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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허가, 뜨거운 후폭풍

내년 1월 국내 최초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개원할 예정이다.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았지만 실제 가능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원희룡 지사가 판단을 미루는 사이 상황은 꼬일 대로 꼬였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제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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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영리병원이 개원 허가를 받았다. 지난 12월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내국인 진료 제한)로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영업’이 개시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건물 완공 뒤 1년6개월 만이다. 병원 규모는 지상 3층·지하 1층, 병상 47개로 대형 종합병원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이 소규모 병원이 격렬하고 결말을 장담키 어려운 사회적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설립됐다.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제주도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매개 역할을 해왔다. 2006년 JDC는 핵심 사업 목표로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을 내세웠다. 건강검진·재활·휴양 기능을 특화한 의료 휴양단지다. 2011년에는 중국 녹지그룹 유치에 성공한다.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동홍동·토평동 일대에 헬스케어타운(153만9000㎡) 부지의 절반 정도(77만8000㎡)를 매수해 개발키로 했다. 투자액이 1조원을 웃돈다. 이 거대 프로젝트의 일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에서 사업계획서를 승인받았고, 지난해 7월 건물을 완공했다. 문제는 이 병원이 국내에 없는 영리병원으로 설계되었다는 데서 나온다. 녹지그룹은 상하이시 정부가 지분 51%를 보유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다.
ⓒ연합뉴스
2017년 7월 제주도 서귀포시에 지어진 녹지국제병원 모습. 헬스케어타운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 법 제33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의료법인·국가나 지방자치단체·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설립 주체의 범위를 의료법에 명시된 것 이상으로 넓게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녹지그룹 역시 영리법인인 만큼 의료법으로만 따지면 의료기관을 설립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외국 기업인 덕분에 제주도에 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법적 근거는 제주특별법 제307조다. “의료법 제33조 2항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 허가를 받아 제주자치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원희룡 지사의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외국인이’ ‘제주도 안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는 전부터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의료법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영리병원과 일반 병원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일반 의료기관은 외부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수익을 외부로 유출하지도 못한다. 소속 직원 급여, 연구비, 의료기기 등으로 재투자하는 일만 가능하다. 영리병원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해야 하기에 당연히 이윤 극대화가 최대 경영 목표다(<시사IN> 제119호 ‘금융자본에 고수익 신천지 열리나’ 기사 참조). 2005년 헌법재판소는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과잉의료 행위 등 진료 왜곡,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 소규모 개인 소유 의료기관의 폐업, 투자자의 자본 회수 등에 따른 의료기관 운영의 왜곡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영리병원 금지’가 설사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을 침해할지라도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합헌이라는 게 헌재 입장이다. 즉, 영리병원이 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5년 사업계획서 미스터리


녹지병원 설립을 둘러싼 지금의 사회적 논쟁도 결국 ‘의료 공공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진행 중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청은 ‘그런 위험이 전혀 없다’고 본다.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 아래 녹지병원 설립을 허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녹지병원이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제공 대상이 다른 동네 병원이 망할 일은 없다. 외국인은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건보 체계가 무너지면서 의료 양극화로 이어질 염려도 없을 터이다. 최악의 경우에 과잉진료(치료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하는 행위)가 이뤄지더라도 그 피해자는 ‘국민’이 아니다.

문제는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현실에서 가능한지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이에 대한 판단에 따라 논쟁 규모가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당사자인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을 단 상태에서는 영업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12월5일 원희룡 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극도의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공문을 제주도청에 보냈다. “사업자의 입장을 묵살하고 지금 와서 외국인 전용으로 개원 허가를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법률 절차에 따른 대응을 적극 검토하겠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시사IN>과 통화에서 “언론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제주도청 관계자는 “2015년 (녹지국제병원 측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가장 긴밀하게 협의해왔을 양측의 말이 다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JDC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양자가 상호 해석상 이견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의 2015년 사업계획서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만 진료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나 제주도청 역시 녹지국제병원 측에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다’고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업계획을 승인받는 단계에서는 이 문제로 양측이 갈등을 빚거나 조율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양측이 각각의 이유로 ‘내국인 진료 제한’이란 조건을 두루뭉술하게 짚고 넘어갔을 소지가 있다. 녹지그룹 처지에서 ‘제주에 영리병원 설립’을 못 박으려면, 계획 단계부터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제주도청 역시 외자 유치를 지상 목표로 뒀다면, 상대방(녹지그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앞)가 12월3일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항이 끝까지 적당하게 처리될 수는 없다. ‘내국인 진료 금지’가 지난해 말부터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달이 난다. 당시 제주도지사 산하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의 최종 허가 여부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 사업계획서에 이미 내국인 진료 제한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믿는 처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JDC 관계자는 “심의위원회 진행 중 (녹지국제병원 측에서) ‘내국인 진료를 제외하면 경영상 적자가 예상되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비공식적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매체인 <라포르시안> 보도(지난해 12월27일)에 따르면, 그해 12월 중순에 제주도청 측이 녹지국제병원에 ‘외국인 전용 병원’이라는 조건을 제안했다. 건물 완공은 물론이고 운영 인력(134명) 채용까지 끝난 상황에서 제주도청과 녹지그룹 측은 여전히 ‘내국인 진료 제한’ 문제를 협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심의위원회에서 위원 몇 명이 주고받은 다음의 기록을 봐도 제주도청 측이 이 문제를 명확히 결론짓지 않고 지금까지 끌어왔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녹지국제병원에서 외국인만 진료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허가)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 후 지난 3월까지 제주도청의 주요 행보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병원 개설 허가의 민원처리 기한을 6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둘째, 내국인 진료 제한이 의료법을 위반하는지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셋째,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구성을 수용했다. 결과적으로 ‘내국인 진료 제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기려는 시도로 보일 여지가 있다. 지난 10월4일엔 숙의형 공론조사위가 6대 4로 ‘개설 불허 권고’를 결정했으나 원희룡 지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원희룡 지사가 지난 6·13 지방선거를 위해 결정을 미룬 것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연합뉴스
12월7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내국인 진료, 완전히 막기 어렵다”

원희룡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강행하면 허가 취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막을 수 있을지는 법적·현실적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대한의사협회나 시민단체들은 의료법 제15조를 이유로 든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2월6일 원희룡 지사를 만나 이 조항을 언급하며 “만일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을 당하고 법원에서도 위법 판단을 내린다면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도지사의 ‘조건부 허가’라는 조치가 의료법 제15조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라고 주장한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 “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아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이 나온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들기도 한다.

정부기관의 유권해석은 법원의 사법해석, 즉 판결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유권해석을 총괄하는 법제처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부 유권해석은 법원의 사법해석과 달리 관계 행정기관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 오히려 “그와 다른 법원의 사법해석이 나올 경우 그 효력(정부의 유권해석)이 부인된다”.

일각에서는 법에 앞서 현실적으로 내국인 출입 여부를 관리하는 게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제주도와 보건복지부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연 4회 정도 녹지국제병원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361일은 체크할 방법이 없다. (영리병원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기록도 남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12월11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제주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관리를 예로 들었다. “카지노는 여권 대조와 안면 인식까지 도입해 내국인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지금껏 내국인 출입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10월17일 제주도의회의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내국인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190회 이상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언급됐다.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가 항변할 여지는 남아 있다. 제주도지사는 최종 개원 허가에 관여할 뿐,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주체는 중앙정부다. ‘제주보건의료 특례 조례’에 따르면 제주도에 외국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가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라고 본다. 2015년 5월 ‘안종범 수첩’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 영리병원 승인을 직접 챙긴 지시사항이 남아 있다.

현 정부는 방침이 다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월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견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녹지국제병원 허가에 대해 별도로 언급한 바가 없다. 그래서 12월10일 청와대 앞에 모인 시민단체들은 ‘원희룡 지사 퇴진’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 행동 촉구’도 요구했다.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에 투입한 돈은 약 800억원이다. 향후 전개에 따라 제주도에 고스란히 청구될 수도 있다. 원희룡 지사가 판단을 미루는 동안 더 나쁜 선택지만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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