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부터 세계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맺으며 ‘난민’에 대한 정의를 공유했지만, 우리에게 이 단어는 2018년 5월이 되어서야 실체가 되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시리아 아이의 시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사람들 속에 내전을 피해 제주로 온 예멘인들을 혐오와 공포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포함됐는지 아닌지를. 전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던 사람들과 예멘인들을 추방하라는 사람들은 똑같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는데, 그들이 같은 사람들인지 아닌지도. 국가 코드가 찍힌 신분증이 있어도 정규직과 아파트를 갖지 못했다면 조금씩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도, 나는 진정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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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포스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진 김현성·글 서늘한여름밤(만화가)
짜릿했다. 또래 여성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페미니스트와 서울시장이라는 당연하지만 낯선 단어 조합이. 신지예와 눈 마주친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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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떠난 자리에서
노회찬이 떠난 자리에서
사진 정병혁·글 이상원 기자
새벽 4시 ‘6411번’ 버스에 올랐다. 여느 통근 버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낯익은 이들끼리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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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사진 김석진·글 최은영(소설가)
수능을 보고 나온 청소년들이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괜찮아.” 어느 누구도 수능 점수로 비난받거나, 어른들이 정해놓은 룰에 의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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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바닥을 기어야 하지?
우린 왜 바닥을 기어야 하지?
사진 최인기·글 장혜영(작가·〈어른이 되면〉 감독)
늘 궁금해. 왜 나의 불행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더 값이 나가는지. 왜 내 삶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이 든다”고 말하는지. 내가 그렇듯 모두에겐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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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웃음을 닮은 사랑
한없이 웃음을 닮은 사랑
사진 신선영·글 박상영(소설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 자격으로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정은애씨(54)가 자신의 아이를 소개한다.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로 젠더퀴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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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자선이 아니라 책임이다”
정우성 “자선이 아니라 책임이다”
천관율 기자
정우성. 25년차 배우. 커리어 내내 정상에 서 있는 톱스타.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한때 ‘악플을 달 수 없는 배우’로 불렸다. 이제는 아니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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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서 난민의 인권과 미래를 생각하다
요르단에서 난민의 인권과 미래를 생각하다
암만·천관율 기자
이나사는 일곱 살이다. 핑크색 원피스와 까만 타이즈를 입고 머리를 땋은 이나사는 왼손에 깁스를 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들이 차에서 내리자, 축구를 하던 이나사와 친구들이 우르르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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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멘 난민의 8개월 한국살이
어느 예멘 난민의 8개월 한국살이
제주/글 김영화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Bomb’s everywhere(폭탄이 사방에서 터졌어요).” 나질라 알와하시 씨(34)의 머리 위로 비행기 한 대가 낮게 지나가자 엔진 소리가 지표면을 흔들었다. 그는 몸을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