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든 어나니머스(anonymous)…. 작자 불명의, 개성 없는, 이름을 모르는,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당당하면 가면을 벗으라’는 말은 얼마나 나이브하고 폭력적인가. 그들은 하늘을 나는 사람이지만, 또한 항공사의 직원이었다. 야맹으로 맞이하는 적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물을 드리우는 엄혹한 조직의 일원이었다. 민주노조를 결성할 수 없었던 시간 동안 그들은 유니폼 아래 몰개성한 회사원이 되기를 강요받았지만, 이제 땅 위에서 말한다. 하늘을 나는 노동자, 구름 밖으로 멀어지는 환상의 빛이 아닌, 사람들이 날리는 종이비행기의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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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떠난 자리
동료가 떠난 자리
사진 윤성희·글 전혜원 기자
3월31일 밤, 서울 이마트 구로점 24번 계산대에서 일하던 계산원 권 아무개씨(48)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지나던 고객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10여 분 뒤 병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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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사진 주용성·글 김숨(소설가)
사라진 시계, 사라진 창, 사라진 문… 사라진 거울 앞에 두 손과 발을 모으고 앉으면 되살아나는 공포, 수치심, 굶주린 얼굴들, 썩은 콩깻묵 냄새, 설사, 벌거벗은 등짝을 후려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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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4년
여기까지 4년
사진 신선영·글 신철규(시인)
하늘이 파란 5월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듯 옅은 구름이 게으르게 흩어져 있다. 배는 침몰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누운 채로 인양되었다가 4년 만에 드디어 바로 서려고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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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연리의 비극을 아십니까
선연리의 비극을 아십니까
사진 이재각·글 고재열 기자
평택시 대추리와 성주군 소성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는 알지 못한다. 선연리도 올여름 여섯 마을을 미군 기지로 내주었다. 대추리와 소성리처럼 울부짖지 않았기 때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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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과 전선
전선과 전선
사진 장성렬·글 손아람(작가)
그들은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다. 때로 경찰처럼 입는다. 경찰을 기다리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경찰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표정에 익숙하다. 말이 적다. “씨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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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사진 정택용 글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달과 별이 방향을 잡는다. 지쳐 있는 등을 바람이 밀어 세워 하루를 버티게 한다. 폐까지 밀고 들어오는 연기는 더 큰 호흡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절망을 비워낸 그 공간만큼 내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