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내 눈앞에 문이 하나 열릴 때마다 나도 남들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애썼다.”

미셸의 어머니는 누군가 딸의 성취를 칭찬하면 이렇게 되받곤 했다. “사우스사이드에는 그런 애들이 쌔고 쌨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은 백악관에 머문 8년 동안 어머니의 말이 사실임을 점점 더 분명하게 알게 된다.
가난, 유색인종, 특히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 놓인 아이들을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미셸이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매진해온 과정이 자서전에 담겼다.
물론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대목은 버락과 미셸이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연애를 시작할 무렵의 이야기다. 모든 연애담은 재밌고, 대통령 부부의 연애담이야 말할 것도 없다. 페미니스트 버락이 정작 집안일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따위 깨알 같은 ‘뒷담화’는 덤.

분열된 자기
로널드 랭 지음, 신장근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정신의학은 초월과 진정한 자유, 참된 인간 성장의 편에 설 수 있다.”

요즘 사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조현병’이다. 반세기 전에 출간되었지만 당시 이 책은 영국 분석심리학회로부터 ‘조현병에 대한 다른 모든 저작들을 불완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연구’라는 찬사를 들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우리가 정신병 환자들에 관해 너무 많이 말하고 우리에 관해서는 너무 적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기계’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자신은 기계’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신심리학적으로 ‘이인화(depersonalize)’된 것인데, 이 간극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상적’이고 ‘적응된’ 상태는 황홀경의 포기인 경우가 많고 우리의 진정한 잠재력에 대한 배신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가짜 현실에 적응할 거짓 자아를 얻는 데 지나치게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관계 중독
달린 랜서 지음, 박은숙 옮김, 교양인 펴냄

“수치심은 ‘모든 사람들이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더러운 속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고, 파트너가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떠나지 못하고, 배우자나 자식이 잘되는 데서 자존감을 찾는, 에너지가 온통 타인에게 쏠려 있어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관계 중독자’의 원인은 수치심이다. 자기가 사랑스럽지 않고 부끄러워서 사라져버리고 싶은 나쁜 감정, ‘혼자 남느니 불행한 관계가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삶을 마비시키는 내면의 비판자.
누구나 수치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수치심의 범주는 다양하며 심지어 ‘자기혐오의 나르시시즘’도 존재한다. 자신도 수치심에 갇힌 ‘공의존자’였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사랑을 파괴하는 은밀한 킬러’인 수치심을 직시하고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라고 충고한다.



만화로 보는 조지 오웰, 빅브라더를 쏘다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마이크 모셔 그림, 방진이 옮김, 다른 펴냄

“자유에 의미가 있다면, 불편한 진실을 말할 권리일 것이다.”

페이지마다 실린 미국 정치만화가 마이크 모셔의 삽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사회학과 교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데이비드 스미스가 조지 오웰의 사상과 작품세계를 평전처럼 풀어냈다. ‘감시 사회를 예언한 천재 작가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그리 요란스럽지 않다.
한때 조지 오웰은 반공주의 작가로 이해됐다. 그의 작품 〈동물농장〉 〈1984〉 등은 냉전 시대 영국과 미국 등 자본주의 진영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었다. 정작 조지 오웰 자신은 이들 작품이 반공주의로 오인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추천사를 쓴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오웰에 대해 가장 정확한 관점을 제시한다. 오웰은 삶과 예술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심무도를 향한 열정 끝나지 않은 수련
이용원 지음, 어드북스 펴냄

“살은 그렇게 활이 된다. 죽일 수 있는 자만이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전통 무예의 고수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왈패들이 그의 유연한 손놀림에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나가떨어지는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올라온 서울 마포의 한 이름 없는 도장에서 그는 어린 시절 뇌리 속에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한 무예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인연이 돼 평생을 무인으로서 살아왔다.
무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과 타 무술 수련자들과의 비무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돼 있다. 재미와 함께 수련의 텍스트로서도 가치가 있다.
저자의 구도적이면서 현실적인 수련과 삶의 깊이가 생생히 느껴진다는 독자의 평이 올라와 있다.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민은기 지음, 사회평론 펴냄

“예술가의 삶은 그가 남긴 작품으로 평가되고 기억되어야 하니까요.”

클래식의 순수성을 지키려면 오히려 대중에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민은기 서울대 작곡학과 교수 역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사랑받는 게 클래식의 숙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클래식을 대중화하겠다고 흥미 위주로 편곡하거나 주변적인 에피소드만 얘기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편견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클래식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즐겨 듣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였다. 잘 몰라도, 듣다 보면 진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게 좋은 음악의 속성이다. 다만 더 풍성하게 즐기려면 약간의 학습과 가이드가 필요하다. 저자가 난생처음 클래식 공부를 앞둔 사람들을 위해 입문서를 쓰게 된 이유다.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사랑받았던 작곡가 모차르트부터 시작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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