‘막내 온 탑’ 등의 얄궂은 표현으로 그룹 내 나이 서열과 멤버 간 관계성을 공고히 하는 데 쉽게 소모되곤 하는 ‘막내’라는 포지션에 ‘황금’이 붙었다. 무게와 근거가 있는 수식이다.

스물한 살에 이미 빌보드 정상에 오른 정국의 팀 내 포지션은 메인 보컬이다. 그의 보컬은 우리가 흔히 아이돌 그룹 메인 보컬에게서 쉽게 기대하는 ‘고음 집중형’ 혹은 ‘가창력 과시형’과는 전혀 스타일이 다르다. 힘보다 감성으로 승부하는 그의 섬세한 보컬은 잔잔히 흐르다가도 후렴구와 하이라이트에서는, 어찌되었든 ‘질러줘야’ 성에 차는 일반적인 케이팝 구성과 방탄소년단의 음악 사이에 가장 큰 차별점을 만든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주류 아이돌 팝보다 해외 팝 공식에 가까워져갈수록 그의 보컬은 더욱 빛났다. 국내 팬들에게는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는 익숙한 팝스타의 그것으로 다가간 것이다. 여기에 앞자리 1을 겨우 떼어낸 나이와 그 숫자에 걸맞은 젊은 육체가 내뿜는 주체 못할 에너지, 청량감이 함께 더해졌다.


무려 2년5개월 동안 진행되며 방탄소년단을 전세기에 태우고 빌보드와 유엔까지 데려다준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의 첫 곡인 ‘유포리아(Euphoria)’는 정국의 솔로곡이다. 사춘기의 혹독한 터널을 지나 이제 막 꽃피는 청년기의 입구에 선 그가 예의 감성 어린 목소리로 꿈꾸듯 노래한다. ‘저기 멀리서 바다가 들려/ 꿈을 건너서 수풀 너머로/ 선명해지는 그곳으로 가/ Take my hands now/ You are the cause of my euphoria.’ 완성된 케이팝 지덕체 사이로 극도의 행복감과 희열이 흐른다. 이것은 케이팝이 전할 수 있는 어떤 환상의 집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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