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아쿠아맨〉은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해저에 가라앉은 고대문명 아틀란티스의 후예인 주인공은 수중에서 호흡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양 생명체와 교감도 한다. 그는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해저와 육상의 두 세계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판타지에 속하는 슈퍼히어로물인 만큼,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상상의 산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실제 상황과의 접점이다. 영화에는 뭍사람들에게 바다의 왕이 품게 된 분노를 설명하기 위해, 쓰레기로 가득한 바다를 보여준다. 이 장면을 위해 굳이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에 ‘Garbage Wave’라는 낱말을 입력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다 위를 떠돌던 거대한 쓰레기 섬의 일부가 풍랑으로 분리되어 나와, 해안 지역을 덮친 것이다. 거무튀튀하고 둔중한 쓰레기 파도가 해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모습은 바다발(發) 디스토피아의 프롤로그나 다름없다.
인류는 쉬지 않고 바다에 쓰레기를 흘려보내왔다. 대양의 거대함과, 끊임없는 순환이 만들어내는 자정력을 믿고, 바닷물이라는 장막으로 폐기물을 덮는 것에 안주해왔다. 

ⓒDAL&MIKE 웹페이지태평양에 있는 쓰레기 섬(위)은 우리나라 면적의 15배나 된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엔지니어 귀스타브 코리올리 (1792~1843)는 지구의 자전에 의해 움직이는 물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이 현상은 그의 이름을 따서, 코리올리 효과라 불린다.

복잡한 수식을 간단히 풀어서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회전하는 원판 가장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 똑바로 공을 던진다. 받는 사람 처지에서는 공이 한쪽 옆으로 휘어져 날아오는 것으로 보인다. 바깥에서 볼 때 공은 직선으로 날아갔다. 다만 받는 사람이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이번에는 원판의 회전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공을 굴려본다. 공은 이내 방향을 틀어, 굴린 사람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적절한 힘으로 공을 굴리면, 공은 원을 그리며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현상은 동네 놀이터에서뿐 아니라, 전 지구적 스케일로 일어나는 중이다. 해류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의 적도와 극지방은 자전 속도가 다르다. 적도에 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시속 1600㎞로 우주 공간을 이동하는 반면, 북극 위에 서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제자리에서 맴맴 돌 뿐이다. 이런 속도의 차이 때문에, 놀이터에서 일어난 것과 동일한 현상이 대양 위에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을 떠난 바닷물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미국 서해안에 닿고, 이내 적도를 지나 다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물 위에 떠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그 회전의 중심으로 모여들고, 결국은 섬이 아니라 웬만한 나라 크기에 다다르게 된다. 태평양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대양 곳곳에 거대 쓰레기 섬이 등장한 이유다.

태평양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 쓰레기 섬의 크기는 우리나라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게다가 지금도 점점 더 자라나고 있다. 풍랑에 의해 그 일부가 분리되어 해안을 덮치는 것 말고도, 자기들끼리 마찰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변해가는 게 문제다. 남태평양의 외딴섬 미드웨이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는 대부분 뱃속에 플라스틱 조각을 넣은 채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는다.

영화에서는 아쿠아맨이 육지와 바다의 전면전을 막는 데 성공한다. 그 후엔 어떻게 되는 걸까. 죽음을 부르는 플라스틱과 점점 더 커져가는 쓰레기 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쿠아맨이 나서서 모든 해양 생물을 이끌고 육지와의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을까. 지금도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간다. 

기자명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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