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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법관 탄핵 소추 의결안의 의미

대구지법 안동지원 소속 판사들이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법관들을 탄핵하자고 요청했다. 이들은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법부 불신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제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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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소속 판사 6명 전원은 11월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지역 대표로 참석할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판사들에 대해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를 촉구”한다며 이를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으로 발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판사들이 스스로 법관에 대한 탄핵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지게 하고 그 신뢰 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0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 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 제안’ 기자회견.
안동지원 판사들의 지적처럼 법원 안팎에선 형사법상으로 사법 농단 의혹 관련자들을 처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법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적용된다. 공무원들을 처벌 대상으로 한 이 법은 그동안 주로 뇌물죄나 공문서 위조 등 다른 혐의와 묶여서 적용되었다. 직권남용죄 단독으로 기소되는 경우는 적었다. 판례도 많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직권남용죄 기소가 늘기는 했다. 어느 선까지 직권남용으로 보아야 하는지 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최근 관련 법리를 정리해 <직권남용 백서>를 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법관의 지시를 받아 재판 개입 보고서를 만들고 동료 판사의 뒷조사를 하는 등 실행에 나선 판사들의 경우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법리상 이들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개입한 법관 6인

10월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순일 대법관,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인 이민걸·이규진 판사, 지방법원 부장판사인 정다주·박상언·김민수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요구했다. 권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 5명은 대법원 1·2·3차 자체조사 결과 직무 배제된 상태다. 이들은 모두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했고,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깊숙이 개입한 법관들로 지목되기도 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법관 등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국회 의결이 있으면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거치는데,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할 경우 탄핵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속해 있는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법관 탄핵소추안 가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회로서는 특별재판부 입법보다 법관 탄핵이 훨씬 더 부담스럽다. 국회가 판사들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곧바로 나올 수 있다.” 헌정사상 법관이 탄핵된 사례도 없다.

개혁적 성향의 한 판사는 “촛불 사건 배당에 관여했지만 책임을 지지 않았던 신영철 전 대법관 사례가 법원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잠시 시끄럽지만 곧 조용해진다는 것, 국민들은 법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법 농단마저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법원에 정말로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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