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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현직 기자가 말하는 일본 저널리즘의 현실

일본 도쿄 현지에서 주류 언론의 관행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기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은 점차 사라지고 신문과 잡지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글 김동인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astoria@sisain.co.kr 2018년 11월 16일 금요일 제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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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일본에서 만난 기자들은 하나같이 최승호 감독(현 MBC 사장)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언급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공영방송이 무너졌지만, 여기에 기자들이 저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일본도 방관할 처지가 못 됐다. 정치권력의 영향력은 커지고 신문은 점차 하향세를 보였다. 독립 저널리스트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잡지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일본 도쿄 현지에서 주류 언론의 관행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기자들을 만났다. 각자 서 있는 위치는 달랐지만, 이들이 느끼는 위기와 대책은 비슷했다.



■ 관행 깨부수고 ‘문제 기자’ 낙인찍혔지만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 신문> 사회부 기자


2017년 6월8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도쿄의 모치즈키입니다.” 마이크를 붙잡은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 신문> 사회부 기자(43)는 스가 관방장관을 향해 40분 동안 23회에 걸쳐 질문을 퍼부었다. 가케 학원 스캔들(수의대 신설을 두고 아베 정부가 가케 학원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이토 시오리 씨의 미투(Me too) 폭로(언론사 인턴으로 일하다 TBS 간부한테 당한 성폭행을 고발) 관련 질문이었다. 통상 관방장관 정례 브리핑은 10분 정도로 마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모치즈키 기자는 이 ‘무언의 룰’을 공개적으로 깨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도쿄 신문> 사회부 기자의 야당 같은 질문에 관방장관 기자회견이 거칠어지고 있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시사IN 이명익

모치즈키 기자는 ‘일본 미투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 씨를 인터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관방장관 기자회견’ 이틀 전인 6월6일, 일본 주류 미디어 소속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이토 씨를 만나 3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일본 최대 민영방송사 TBS의 워싱턴 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기를 집필한 언론계 거물이었다. 모치즈키 기자는 이 사건이 대형 미투 사건인데도 회사 내 반응이 시원찮다고 느껴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보도의 자유가 줄어들면서, 아베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 간부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5일 도쿄에서 만난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는 아베 정권이 언론에 끼치는 영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내각에서는 내부 비판을 틀어막기 위해 인사 보복이 자행됐다. 과거에는 과장급 공무원으로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내각인사국이 신설된 이후로는 ‘취재원’을 접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기자클럽’에 대해서도 “싸우지 말자는 문화가 우선시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그는 지난 9월 마틴 패클러 전 <뉴욕타임스> 도쿄 지국장과 함께 <권력과 신문의 대문제>라는 저널리즘 비판 대담집을 펴내기도 했다. “시민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저널리즘이 모자란 것이 일본 저널리즘의 현실”이라는 모치즈키 기자는 일본 저널리즘의 퇴행적 관행에 대해 “결국은 기자 스스로가 바꿔야 할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독립 저널리스트가 사는 법

후지이 세이지 기자


일본에서는 주류 미디어가 미처 채우지 못한 공간을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나 논픽션 작가가 메운다. 신문-방송-잡지-단행본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덕분에 일본 언론은 질적·양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2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의 공이 크다.

후지이 세이지 기자(53)는 일본 출판업계에서 유명한 베테랑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다. 청소년 범죄 피해자 취재와 교육 문제 취재에 잔뼈가 굵다. 단독 취재로 쓴 저서만 20여 권이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집창촌 정화운동 이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오키나와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을 펴냈다.

일본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의 경제적 기반은 잡지와 출판 시장이다.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여유가 있는 출판사는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들에게 일정한 활동비를 지급하며 취재 활동을 지원했다. 타블로이드 연예 매체에도 이들을 위한 지면이 유지될 정도로 잡지 저널리즘은 일본에서 일정한 시장을 만들었다.

ⓒ시사IN 이명익

그러나 시장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후지이 기자는 “휴간하거나 폐간하는 잡지가 많다. 단행본도 초판 발행 부수가 줄고 있다”라며 출판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젊은 기자도 줄어들었다. 후지이 기자는 “예전에는 10만 엔(약 98만원)에서 20만 엔(약 196만원)씩 취재 경비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사정이 어려워졌다. 잡지 매체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새로 업계에 진입하려는 이들도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조직화된 언론사와 달리 개인의 탐사보도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후지이 기자는 일본 사회에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만이 할 수 있는 탐사보도 영역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주제에 전문성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후지이 기자는 “젊은 프리랜스 저널리스트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작품 수가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영역을 만들고 계속 취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어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 뉴미디어 태동기, 신문사를 뛰쳐나와

후루타 다이스케 <버즈피드 재팬> 편집장


ⓒ시사IN 이명익
일본 뉴미디어 업계는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에 가깝다. 여전히 주류 미디어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발걸음’을 보여주는 미디어가 바로 <버즈피드 재팬>이다. 2015년, 미국 <버즈피드>와 일본 ‘야후 재팬’이 합작해 만든 <버즈피드 재팬>은 2016년 10월 의료 정보 관련 유명 웹사이트인 ‘웰크(WELQ)’의 거짓 정보를 파헤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버즈피드 재팬>은 의료 전문 웹사이트로 알려진 웰크의 정보가 사실 비전문가가 짜깁기한 정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비슷한 사례가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도 발견됐는데, 이들 웹사이트는 모두 ‘DeNA’라는 상장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아사히 신문> 기자 출신인 후루타 다이스케 편집장(40)이 <버즈피드 재팬>을 이끌고 있다. 후루타 편집장은 원래 <아사히 신문>의 디지털 부문 담당 기자였다. <버즈피드>가 일본 법인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취재를 하다 신설 법인에 합류하게 됐다. 후루타 편집장은 “10년 후에 종이 매체는 사라질지 모른다. 신문은 독자의 반응을 알 수가 없지만, 온라인은 독자의 반응을 곧바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라며 <아사히 신문> 시절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미 모바일로 미디어에 접촉하는 비율이 26%를 넘었다. <버즈피드 재팬>에는 신문이나 잡지 편집부를 관두고 온 사람이 많다. 이미 기자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증거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뉴미디어에서 새 도전을 하고 있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미디어)의 약화가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후루타 편집장은 “올드 미디어의 장점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큰 신문사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점차 일본 내에서, 특히 지방일수록 ‘기자 없는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벌써 시작된 일이다. 저널리즘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생긴다는 점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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