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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는 그렇게 살아라, 나는 이렇게 산다”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제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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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박신영 지음, 바틀비 펴냄

“‘도리’라는 것은 약자에게만 강요됩니다.”


한낮의 서울 종로3가에서 낯모르는 할아버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신촌에서는 택시 기사가 갑자기 내 앞에 차를 세우더니 쌍욕을 하고 지나갔다. 감히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분노한 남자들이었고, 놀랍게도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다. 어떤 대응을 했냐고? 아무 대응 못했다. 아니, 뭐 어지간히 예상되는 일이었어야 대거리를 하지….
저자는 웃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욕설을 들었다. 예상 못했지만 참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한테 또 그럴까 봐. 저런 남자는 여자들에게 또 저런 가해를 저지를 게 분명했으니까. 책은 직장 내 성폭력 생존자인 저자가 ‘개저씨’ 직장 상사를 고소해 싸웠던 2년의 세월을 기록한 에세이다. 일상의 성폭력 대처법도 Q&A로 담았다.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최요한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최종적으로 지역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시킨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신작. 세계화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그가 이번엔 로컬, 즉 지역에 대해 말한다. 그가 지역화에 눈뜬 건 1975년 ‘작은 티베트’라 불리던 라다크에 발을 디디면서부터다. 자연에 기반한 라다크의 문화에 재빨리 적응했지만 이내 경제발전의 파괴적인 위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전환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구속력 있는 협정을 맺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저자는 지역화를 통해 지역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중심을 로컬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온전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결국은 내일을 위해서다.



인간실격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토 준지 그림, 오경화 옮김, 미우(대원씨아이) 펴냄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도무지 타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녀석.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서툰 익살을 부리기도 했지만 웃겨보지도 못한 찌질한 젊은이. 결국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혼자 살아남아 가족으로부터도 절연당하고 만다. 그의 운명은 시골의 외딴집에서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 원작은, 39세 나이로 자살한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공전의 베스트셀러로, ‘인간 실격’이란 제목이나 캐릭터, 문구 등이 다른 문예 작품들에서 끊임없이 인용된다. 다만 실제로 읽으려면 인간 실격자의 어둡고 막막한 의식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작품에 기괴한 그림체와 음울한 분위기, 기상천외한 내용 등을 기막히게 조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토 준지가 붙었으니!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 지음, 글항아리 펴냄

“너네는 그렇게 살아라. 나는 이렇게 산다.”


저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 주제는 생각나지 않는데, 그가 말한 큰 줄기는 기억한다. 자유와 용기였다. 나는 그가 ‘스스로 소수자이기를 선택’하는 자세에 조금 놀랐다. 24년간 원가족과 살았고 24년간 스스로 만든 가족과 살았으나, 그 뒤 동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아내 노릇을 그만두었다고 고백한다. 40대 후반의 일이다. 그는 퀴어로서 최초로 레즈비언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진보 운동에서 손을 떼고는 노인 돌봄노동에 몸담았고, 그들을 만나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새롭게 살아나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말이다. 책으로 정리된 그의 굴곡진 삶이 상처로 읽히지 않는다. 그로부터 얻은
날 선 통찰은 뚜렷하고 선명해서 빛이 난다.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지음, 권가비 옮김, 책세상 펴냄

“난 나를 학대받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했어.”


1992년, 루이지애나에 사는 리키 랭글리는 이웃에 사는 여섯 살 남자아이 제러미를 성추행하고 살해한다. 시신을 담요에 말아 옷장에 넣어놓고 전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던 저자는 리키 랭글리의 사건을 접한다. 한 자백 영상 속 리키는 왜 제러미를 죽였느냐는 물음에 나도 왜 그랬는지 알려고, 마음을 더듬어보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의 진술을 접한 순간 저자는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 있었던 사건의 법정 공방 10년을 상세히 다루는 한편, 저자 스스로 유년 시절 겪었던 성추행 사실을 고백한다. 소아성범죄가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반복되는지,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선연하게 보여준다. 담담한 서술이, 불편하지만 직면해야 하는 어떤 현실을 끝까지 붙들게 만든다.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오승주 지음, 글라이더 펴냄

“언제부턴가 저는 <논어>를 사랑 이야기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공자를 읽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공자의 명언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공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仁)’이라는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논어>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지만, 무슨 뜻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공자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풀어 청소년용 공자 해설서를 펴냈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예(禮)를 모르면
서 있을 수조차 없다’와 같은 명언을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는 정치를 바로잡고, 고통당하는 백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그의 공부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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