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3일 노동조합 ‘유니온 미에’는 도쿄 후생성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미에 현 가메야마 시의 샤프 가메야마 공장이 외국인 노동자 약 3000명을 무더기 해고한 것에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샤프 가메야마 공장은 액정 텔레비전을 제조하다가 애플 부품을 만드는 하청 공장으로 전환한 곳이다. 2016년 타이완의 혼하이가 샤프를 사들인 이후 가메야마 공장의 일거리가 크게 늘자 샤프는 지역의 파견 업체 휴먼그룹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모집했다.

휴먼그룹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맺은 고용계약이 문제였다. 휴먼그룹의 자회사 10여 곳은 노동자 약 3000명을 회사별로 1~2개월 단기 고용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노동자는 사직서를 받은 후 그룹의 다른 기업에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을 되풀이했다. 사회보험 가입이나 유급휴가 부여 의무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런 꼼수에 당한 외국인 노동자 약 3000명은 주로 브라질 또는 페루 출신의 일본계다. 그들은 일본어를 잘 못한다. 이를 악용해서 휴먼그룹은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로 작성된 계약서가 아니라 일본어로만 된 계약서에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서명하게 하고, 해고할 때도 일본어로 ‘본인이 원해서 퇴직한다’고 쓴 서류에 서명하게 했다.

ⓒKyodo지난 12월7일 일본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여당의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유니온 미에는 노동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한 하도급 회사 10개를 미에 현 노동국에 고발하고,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샤프 본사와 휴먼그룹 앞에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단체교섭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그래서 12월3일 기자회견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유니온 미에는 노조의 항의와 협상을 방해하고 협박하는 야쿠자의 음성도 공개했다. 이들은 샤프 가메야마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횡포가 샤프 가메야마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빈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력 늘리기에만 급급해 알맹이 없이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을 개정(입관법 개정안)하려는 정부를 비판했다.

기자회견 직후인 12월8일 아베 정부와 연립 여당은 2019년 4월부터 5년간 외국인 노동자 약 34만명을 받아들일 입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노동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가 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10년 체류를 가능하게 하는 체류 자격도 신설해, 실질적인 이민정책이 아니냐는 논쟁이 국회에서 거듭되었다. 아베 총리는 이민정책에 보수적인 자민당의 지지층을 고려해 줄곧 이민정책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로 들어와 영주권을 획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샤프 가메야마 공장에서 해고당한 이들처럼 브라질이나 페루에서 건너온 일본계 외국인이 그들이다. 2017년 말 현재 일본 체류 외국인 총 256만1848명 중 브라질 출신은 19만1362명(7.5%)으로, 그중 약 60%에 해당하는 11만2876명이 영주권자다.

일본계 브라질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일본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다. 거품경제 시기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90년 6월 시행된 신입국관리법에 따라 일본계 2세와 3세, 그들의 가족에게 거의 무조건으로 정주 자격을 인정했다. 당시 남미는 정치적·경제적으로 힘든 나라가 많았다.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과 일자리가 필요했던 일본계 남미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같은 민족인 일본계 외국인이라면 일본어도 할 수 있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 쉬울 거라고 착각했고, 일본계 2·3세들은 할아버지의 나라에 가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착각했다.

일본계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력’

1세들과 달리 일본계 브라질인 2·3세들은 대부분 일본어를 못했다. 일본인의 브라질 이민은 1908년부터 시작되어 1945년 이전에 19만명, 이후 6만명이 건너갔다. 일찍 브라질로 건너간 1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 국민이라며 일본어 교육과 사용이 금지될 정도로 차별을 받았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뒤에는 아시아계 차별까지 더해져 이민자들은 일본이 경제대국이 되기 전까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일본어를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이민자 2·3세들은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일반 외국인과는 달리 모든 업종에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받고 일본에 왔어도 언어에 발목이 잡혀서 주로 자동차 부품 공장, 건설 현장, 식품산업 분야 등 일본인이 꺼리는 곳에서 일했다. 그래도 남미의 경제난으로 일본계 외국인들의 일본행은 끊이지 않았다. 일본 법무성 조사에 따르면 1990년 5만6429명이던 일본 체류 브라질인은 1991년에 11만9333명, 1997년 23만3254명, 2007년에는 31만3771명으로 급증했다.

체류자가 급증하면서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로 인해 주변 일본인들과 마찰이 잦아져 사회문제가 되었고, 그럴수록 일본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해졌다.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계 외국인 아이들의 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많은 아이가 중학교를 중퇴하거나 기껏해야 중졸에 그친다. 취직을 해도 교육수준이 낮으니 부모와 마찬가지로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된다. 일본에서 태어난 3·4세들은 해고된 부모와 함께 고향 일본을 등지고 브라질로 돌아가며 일본 사회에 ‘국가,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일본계 브라질인 2~4세들은 100년 전 그들의 선조가 브라질에서 받은 처우를 일본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일본계 외국인 커뮤니티와 지원 단체 그리고 이들 주민이 많은 지자체가 일본계 외국인의 노동·아동·고령화 문제까지 다방면에서 노력해왔지만 역부족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손 놓고 방관해왔다. 그러다 2008년 대량 해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일본계 노동자를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2010년 일본과 브라질 간 국민연금에 관한 상호 협정을 맺었다. 그마저도 브라질과 페루 정부가 ‘재외 자국민의 일본에서의 권리 보장’을 요구해 협정이 체결되었다.

여전히 일본 정부에 일본계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력’이다. 2018년 3월30일 일본 정부는 일본계 4세를 위한 비자를 신설하고 신청을 받았다. 최장 5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특정 활동’ 자격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비자였다. 연 4000명이 비자를 받을 것이라고 정부는 추산했지만, 2018년 10월 중순까지 비자 발급은 2건밖에 없었다. 신청자도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는 18~30세라는 연령 제한에 일본어 구사 능력을 요구했고, 아이가 딸린 일본계 4세에게는 신청 자격을 아예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를 피하고 싶은 계산이었지만, 정작 4세들에겐 전혀 매력이 없는 비자였던 셈이다.


2019년 4월 실시되는 새 체류 자격에 맞춰 일본 정부는 예산을 약 2260억원 마련하고 다양한 외국어 행정 서비스, 일본어 교육 확충 등 지원책 126가지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외국인 정책’이 아니라 ‘이민정책’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들이 정주자로서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기자명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