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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논란에서 우리가 놓친 ‘빅 픽처’

2018년은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이 ‘라이드셰어링’을 부상시킨 한 해였다. 우버가 국내에서 철수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왜 카풀이 논란이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윤형중 (lab2050 연구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1월 11일 금요일 제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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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말, 카풀과 택시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카풀이나 공유경제가 아주 새로운 용어는 아닌데, 왜 이 시기에 논란이 커진 걸까? 혹시 이 논란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이런 질문에 좋은 단서를 제공하는 사례가 2017년 연말 암호 화폐(가상화폐) 투기 열풍이다. 한국만 보면 투기 열풍이 거의 전부였던 것 같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더리움이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2017년 한 해 동안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시기였다.

블록체인이 ‘자산시장의 투기적 성향’이라는 국내적 특성이 과도하게 주목받았던 것처럼, 카풀 논란도 ‘과잉 공급된 택시 시장’이라는 한국적 특성이 논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5만 대가 넘는 택시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카풀이 새로운 혁신이냐’ ‘카풀은 이미 있었는데 스마트폰 앱으로 중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느냐’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AP Photo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 책임자인 앤서니 레반도프스키가 자율주행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카풀이 혁신이냐는 논의는 불필요하다. 기술 기업이 시도하는 차량공유(라이드셰어링·ridesharing) 사업은 누구나 운전자와 승객이 될 수 있는 우버 같은 형태다.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물건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유경제의 무덤이라 불린 한국에선 법 규제로 인해 차량과 공간의 공유가 거의 불가능했다. 사업자들의 선택은 합법 영역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서비스가 카풀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 담긴 ‘출퇴근 때 승용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유상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짧은 예외 조항 문구로 인해 가능한 서비스였다.

질문을 바꿔보자. 우버 같은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는 혁신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버가 성장한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90여 개국에 진출한 우버는 각국의 규제와 싸우다 한국을 포함해 20여 개국에서 철수했다. 기업 규모는 성장세이나,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매출이 78억 달러, 영업손실이 45억 달러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장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버는 한국에서 철수한 2015년에 카네기멜론 대학의 교수들을 대거 모아서 자율주행 연구소인 ATG(Advanced Technology Group)를 만들었다. 2017년 말에는 소프트뱅크가 무려 1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우버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고, 우버는 투자 유치와 함께 2019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하반기에 우버의 기업 가치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진 배경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우버의 기업 가치가 1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 3사(GM·포드·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Google 갈무리
미국의 한 운전자가 ‘웨이즈’를 스마트폰에서 실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적자 기업 우버에 투자한 배경은 자율주행 기술의 성숙도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2018년은 자율주행 역사에서 굵직한 사건이 잇따른 한 해였다. 2018년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에 다임러·도요타·포드 등 자동차 회사가 대거 참여해 자율주행 전략을 쏟아냈다. 2월에는 2년간 이어진 우버와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탈취’ 소송전이 합의로 끝났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만든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OTTO)를 우버가 인수하면서 비롯된 이 소송전은 우버가 자사 지분 0.34%에 해당하는 주식을 구글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종결됐다. 3월에는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자율주행 역사에서 처음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였다. 우버는 이 사건 이후 9개월간 자율주행 실험을 중지했다.

라이드셰어링 서비스가 바꾸는 세상

우버와 달리 구글은 2018년 자율주행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다. 구글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웨이모는 2018년 10월 자사의 자율주행차가 주행한 거리가 1000만 마일(약 1600만㎞)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구를 400바퀴 넘게 돈 거리다. 자신감을 얻은 웨이모는 2018년 12월, 처음으로 유료 로봇 택시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웨이모에 대한 기대는 기업 가치에서도 드러난다. 모건스탠리는 2018년 8월 웨이모의 기업 가치가 17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우버를 뛰어넘는 가치다. 물론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미국과 교통체계가 상이한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어떨지, 좁은 길이나 이면 도로의 예측불허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운행될지는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결국 우버가 받는 기대는 자율주행 시대에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의 위상과 관련이 깊다. 자동차가 24시간 스스로 이동하며 사람과 물건을 목적지로 운송하는 시대가 되면 소비자는 차량을 소유할 이유가 줄어들고, 주로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우버와 구글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이택시 등 차량호출 앱 회사를 소유한 다임러그룹(벤츠의 모회사), 다임러와 함께 정밀지도 업체 히어를 인수한 BMW, 웨이모 다음으로 자율주행 실험 실적을 쌓은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모기업 지엠, 자율주행 특허 최대 보유자이자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이팔레트(e-palette) 출시를 예고한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나섰다. 자동차 회사들은 예외 없이 우버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2018년에 동남아 지역의 라이드셰어링 업체인 그랩에 3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자율주행 기술 선도자인 구글은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던 ‘웨이즈 카풀’을 2018년 10월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웨이즈 카풀은 겉보기엔 좀 이상한 서비스다. 일단 이 서비스는 사용 횟수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하루 2건으로 이용을 제한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도 하루에 두 번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구글은 수익을 얻지 않고, 승객에게서 받은 요금을 운전자에게 전달만 한다. 20% 수익을 가져가는 우버와 리프트, 카카오 카풀과는 차별화한 행보다. 운행 요금도 저렴하다. 1.6㎞당 54센트로 요금을 제한해 돈벌이용으로는 운전을 원천 차단했다.

그러나 웨이즈 카풀을 마냥 착한 카풀로만 볼 수는 없다. 구글의 역사는 무료를 통한 독점 추구 전략으로 요약된다. 검색, 이메일, 문서도구, 브라우저, 드라이브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오픈소스 방식을 적극 지원한다. 스마트폰 운영체계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얻은 시장지배력으로 어마어마한 광고 수익을 가져간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구글의 웨이즈 카풀은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테크 매체 <더버지>는 이미 지난해 2월 ‘웨이즈+웨이모=우버 킬러?’라는 도발적인 소제목을 달며 구글의 전략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웨이즈 카풀이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2018년은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이 라이드셰어링을 부상시킨 한 해였다. 반면 한국에선 자율주행은 잠잠하고 라이드셰어링의 일부 영역인 카풀만 논란이 되었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가 파괴하는 기존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자율주행이 기대만큼 빠르게 상용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우버가 철수한 지 3년 뒤에야 국내에서 왜 카풀이 논란이 됐는지,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국가들은 어떤 미래를 예상하고 있는지도 같이 고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고민에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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