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도 짐승 눈처럼 빛난다는 거 알아유? 그날 총 겨눈 태극단원 흘낏 쳐다봤다가 소스라쳤다니께. 눈에서 시퍼런 불기둥이 튀는디… 그런 걸 살기라 하나 싶었소. 감나무집 네 살 난 막내가 귀신 나온다고 우는 걸 어미가 달래다가 태극단 청년에게 짓밟히는 걸 본 뒤에는 아무도 울음소리 하나 못 내고 파들파들 떨다가 속절없이 갔지유. 몸으로 총알 받고 얼굴에 흙 쏟아졌지유. 누구는 극락왕생 빌더라만 다 소용없고, 나는 그저 귀신 되길 빌었시유. 해코지를 하고팠던 게 아니유. 그냥 누구 꿈속에라도 들어가서 우리 여기 묻혔다고 말해주고 싶었시유. 말이 안 나오면 내 가슴팍 끄집어내서 손톱으로 피나게 긁어서라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시유.

 

ⓒ주용성
ⓒ주용성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에서 한국전쟁 당시 경찰과 우익단체인 태극단원 등에 의해 집단학살된 민간인 희생자 208명의 유해가 수습됐다. 이 가운데 58명이 어린이였다. 아이들 장난감 구슬 등 유품도 나왔다.

 

 

 

 

기자명 사진 주용성·글 김형민(SBS CNBC P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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