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저자 양중진 검사는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있었던 사건에서도 가동된다.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던 빌리 사이아니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가 ‘냄새가 심하다’는 관중의 항의로 쫓겨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저주는 실제로 실현된 듯 108년간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양중진 검사의 눈에는 ‘협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연 빌리 사이아니스의 저주는 ‘협박’에 해당할까? 협박죄의 요건을 하나씩 살피는 저자는 천재지변과 같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서는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염소의 저주는 그저 구장에서 쫓겨난 빌리의 분풀이일 뿐이라는 얘기.

저자의 관심사는 그러나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법률을 지배하는 정신을 토대로 프로경기의 규칙도 살펴본다. 예컨대 승부차기가 대표적이다. 처음 축구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면 동전으로 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되었는데 이때부터 양 팀이 번갈아 공을 차게 되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에는 이게 불편하다. 운의 개입을 막고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취지를 지키려면 승부차기는 양 팀에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축적된 통계에 따르면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60%에 이른다. 즉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 방식이 지닌 문제를 지적하며 그래서 최근에는 각 세트별로 먼저 차는 팀을 계속 바꾸는 방식이 도입되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도 공평의 정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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