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각미군 기지 확대로 주민이 떠난 선연리 하제마을은 잡초가 우거지고(위),
빈집에는 가족 사진과 숟가락이 남아 있다(아래).
ⓒ이재각
ⓒ이재각마을을 떠난 주민들은 옛 어촌계 사랑방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평택시 대추리와 성주군 소성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는 알지 못한다. 선연리도 올여름 여섯 마을을 미군 기지로 내주었다. 대추리와 소성리처럼 울부짖지 않았기 때문일까? 선연리의 비극에는 다들 침묵했다.

미군 기지가 확장되면서 선연리 여섯 마을에서 547가구가 고향을 떠났다. 하제마을도 그중 하나다. 너무 오랫동안 들어와서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하제마을 어촌계장은 이제 잠을 못 자게 될까, 아니면 잘 자게 될까?
저문 강에 무기를 씻는 풍경을 우리는 언제쯤 보지 않게 될까. 하제마을의 마지막을 기록한 이재각 사진가는 “확장에는 멈춤이 없고, 소멸에는 책임이 없다”라는 문장을 수첩에 남겼다.  

 

기자명 사진 이재각·글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