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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짊어진 아이들 이야기

프랑스 5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의 영예는 니콜라 마티외 작가가 쓴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1990년대 프랑스 동부 쇠락한 마을의 청소년들을 그렸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제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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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7일 오후 1시(현지 시각), 파리 오페라극장 근처 드루앙 레스토랑은 기자들과 특파원, 그리고 문학 팬들로 가득 찼다. 심사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공쿠르(Académie Goncourt)가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공쿠르상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상이다. 형제 소설가인 에드몽 드 공쿠르와 쥘 드 공쿠르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 에드몽 드 공쿠르는 “가난하고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를 지원해달라”는 유언과 함께 전 재산을 아카데미에 기탁했다. 1903년부터 소설·산문 작가들이 이 상을 받고 있다.

르노도(Renaudot), 페미나(Femina), 메디치(Médicis), 앵테랄리에(Interallié) 문학상과 함께 5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 우선 도서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10월 시장조사 업체 GfK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공쿠르상 수상작은 평균 약 40만 부가 팔렸다. 22만 부가 팔린 르노도상 수상작, 15만 부 팔린 페미나상 수상작을 합친 수치보다 많다. 그래서 공쿠르상 수상 작가는 일약 스타가 된다.

수상 작가는 발표 이후 심사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프랑스 언론 매체뿐 아니라 해외 언론과 인터뷰한다. 스타 작가를 배출하는 상인데 상금은 의외로 적다. 수상 작가는 단 10유로(약 1만원)의 상금만 받는다. 수표로 된 이 상금은 본래 5000프랑, 전후 50프랑, 유로화 도입 뒤 10유로로 바뀌었다. 1985년 수상자인 얀 퀘펠락은 11월7일 ‘프랑스 컬처’와의 인터뷰에서 “공쿠르상 수상 작가는 일종의 ‘신분’이다”라고 말했다.


ⓒAP Photo
11월7일 프랑스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공쿠르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 니콜라 마티외 작가(가운데)가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해 공쿠르상의 영예는 마흔 살의 젊은 작가 니콜라 마티외에게 돌아갔다. 수상작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Leurs enfants après eux)>은 그의 두 번째 소설로, 등단작인 <동물 전쟁(Aux animaux la guerre, 2014)>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작품이다. 그의 첫 소설은 누아르 장르에 속하는 작품으로 ‘미스테르 드 라 크리티크(잡지사 미스테르가 수여하는 상)’를 받았다.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해 방영되었다. 마티외는 첫 작품에서 프랑스 동부 지역의 공장 폐쇄로 인한 노동자 계층의 쇠락을 다뤘다. 공쿠르상을 받은 이번 작품 역시 시골 마을의 탈공업화와 그에 따른 소외를 담는다.

니콜라 마티외는 프랑스 동부 에피날 지역에서 태어났다. 지난 11월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티외는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가 유년 시절의 환경과 연관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전기기계공, 어머니는 회계원인 중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사립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들과 경제적 격차를 느껴야 했다. 비싼 옷을 입고 2월 겨울방학 이후에 피부가 그을려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모와 같은 길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있는 곳을 벗어날 방법이 글쓰기라고 봤다.” 그는 여러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지식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한다. 부모나 고향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지식인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마티외는 일단 여러 학문을 섭렵한다. 낭시의 로렌에서 역사학 학사를, 메스에서 영화학 석사를 따고, 파리 소르본에서 미술사 학사를 다시 전공했다.

수상작인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은 1990년대 네 번의 여름을 거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마티외가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아양주를 모델로 삼아 만든 에이양주라는 가상 마을이 배경이다. 저지대 마을 한복판에는 폐쇄된 용광로가 있다. 경제발전의 중심부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열네 살짜리 주인공 앙토니의 아버지는 실업 상태였고, 마을의 아이들은 가난으로 인한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흡연과 음주를 일삼으며 성장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유년 시절 작가 본인이 그랬듯 “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앙토니와 그의 사촌이 지루함을 이겨내려 카누를 훔쳐 여자아이들을 구경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 여러 계층의 마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랍계 하층민에 속하는 아신은 앙토니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훔치고 약물에 중독된다. 앙토니는 부르주아 집안의 스테파니와 사랑에 빠진다. 일탈을 일삼는 청소년들의 평범한 성장소설 같지만 이혼, 실업을 목전에 둔 부모들 곁에서 아이들은 경제발전 뒤의 그림자를 체험한다. 에이양주 아이들의 삶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겪고 싶지 않은 생활로 묘사된다. 아이들은 세월이 흘러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마을을 떠나지만 좌절한다. 냉혹한 파리에서 공부하게 된 스테파니는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자랐는지” 깨닫는다. 군인이 되어 마을을 떠난 앙토니는 스물두 살 청년이 되어 다시 마을에 돌아와 병원이나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등 임시직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스물다섯의 아신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전자제품 업체 다티에서 일한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영향 받은 소설

니콜라 마티외는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과 관련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사회계층을 물려받는다”는 이론을 따랐다는 것이다. 소설 첫 페이지에 인용된 구약성경 집회서의 구절, “그곳엔 더 이상 기억이 없다. 그들은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죽었다. 그들은 전혀 태어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도 같은 선상에 있다. 독자가 마주한 첫 장의 인용문처럼 소외된 마을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탈공업화 속에 소외된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가난을 짊어진다.

공쿠르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은 <그들 이후 그들의 아이들>에 대해 다양한 평을 내놓았다. 비르지니 데스팡트는 “이 사회적 연대기는 우리가 말하지 않은 프랑스를 그리고 있다”라며 “‘에밀 졸라(작품 속에서 프랑스 사회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자연주의 작가)적’이며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사라져가는 한 프랑스의 마지막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베르나르 피보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마티외가 오늘날의 청소년과 프랑스에 대해 다뤘다. 젊은 층의 언어를 소설 속에 잘 구사했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 소설은 문어체로 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대부분 내용이 구어와 은어로 이루어져 있다. 마티외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현실의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맞아, 정말 잘 봤어!’라고 말하며 큰 위로를 받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새 신분’을 얻은 이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공쿠르상은 어떤 것의 끝이 아니고, 산의 정상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은 남아 있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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