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 자격으로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정은애씨(54)가 자신의 아이를 소개한다.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로 젠더퀴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에요.” 성별 정정 수술과 법적인 정정 절차까지 마친 이한결씨(24)는 어머니가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떤 사랑은 한없이 눈물을 닮아 있다.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동성애를 정신과 병명에서 제외했다. 올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 ‘국제질병분류(ICD)’ 발간 이후 약 30년 만에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했던 항목을 모두 삭제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퀴어들은 ‘병적인 존재’로 치부된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퀴어퍼레이드 행렬은 번번이 혐오 세력에 의해 멈춰서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들은 또다시 거리에 선다. 스스로가 질병이나 징후가 아니라 단지 자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 명의 온전한 존재로서 살아 숨 쉬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춤을 춘다. 기꺼이 축제를 벌인다. 그렇게, 어떤 종류의 사랑은 한없이 웃음을 닮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시사IN 신선영성별 정정 수술과 법적 정정 절차를 진행 중인 이한결씨.
ⓒ시사IN 신선영이한결씨의 어머니 정은애씨(위 가운데)가 대구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를 안아주고 있다.

 

 

 

 

기자명 사진 신선영·글 박상영(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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