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열풍이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쭉 훑어봤는데 팝 차트 상위권에 예외 없이 이 곡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당신의 예상대로 주인공은 바로 그룹 퀸(Queen)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이하 ‘보랩’으로 표기)’다. 나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처럼 영화에 대한 훌륭한 안목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보헤미안 랩소디〉는 내가 제법 잘 풀어낼 수 있는 분야가 없지 않은 영화다. 바로 팩트체크다. 우선 작품의 중추라 할 ‘보랩’을 녹음하고 발표하는 과정부터가 그렇다.

영화에서처럼 ‘보랩’은 발매 자체가 불가능할 뻔했던 곡이다. 제작자가 ‘곡이 너무 길고 가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한데 이 신에서 눈여겨봐야 할 장면이 있다. 제작자가 “10대들이 헤드뱅잉 할 곡이 아니야”를 근거로 들어 딴죽을 걸자 멤버들이 앨범 한 장을 가리키며 “저것도 당신이 제작한 거죠?” 하는 대목이다. 지목당한 음반은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1973년 걸작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으로 6분이 넘는 노래가 무려 3곡이나 들어 있는 앨범이다. 즉, “‘보랩’은 5분55초인데 지금 당신 왜 그래?”라고 넌지시 항의하는 듯한 장면을 ‘창조’해낸 것이다.

록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그렇다. 사무실에서의 논쟁 신은 기실 팩트를 바탕으로 기획한 허구다. 일단 마이크 마이어스가 연기한 제작자 레이 포스터부터가 가상의 캐릭터다. 당시 EMI 제작자였던 로이 페더스톤을 롤모델로 삼기는 했지만 왜 이 장면을 넣었는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바로 1992년 영화 〈웨인즈 월드〉에서 마이크 마이어스가 분한 캐릭터가 다음과 같은 대사를 외치기 때문이다. “신곡이 나왔는데, ‘보헤미안 랩소디’야. 틀어봐.” 그리고 그는 미친 듯이 헤드뱅잉을 실천한다.

이후에도 중요한 신이 나온다. 프레디 머큐리가 유명 DJ 케니 에버렛에게 ‘보랩’이 레코딩된 테이프를 선물로 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100% 사실이다. 한데 핵심은 이 뒤의 전개에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데 에버렛이 곡의 앞부분만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일종의 티저 비슷하게 말이다. 항의가 폭주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에버렛은 ‘보랩’을 일주일도 안 되어 열네 번이나 ‘완곡’으로 틀었다.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신, 대단하죠

마지막 팩트체크다. ‘라이브 에이드’를 계기로 재결성한 것 역시 설정이다. 실제로 퀸은 그전부터 이미 투어를 돌고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 판정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브 에이드’ 이후인 1987년에 에이즈로 판정받았다. 물론 그전부터 어느 정도는 자신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라이브 에이드’에서의
감동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엮은 부분이 꽤 많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디테일로서의 팩트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의 입장 또한 인정한다.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제언할 수 있다. 퀸은 수많은 대중의 환호를 기꺼이 먹고 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라이브 밴드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열광적인 다수의 지지 속에 의견이 곧 사실이 되는 건 비단 정치판만은 아닌 셈이다. 적어도 이 점에 있어서라면,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신이 일궈낸 성취에 이견은 없을 듯하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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