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류 배우 무크지 편집을 한 일이 있다. 의뢰인이었던 국내 대기업 관계자에게 “한류가 꽤 오래 힘을 받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그가 한 대답. “이제 일류 차례다. 한국에 일류 쓰나미가 불 것이다.” 출판계의 일류에 이어 10대와 20대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 드라마 붐이 점점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그 중 고전하던 게 일본 영화인데, 개봉 편 수는 많지만 ‘대박’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판도도 달라질 낌새가 보인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기무라 다쿠야(사진) 주연의 〈히어로〉 때문이다.

기무라 다쿠야는 일본 아이돌(Idol) 그룹 SMAP의 멤버다. 30대 후반의 중견 연기자가 ‘아이돌’이라는 게 한국 문화로는 다소 신선할지도 모른다. 일본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는 〈히어로〉다. 영화 〈히어로〉는 드라마 종영 뒤 6년 만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일본에서 한 달 넘게 흥행 수위를 지켰다. 그룹 탈퇴나 은퇴를 하지 않고, 혹은 대중의 시선을 피해 은둔하지 않고 인생의 태반을 ‘노출’된 채로 살아온 스타가 나이를 먹어서도 꾸준히 인기 정상에 있는 현상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차이는 일본의 독특한 ‘팬심’도 한몫을 한다. 기무라 다쿠야라는 ‘캐릭터’에는 기무라 다쿠야를 한결같이 지지하는 ‘팬’의 캐릭터가 섞여 있다는 말이다. 아이돌(우상)이라는 ‘직업’은 하고 싶은 일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기무라 다쿠야는 그런 전형성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캐릭터다. 그는 소속사 연예인의 결혼을 홍역이라도 되는 듯 극구 피하려는 매니지먼트 회사 자니스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연상의 뮤지션과 당당히 결혼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예외성이야말로 기무라 다쿠야‘스러운’ 이미지가 되어 팬들의 지지를 받는다. 대중문화의 베스트셀러는 그렇게 스타 자신의 힘과 팬의 꾸준함이 합해져서 만들어졌다. 영화 몇 편, 광고 몇 편으로 식상해졌다는 말을 듣곤 하는 한국 스타들로서는, 못내 부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기자명 이다혜 (판타스틱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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