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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에게 ‘박용진 3법’을 묻다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문제를 파헤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는 유치원과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박용진 3법이 표류하는 것에 한편으로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제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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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과 벵골고양이만 남을 뻔했던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은 ‘원톱’이었다. 11월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정감사가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19%였는데, 이 응답자 중 43%가 그 이유로 ‘사립유치원 비리 밝혀냄’을 꼽았다.

12월6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 오전 일정을 마친 박용진 의원은 두 달 전보다 지치고 날카로워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그렇다”라고 했다. 그가 내놓은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야당 반대에 부딪혔다. 유치원 경영자들의 인신공격성 문자메시지에도 시달린다고 했다. 두 달간 이슈의 중심에 있는 박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문제를 물었다.



ⓒ시사IN 조남진
박용진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인식이 한유총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박용진 3법’이 발의되고 한 달 뒤 자유한국당이 다른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사이 국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아무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무반응이었다. 법안심사소위는 계속 무산됐다. 정기국회 막판에 법안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시간 끌기다. 뒤늦게 내놓은 자유한국당 법안은 회계 투명성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유치원 원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에 있다.

12월 들어 법안소위 논의 과정은 어땠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념 논쟁을 준비해왔더라. 유치원은 일반 학교와 달라서 사유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 구조다. “식당에서 식당 주인에게 주는 돈하고 똑같지 않나? 식당 주인이 밥값을 어떻게 쓰든 간에 왜 처벌하는가?”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장과 마찬가지로 유치원비 중 학부모 부담금은 교육 목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법안은 한유총 주장과 어떻게 통하나?


사건의 발단을 되짚어보자. 일부 대형 유치원에서 비리 행위가 적발됐다. 그 비리 행위가 처벌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처벌 조항이 없었다. ‘무슨 이런 법이 다 있어?’ 해서 법을 빨리 만들기 위해 국회가 나선 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학부모가 낸 교비를 사용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을 만들자고 했다. 예전엔 법이 없어 처벌을 못했는데 자유한국당 안에 따르면 불벌 조항이 생기니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은 더 당당해진다. 자유한국당의 인식도 ‘학부모 돈은 유치원 자산’이라는 한유총 주장과  똑같다.

자유한국당은 ‘국가가 준 돈은 국가가 감시하고, 학부모 부담금은 유치원 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한다.


그걸 왜 구분해야 하나? 유치원은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는 ‘학교’에 속한다.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은 모두 교비다. 전자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자를 느슨하게 관리하기 위해 둘로 나눴다고 본다. 자유한국당 개정안에는 학부모 부담금을 교비로 규정하는 조항도, 부당하게 사용하면 처벌한다는 조항도 없다. ‘국가 재정이 들어가기에 투명해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목적 비용이기 때문에 투명해야 한다’는 게 박용진 3법의 취지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으로 부족한가?

감사를 국가 기능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 맡기는 건 대놓고 가져가란 소리나 다름없다. 오히려 법이 없을 때보다 못하다. 예전에는 ‘왜 교비에서 이런 걸 써? 양심 없어?’라고 혼이라도 났는데, 자유한국당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회계에서 썼다. 학부모가 동의했다’고 큰소리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회계감사에 참여할 수 있는 학부모가 몇이나 되겠나? ‘감시 제대로 못했다’고 학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건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연합뉴스
11월29일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학부모 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박용진 3법’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학부모 부담금 회계감사 부분은 타협 불가능한 지점이었나?

그렇다. 사실 그것만 있으면 된다. 회계장부를 이중으로 나누는 것만은 동의할 수 없다. 법안심사소위가 열린 뒤 나머지는 다 양보했다. 타협할 수 있는 건 다 내놨다. 막판에는 (박용진 3법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조항도 타협 가능하다고 했다. 일반회계 처벌 여부 때문에 계속 싸웠던 거다. 자유한국당은 꿈쩍도 안 했다. 저쪽(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 때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12월3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전두환 때부터 혜택을 줘왔다’는 한유총 주장을 인용했다. 누리과정 지원금 도입이 아니라 이게 뿌리인가?

전두환 정부 때 북한의 탁아소 시설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어릴 때는 유치원이 적고 비싸서 부자들만 다닐 수 있었는데, 북한에서는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면 돌봐준다는 것이다. 들은 바로는 영부인이었던 이순자씨가 ‘북한만도 못하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돈이 어딨나?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는 대신) 마구 사립유치원의 인허가를 내주었다. ‘너네 들어와서 건물하고 땅만 가져와라. 지원해줄게’라면서. 사실상 감시 체계가 전무했던 환경에서 누리과정 지원금만 도입됐고 여기까지 온 거다.

입법 외 방법으로 풀 여지는 없나?

교육부가 핵심이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것 등은 법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에듀파인 적용 의무화나 원장 자격 상향 같은 부분은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게 맞다. 시선이 대개 대학 교육에 가 있었다. 사립유치원은 방목되어 있다시피 했다. 이번 국정감사 때 내가 폭로하고, 국민, 특히 학부모의 분노가 교육 당국에 닿았다. 유치원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는 사실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금은 교육 당국이 의지가 있다.

10월 토론회 무산 사건 이후 꾸준히 이슈의 중심에 섰다.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든 건 좋은 변화이고, 정치인으로서 뿌듯하다. 그런데 각성하고 한편으론 공포감을 느끼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사립유치원은 대한민국 여러 이익집단이나 기득권 중 작은 축에 속한다. 이 집단의 회계를 좀 깨끗하게 해보자고 하는 데에 이렇게 고생했다. 그런데 더 큰 이익집단을 바꿀 수 있을지, 이를테면 경제민주화나 재벌 개혁을 할 수 있을지, 혼자 날뛰다가 다치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일단 정기국회는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국민에게 호소해야지. 장외 투쟁에 돌입할 거다. 유치원 하나 바로잡는 데에도 혁명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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