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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데이터, 들여다보니

유례없이 높은 투표율을 보인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정했다. 인구통계 조사를 앞두고 거둔 이번 승리는 특히 의미가 크다.

유혜영 (뉴욕 대학 교수·정치학)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2월 06일 목요일 제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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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었다.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하원의 다수당이 다른 여소야대, 즉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생겨났다.

먼저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선거 전보다 두 석을 더 확보하며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하원은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11월20일 현재 아직 다섯 군데 선거구가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하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아와야 했던 23개 지역구를 훨씬 웃도는 37곳을 추가로 확보했다. 민주당은 내년 1월3일 개원하는 116대 의회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정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에서 주지사도 새로 뽑았다. 민주당은 공화당 주지사가 있던 7개 주에서 주지사를 배출해내며 주지사 선거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AP Photo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오는 2020년, 10년마다 하는 인구통계 조사를 앞두고 이번 주지사 선거와 주 의회에서 거둔 승리는 특히 의미가 크다. 주지사와 주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인구통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10년간 꾸릴 선거구를 획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주정부는 선거구를 다시 정할 때마다 이른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전략을 적극 구사해 공화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해왔다. 그 결과 공화당은 전체 지지율이나 총 득표수에 비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해왔다. 게리맨더링이 너무 노골적이고 심해지자 펜실베이니아 주 대법원이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지 않도록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하원의 다수당이 되며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마저 공화당이 독점하는 상황을 막은 것만큼이나 주정부 차원에서 효과적인 견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 투표율은 근래 들어 유례없이 높았다. 아래 <그림 1>은 플로리다 대학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워싱턴포스트>가 1787년부터 이번 선거까지 대통령 선거(검은색)와 중간선거(빨간색)의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다. 투표 가능한 인구 중에서 투표한 사람의 비중을 살펴보면, 19세기 중반부터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중간선거 투표율보다 항상 높았다. 이번 선거 공식 투표율은 주별 투표 결과를 모두 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출구조사를 비롯해 전문가들이 집계한 예상 투표율은 이미 50%에 육박한다. 1914년 이후 중간선거 투표율로는 10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년 전 중간선거와 비교해봐도 눈에 띄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에는 유권자 총 8300만명이 투표장에 나왔던 데 비해 이번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는 1억1300만명으로 3000만명이나 늘었다. 2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 수(1억388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선거구에 따라 대선 때보다 오히려 투표율이 높은 곳도 있었을 만큼 이번 선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그에 도전한 베토 오루크 민주당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텍사스 주는 4년 전보다 투표율이 무려 63%나 증가했다.

투표율이 오른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트럼프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대선에서 가히 ‘충격과 공포’라 부를 만한 쓰라린 패배를 맛본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어떻게든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겠다고 마음먹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공화당 지지자와 보수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킨 요인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박빙 주에서 일어난 ‘블루 웨이브’


대학 캠퍼스가 있는 지역구의 투표율이 증가한 점을 보면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젊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여성 후보 비율을 높이고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보면 2년 전 대선보다 오히려 65세 이상 유권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결국 이번 투표율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유권자들이 누구였는지는 각 주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를 모두 합산해 집계해봐야 알 수 있으리라 보인다.

2년 전 대선과 비교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올랐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원래 중간선거는 야당이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이번 선거도 민주당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졌다. ‘블루 웨이브(Blue Wave)’는 민주당의 약진을 표현하는 용어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바람 혹은 파도를 뜻한다. 미국 하원 의석 435개 지역구에서 이번에 민주당 후보가 받은 표와 2년 전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받은 표를 비교해보면 블루 웨이브가 얼마나 높은 파도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란 파도는 2년 전 트럼프 후보 당선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박빙 주(swing states)’에서 가장 크게 일었다.

2년 전 트럼프 후보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유권자들, 민주당을 지지해온 노조의 지지에 힘입어 전통적인 제조업 지대(rust belt)에 있는 박빙 주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정치학자 존 사이즈, 마이클 테슬러, 그리고 린 배브릭은 2016년 대선을 분석한 책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에서 어떻게 집단의 정체성이 미국 정치를 바꾸었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2016년 선거를 정체성에 관한 선거로 규정하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유권자들이 느낀 정체성 위기를 포착해 효과적으로 공략한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한다. 즉,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들은 ‘내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몰라’라는 개인적 수준의 경제적 불안감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백인들이 흑인이나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빼앗기고 있어’라며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인종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았고,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바로 이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인종 갈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다른 인종,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활용했다. 당선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폈다.

<정체성의 위기> 저자들은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뒤 집권한 8년 동안 백인 유권자들이 인종을 기반으로 한 배타적 정체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인들은 오바마 후보의 당선과 재선을 보며 인종 정체성을 강화했고, 다른 인종에 대한 태도를 정치적 의견과 투표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퓨리서치 센터가 진행한 인종에 따른 지지 정당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백인들의 사고 변화를 엿볼 수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백인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비중은 44%로 같았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백인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로 옮아가는 데 속도가 붙었다. 2010년만 해도 백인들에게 지지 정당을 물으면 51%가 공화당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이미 39%로 공화당 지지율보다 12%포인트나 낮아졌다. 격차는 2016년이 되면 1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백인 남성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아래 <그림 2> 위쪽 두 그래프는 1992~2016년 남성과 여성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당 추이를 보여준다. 1992년만 하더라도 전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8%, 공화당 지지율이 44%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6년이 되면 공화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10%포인트나 높다. 여성 유권자의 지지 정당 추이는 1992~2016년에 큰 변화가 없다.

이어 아래쪽 두 그래프는 백인 유권자로만 한정해 지지 정당 추이를 살펴본 결과다. 백인 남성 중에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공화당으로의 이동이 뚜렷하다. 2016년 기준으로 백인 남성의 공화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런 패턴은 백인 여성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AFP PHOTO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전통적인 민주당’이 지향해온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백인들 중에서도 학력이 낮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이는 학력에 따라 백인 유권자의 지지 정당 추이를 살펴본 다음 그래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 3>을 보자. 맨 왼쪽 그래프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이하인 사람들의 지지 정당 추이다. 2008년만 해도 이 그룹에 속하는 백인들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이 그룹 안에서 공화당 지지 성향이 점차 강해지더니, 2016년이 되면 공화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보다 무려 26%포인트나 높아진다.

반면, 맨 오른쪽 그래프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 학위가 있는 백인들의 지지 정당 추이다. 이 그룹은 소득수준이 높아 전통적으로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지만, 공화당 우위는 점점 줄어들어 2016년에는 지지 정당이 거의 반반으로 나뉜다. 고소득·고학력 백인들이 점점 민주당으로 옮겨가는 동안 저소득·저학력 백인들은 급격히 공화당으로 이동했다.

저소득·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급격하게 공화당을 지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중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를 뽑은 사람도 적지 않은데,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뒤 이들의 경제 사정이 객관적으로 나빠져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일까? 오바마 행정부가 실시한 정책이 실제로 저학력 백인들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

<정체성의 위기> 저자들은 이들의 경제 상황이 오히려 2008년과 비교할 때 2016년에 더 나아졌다고 말한다. 대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들이 느낀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였다고 진단한다. 즉, 오바마 행정부의 구체적 정책보다도 미국 사회의 변화와 민주당이 지향한 바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오바마 집권 때 민주당은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고 이민자들의 가치를 높이 샀다. 또한 흑인이나 히스패닉과 같은 소수 인종이 겪는 차별, 혹은 여성이 겪는 차별을 공론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사회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논의도 한층 활발해졌다. 뉴스는 백인 경찰관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무고한 흑인 청소년들 이야기로 도배됐다. 민주당은 이러한 미국 사회의 변화를 적극 끌어안았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미국 사회가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구호는 ‘함께 갈 때 더욱 강한 미국(Stronger Together)’이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선거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과거 미국의 어떤 점이 위대했으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다시 좋았던 시절로 돌려놓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한 적은 없지만, 트럼프 후보의 유세와 발언, 당선 뒤 내놓은 정책을 보면 이 구호가 어느 집단의 마음에 어떻게 울림을 줬을지 짐작할 수 있다.

우클릭? 좌클릭? 민주당의 딜레마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자유무역과 생산 자동화의 여파로 크게 줄었다. 트럼프 후보는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자유무역을 맹비난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제조업 노조마저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고, 때마침 이들의 표가 대부분 박빙 주에 몰려 있어서 선거 전체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쓰라린 패배를 겪은 민주당은 중대한 전략적 기로에 섰다. 즉, 자신들에게서 등을 돌린 저학력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좀 더 중도적 방향으로 ‘우클릭’할지, 아니면 인종적으로 다양해질 테니 소수 인종과 여성, 이민자들의 지지를 선점하기 위해 오히려 더 진보적으로 ‘좌클릭’할지를 두고 당 안팎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2018년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나오리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 논쟁은 2020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분명히 선전했지만 그것이 좌클릭 덕분인지, 아니면 중도를 포용하는 우클릭 덕분인지는 분명치 않다. 필승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좌표는 여전히 희미하다. 플로리다 주지사 직에 도전한 흑인 정치인 앤드루 길럼, 양대 정당을 통틀어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주지사 직에 도전한 조지아 주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뉴욕에서 1999년부터 하원의원을 지낸 10선 조 크롤리의 아성을 뛰어넘어 진보 정치의 아이콘이 된 20대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같은 인물을 보면 민주당의 미래는 다양성의 기치를 내세우며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데 있는 것 같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백인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선거 캠페인을 펼쳐 박빙 주를 되찾아오는 것이 민주당의 필승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2003년 이후 민주당이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백인 서민층 유권자가 대부분인 펜실베이니아 18번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둔 30대 초반의 하원의원 당선자 코너 램, 백인 서민들과 노조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의료보험 혜택 확대 등 전통적인 민주당 정책을 앞세워 미시간 주 주지사에 당선된 그레첸 위트머의 사례를 든다.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2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박빙 주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 적극 참여하는 이른바 열성 지지층과, 공화당과의 본선에서 민주당을 선호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지지하는 정책의 격차가 커지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정치학자 세스 힐과 크리스 토사노비치 교수는 1972~ 2012년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념 성향 변화를 분석했다(<A Disconnect in Repre-sentation? Comparison of Trends in Congressional and Public Polarization>, 2015). 1972년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27%는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답했지만, 이 수치는 2012년에는 7%로 급격히 줄었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본선 경쟁력을 갖추려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당원은 진보적인 의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난 뒤 민주당 내에서는 오히려 진보적인 성향이 확연한 정치인과 활동가들, 그리고 정치인에게 선거 자금을 몰아주는 후원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밴더빌트 대학의 정치학자 래리 바텔스 교수는 <트럼프 시대의 당파성(Partisan-ship in the Trump Era)>이라는 논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얼마나 자기들끼리 의견이 일치하는지를 경제 정책 분야와 비경제 정책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바텔스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경제 정책에선 정부가 세금을 최소한으로 걷고, 복지 정책 등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작은 정부론’에 대체로 찬성했고, 낙태나 이민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부가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총기 규제나 무슬림에 대한 태도, 무신론자, 이민과 같은 이슈에 관해서는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훨씬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앞서 언급한 이슈에 “민주당원보다 오히려 공화당원들과 내 의견이 더 가깝다”라고 말한 사람의 비율도 26.3%에 달했다.

민주당의 딜레마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은 민주당 내의 두 분파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그리고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계속해서 진보의 기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다. 이들은 여성과 청년, 그리고 소수 인종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적 의제를 추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보수적 백인 유권자의 표 대신 소수 인종과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일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선거를 ‘내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로 여겨 투표장으로 적극 나오려면 백인 남성이 아닌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이들은 믿는다.

반대로 위와 같은 전략을 필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원도 많다. 이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에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제도의 특수성이다. 즉, 소수 인종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주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주로 이미 여기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한데, 한 표라도 더 많이 가져가는 쪽이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선거인단 제도에선 이런 주보다 박빙 주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의 쓰라린 패배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오하이오 주에 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궁리를 치열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릴 후보를 내면 가장 반길 이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염두에 두는 잠재적 후보군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뉴욕 상원의원, 그리고 셰러드 브라운 오하이오 상원의원 등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박빙 주인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를 거머쥔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중도를 아우르는 우클릭에 답이 있다고 믿는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받는다. 의정 활동 내내 노동조합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명성을 쌓았고,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에 타격을 미치는 자유무역을 적극 반대해온 브라운 의원은 백인 남성으로 ‘전통적인 민주당’이 지향해온 가치를 대변하며, 핵심적인 박빙 주 가운데 하나인 오하이오 출신이다(오하이오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18명으로 전체 50개 주 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다). 또 그가 후보로 나서면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유권자나 노조의 지지를 독차지하기 어려워진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직후 브라운 상원의원에게 대통령에 출마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브라운 의원도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선 레이스로 가늠해보는 미국의 미래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2년 뒤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는 한 별도의 경선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공화당은 내부적으로도 갈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공화당은 이미 문화적·인종적으로 다양해지는 미국 대신 백인 중심의 과거 미국을 이상향으로 삼고 그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박빙 주에 출마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대부분 패하면서 공화당 안에는 이러한 보수 기치를 지지하는 이들만 남아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민주당의 사정은 다르다. 당장 하원 다수당에서 배출하는 하원의장직을 민주당 하원의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가 다시 맡는 것을 두고 당내 진보적인 의원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 내의 갈등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2019년이 밝자마자 시작될 대선 후보들 간의 경쟁과 민주당 경선 과정은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 과정이자, 미국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번 호로 ‘유혜영의 지도와 데이터로 들여다본 미국’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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