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라는 말보다 ‘치유자’로 불리길 원하는 정혜신은 ‘나’의 정의부터 내리고 책을 시작한다. ‘나’ 혹은 ‘너’의 실체는 그가 느끼는 ‘감정’ 즉 마음 상태라는 거다. 양심이나 거룩한 이념 혹은 세계관이 아니고 말이다. 심지어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래서 나 스스로도 그 가치를 폄하했던 ‘나의 감정’이 곧 ‘진짜 나’라는 거다.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고 나니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말들이 머리를 쪼개듯 이해됐다. 우리가 살면서 상처와 오해를 주고받거나 그토록 상대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내 가치관이나 이념 따위가 아닌 내 마음, 내 감정이었던 거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속상한지 행복한지를 정확히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안 되어서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고 스스로를 괴롭혔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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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꼽은 올해의 책
동네서점이 꼽은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책을 선별하고 내보이는 동네서점 운영자들은 올해 어떤 책을 읽었을까. 이들은 기성 출판물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이들이 추천한 독립출판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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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멈춘 후의 전쟁
총성이 멈춘 후의 전쟁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가 헤쳐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잭 런던이 떠오른다. 두 사람 모두 디킨스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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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백씨 이야기’가 나올 때
이제 ‘두 백씨 이야기’가 나올 때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네? 병사라고요? 병사요? 병사 말입니까?(178쪽)” 책을 받아들자마자 사망진단서 작성 일화가 실린 부분을 찾아 읽었다. 2016년 9월25일 14시 임종 직후 백남기 농민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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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위민복 (외교관)
미국 남북전쟁 하면, 항상 남부의 면화(목화) 밭에서 면화를 수확하고 있는 흑인 노예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필이면 왜 미국이고, 왜 면화인가? 게다가 흑인 차별은 이후에도 심했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