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파란 5월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듯 옅은 구름이 게으르게 흩어져 있다. 배는 침몰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누운 채로 인양되었다가 4년 만에 드디어 바로 서려고 하는 중이다. 기중기와 선체를 연결하는 철근은 배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팽팽하다. 바닷물에 녹이 슨 갑판은 배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시간을 말해준다.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배의 반대편 선창에 얼굴을 대고 구조 요청을 했던 사람들. 비명과 분노와 증오와 절망의 목소리들을 삼켜버렸던 배. 모자 위에 안전모를 덧쓰고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사람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품이 큰 청바지를 입은 그의 등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망토가 둘러져 있다. 망각하는 순간 행동도 멈춘다.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찍으려는 그의 마른 손은 떨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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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노동자, 땅에서 정의 외치다
하늘 나는 노동자, 땅에서 정의 외치다
사진 신선영·글 박민정(소설가)
촛불을 든 어나니머스(anonymous)…. 작자 불명의, 개성 없는, 이름을 모르는,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당당하면 가면을 벗으라’는 말은 얼마나 나이브하고 폭력적인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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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사진 주용성·글 김숨(소설가)
사라진 시계, 사라진 창, 사라진 문… 사라진 거울 앞에 두 손과 발을 모으고 앉으면 되살아나는 공포, 수치심, 굶주린 얼굴들, 썩은 콩깻묵 냄새, 설사, 벌거벗은 등짝을 후려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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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연리의 비극을 아십니까
선연리의 비극을 아십니까
사진 이재각·글 고재열 기자
평택시 대추리와 성주군 소성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는 알지 못한다. 선연리도 올여름 여섯 마을을 미군 기지로 내주었다. 대추리와 소성리처럼 울부짖지 않았기 때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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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사진 정택용 글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달과 별이 방향을 잡는다. 지쳐 있는 등을 바람이 밀어 세워 하루를 버티게 한다. 폐까지 밀고 들어오는 연기는 더 큰 호흡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절망을 비워낸 그 공간만큼 내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