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든 어나니머스(anonymous)…. 작자 불명의, 개성 없는, 이름을 모르는,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당당하면 가면을 벗으라’는 말은 얼마나 나이브하고 폭력적인가. 그들은 하늘을 나는 사람이지만, 또한 항공사의 직원이었다. 야맹으로 맞이하는 적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물을 드리우는 엄혹한 조직의 일원이었다. 민주노조를 결성할 수 없었던 시간 동안 그들은 유니폼 아래 몰개성한 회사원이 되기를 강요받았지만, 이제 땅 위에서 말한다. 하늘을 나는 노동자, 구름 밖으로 멀어지는 환상의 빛이 아닌, 사람들이 날리는 종이비행기의 모양으로.

ⓒ시사IN 신선영5월25일 정식 출범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조양호 회장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기자명 사진 신선영·글 박민정(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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