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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발걸음 붙잡는 ‘미국의 최대 압박 작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인식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최대한 강화할 것이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제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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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와 관련한 백악관 성명은 인상적이었다.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이루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협력해가기로 했다.” 지난 11월30~12월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담 중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 얘기다. 애초 무역전쟁이 화두였던 만큼 이와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 미국이 추가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해주는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산업제품 구매를 늘리고 ‘강제적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해와 도용, 서비스와 농업’ 5개 분야는 유예기간 중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18~ 19쪽 기사 참조).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25% 관세가 집행된다. 이 같은 양국 간 무역 현안 외에 북한 문제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Reuter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책을 하고 있다.

‘큰 진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당연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의례적 표현에 그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확인’을 해주었다. G20 정상회담을 끝내고 12월1일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시 주석과 매우 강력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나와 100%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3일 다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무역과 그 너머까지 두 나라 사이에 거대하고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다. 북한 문제의 해결은 중국과 모두에게 위대한 일이다”라고 썼다.

백악관 성명이 언급한 큰 진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의 해결(핵 없는 한반도)’을 위한 ‘시진핑 주석의 100% 협력 약속’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12월3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부연설명을 했다. 그는 “핵 없는 한반도를 반드시 만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북한과 관련한 매우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라며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일을 훌륭하게 해왔고 중국으로부터 진정한 약속을 이끌어 냈다”라고 덧붙였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폼페이오 장관이 사전에 중국으로부터 ‘북한 문제 해결(핵 없는 한반도)’과 관련한 ‘진정한 약속’을 이끌어냈고, 이를 중심으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매우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으며, ‘시진핑 주석이 100%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왜 북한 관련 부연설명을 므누신 재무장관이 했을까 하는 점이다. 원칙대로라면 주무장관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맞다. 물론 미·중 무역협상을 담당한 므누신 장관이 그 일환으로 얘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넘어서는 ‘복선’이 읽힌다. 미국은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 뒤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 말지 결정할 때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관세 부과의 최고 책임자인 므누신 장관의 발언을 통해 중국에게 대북 관련 약속 이행을 압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약속일까? 미·중 합의 중 북한 관련 부분에 대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발표 내용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타협하고 서로의 유의를 수용하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병행할 수 있기 바란다.” 내용만으로 해석하면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잘 논의해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대로 풀어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즉, 중국이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다. 국내 일각에서는 미·중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중국 배후론’을 접고 ‘미·중 공조 체제’로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대로라면 왕이 부장의 반응이 추상적으로 나왔을 리 없다. 긍정적인 면에서의 중국 기여를 구체적으로 강조하는 식이었을 것이다. 또 미·중 합의가 그런 식의 내용이었다면 주무장관인 폼페이오 장관이 발표했을 것이다. 고율 관세 채찍을 쥐고 있는 므누신 장관이 나서서 중국에 약속 이행의 압력을 넣는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북·미 간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물론 북·미 간 답보 상태가 지속돼, 중재자는 필요하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G20 회담 기간인 11월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또다시 중재자 역할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재 완화나 해소 외에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스포츠 문화 예술 교류, 인도적 지원,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 조사 및 연구 작업 등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로 거론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양해하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해준 측면이 있다. 현재의 북·미 간 답보 상황을 풀어줄 중재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에게 바라는 협조 사항은 뭘까? 바로 대북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남은 합의를 다 마저 이행하기를 바란다”라고 완곡하게 언급했듯, 김정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인식한다. 내년 1~2월 사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2월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최고 경영자(CEO) 카운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을 원하는 이유는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존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워싱턴의 광범위한 여론을 인정하면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나름의 고심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한 번 더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약속을 지킬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비핵화 이후 장밋빛 미래에 대한 비전만으로 충분할까? 그렇게 될 리 없다. 김 위원장을 움직이려면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이 ‘최대의 압박 작전 시즌 2’를 준비하는 이유다. 그 핵심은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죄는 것이다. 통치자금을 운영하는 노동당 39호실이 직접적인 타격 목표다.

현재 노동당 39호실의 최대 자금원은 정유 제품 수입과 무기 수출 대금이다(<시사IN> 제585호 ‘미국, 북한 볼모로 중국 잡는다’ 기사 참조).  과거에는 석탄을 중국에 수출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8월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유엔안보리)가 북한산 수산물과 광물·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안 2371호를 채택하면서 석탄 수출 길이 막혔다. 지난해 12월22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제재 2397호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 공급을 연 400만 배럴(56만t)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유 공급 상한을 기존 200만 배럴에서 4분의 1로 축소한 50만 배럴(7만t)로 제한했다. 하지만 올해 공해상에서 이뤄진 불법 환적으로 5월에 이미 50만 배럴 이상의 정제유가 북한에 들어갔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월30일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북한 개성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무기 수출은 미국이 그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분야인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 돈줄에서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말 방한한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학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와 이란 헤즈볼라·하마스 등 중동 국가 및 무장단체와 아프리카 10여 개국에 미사일과 기관단총 등을 수출하고 수출 대금과 유지 보수비 등으로 매년 3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려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조만간 유엔안보리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순서는 대략 이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니키 헤일리 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올해 안에 사임할 것이라는 게 이미 공론화됐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중국·러시아 대표와 맞서 미국의 의지를 관철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첨단 무기 체계나 해외 정보에 밝은 군 또는 정보계통 출신의 ‘터프한’ 거물급 인사를 후임으로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이 이뤄지면 미국은 정유 제품 불법 환적과 무기 수출 문제를 유엔 제재위원회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에 협조를 바라는 것은 바로 이 문제가 가장 유력하다. 유엔안보리에서의 협조뿐 아니라 실제로 북·중 국경선을 통한 무기 밀무역 차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원유 공급 중단이다.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는 한 그가 움직일 리 없고, 타격을 주자니 모두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어려운 사안이다.

무역전쟁 이전과 달라진 중국

중국은 과연 협조할까? 미국은 결국 중국이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선 고율 관세의 위력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 중에는 무역전쟁이 중국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꽤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분석이다. 이번에 중국이 보여준 행보부터가 그렇다.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수출 상품에 대한 25% 관세를 90일 유예한 것만으로도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즉시 수입 증대, 그동안 반대했던 퀄컴의 NXP 회사 합병 재검토 등 많은 양보 조치를 했다.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이슈화된 이래 중국이 이를 막기 위해 안절부절못해온 모습만 봐도 겉으로 큰소리치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9·9절 방북 약속을 철회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시사IN> 제573호 ‘9월9일 시진핑 주석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기사 참조).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북한을 보는 중국의 속사정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과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의 모습.

국내의 한 전문가는 워싱턴의 시각을 이렇게 소개했다. “무역전쟁 이전 중국의 이익에 침해가 없었을 때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이익이 침해받기 시작하면서 권력 내부로부터 북한 때문에 우리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 과연 시진핑 주석이 견딜 수 있을까?” 무역전쟁 이후 북한을 보는 중국 내 속사정이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워싱턴은 본다는 것이다. 북한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 시작한 중국 기득권 세력의 불만 외에 시진핑 주석의 대북관 역시 변수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 올해 들어 세 차례나 회동했지만 원래 김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중국 지도부 중 처음으로 유엔 제재에 동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타이완 문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타이완 문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언급을 하는 정도로 지나갔다. 실제로 어느 정도 톤으로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원래 트럼프 정부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의 협력 강도를 계속 높여가며 중국에 대한 압력 및 견제카드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11월24일 타이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하면서 미국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반면 중국은 이번 기회에 여세를 몰아 미국이 타이완에서 손을 떼도록 총력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 문제에서 협조의 강도를 높여 미국을 북한 문제에 묶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늘 얘기되곤 해온 ‘타이완·북한 맞교환설’의 연장이다. 당분간 미국이 타이완에 대한 개입 강도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협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기로 했다’라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 합의문의 의미가 뭔지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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