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흔 펴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올리자마자 1292명이 후원금 2000만원을 모아 주었다. 지난 1월, 독립출판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호응을 얻었다. 1쇄에 1500부를 찍었다. 동네서점에 입고할 800부를 추가로 찍었다. 출판사 흔을 통해 기성 출판물로 변모한 지난 6월, 대형서점에 입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흥할 줄 몰랐다. 유통 경로가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하더라도 볼 사람만 볼 ‘마이너’한 책이라고 생각했단다. 백세희 작가(28)의 예상을 깨고, 책은 12월 현재 28만 부가량 팔렸다. 독립출판물에서 시작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최초다. 유시민·정재승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콘텐츠는 소위 ‘대박’ 치기가 어렵다고 해요.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우울한 글을 의식적으로 피하잖아요. 책이 호응을 얻다 보니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줄고 정신과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데 일조한 건가’ 싶어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작가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담았다.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넣어 무게를 실었다. 근본 원인을 찾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앓고 있던 우울과 불안에 대한 병명조차 알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병이라는 진단에 오히려 속이 시원하고 기뻤어요. 내 아픔을 알아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가 진단받은 ‘기분부전장애’는 아무리 검색해도 쉽사리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정신과 치료 기록을 책으로 엮어

지난해 여름, 사람을 대면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또 들었는지, 돌아서면 기억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녹음을 하고,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복기했다. 상담 치료를 받기에 앞서 의사에게 녹음을 해도 되느냐고 허락을 구했다(담당의는 출판에 동의하면서도 공저자로 이름 올리기를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3회가 지나 장문의 댓글이 도착했다. ‘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제 삶은 어둠 같은데, 이 글을 보는 순간만 빛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보를 주려 했던 것뿐인데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가 남긴 댓글 덕분에 작가는 용기 내어 책을 만들 수 있었다.

ⓒ시사IN 조남진백세희 작가(위)의 작품에 20~30대 여성이 호응했다.
“사람들은 몸에 난 상처에는 민감한데, 마음에 난 상처에는 둔감하잖아요. 내 안에서 곪고 있었지만 미처 표현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글로 마주한 것 같다는 후기를 보고 감명받았어요”라고 백 작가는 말했다. 책을 구입하고 반응을 보여주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다.
제목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의 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그는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어디서, 어떻게 죽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떡볶이는 먹고 싶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죽고 싶다면서, 떡볶이는 왜 먹어? 배는 고프냐? 죽고 싶은 거 맞아?’ 죽고 싶은데도 배는 고프고, 떡볶이는 맛있는, 여러 마음이 한데 섞였다. 괴로웠다. 하지만 이 모든 마음은 사실이었다. ‘모순된 공존을 받아들여도 된다’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알게 되자 위로를 받았다.

백세희 작가는 현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권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출간을 목표로 한다. “한두 명이라도 제 글을 읽고 도움을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백 작가는 잘살기 위해, 삶의 생기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할 뿐이다. 반려견 3마리와 함께 지내는 그는 언젠가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 꿈을 꾼다. 





우울증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다

지난 4월, 가끔 서점에 오는 손님이 우리 서점에는 없는 책 한 권을 찾았다. 제목이 참 재미있었다. ‘우울’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 다른 손님이 같은 책을 찾았다. 그다음 날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면서 며칠 사이에 같은 책을 찾는 일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이렇게 안도북스에 들어왔다.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떡볶이’라는 일상성에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동일 선상에 두었다. 삶과 죽음이 한눈에 보이는 제목이라니. 책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만으로도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다. 의사는 간단히 처방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고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이 질문을 던지거나 방향만 제시한다.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우울’을 말한다. ‘우울감(感)’은 ‘증(症)’이 되고 ‘병(病)’이 된다.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우울’을 고백한 도서가 다수 출간됐다. 이 가운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우울증의 지평을 넓히며 다수의 독자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로 어필했다.

이 책은 충고·조언·평가·판단 따위는 보류하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독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의문을 품게 하고 때로는 그 속에서 답을 얻게 했다. 질문도 해답도 결국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다.
당신도, 나도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말자. 그 누구도 내게 동조를 요구하지 않는다. 
임화경 (안도북스 대표)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